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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로야구 순위표는 아직 혼전이다. 지나 시즌에는 4월이 끝나는 시점에 어느 정도 상. 중. 하의 구도가 형성됐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시즌에는 SSG가 개막 10연승을 바탕으로 리그를 지배했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신화를 썼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디팬딩 챔피언 SSG는 올 시즌 다시 선두에서 5월을 시작했지만, 2위와 3위 팀과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또한, SSG는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대 주력 선수들은 한 살 나이를 더 먹었고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은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교체됐다.

그래도 지난 시즌 팀 전력에 큰 플러스 요소가 아니었던 외국인 타자가 리그 최상위권 활약을 하면서 타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리그 불펜 방어율 1위의 불펜진도 애초 불안하다는 평가를 반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SSG가 애초 구상했던 시즌 플랜과 거리가 있다. 이는 팀에는 불안 요소다. 

이런 SSG를 추격하는 롯데와 LG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롯데는 4월에서 5월로 이어지는 9연승으로 하위권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야수진의 뎁스가 몰라보게 두꺼워졌고 부진한 선발 투수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불펜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유강남과 노진혁 두 FA 영입 선수는 보이는 활약은 아쉬움이 있지만, 팀 라인업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롯데는 외국인 투수들과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반등한다면 더 전력이 강해질 여지가 있다. 이는 지난 시즌 5월부터 급격히 내림세를 보였던 롯데의 모습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하게 한다. 

 

 

박병호

 



LG는 부상 선수 문제도 시즌 초반 고전했지만, 투. 타에 걸친 두꺼운 선수층으로 이를 극복하고 상위권에 자리했다. 베테랑과 신예들이 조화를 이룬 라인업에 안정감이 있다. 마운드의 가용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 여전한 장점이다. 다만, 무모하리만큼 도루에 집착하는 등 올 시즌 부임한 염경엽 감독의 야구 스타일에 대한 팬들의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점은 불안요소다.

이런 상위권에 다소 뒤져 있지만, 중위권 팀들은 4위부터 8위까지 대부분 5할대 승률을 유지하며 치열하게 물고 물리는 양상이다. 연승이 이어진다면 누구든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3강이라 불리는 SSG, 롯데, LG와의 격차도 아직은 크지 않다. 

하지만 하위권의 두 팀 KT와 한화는 순위 경쟁에서 다소 멀어져 있다. 수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선수 영입 등을 통해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지만, 기대했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여전히 부족한 선수층의 문제를 드러내며 다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한화는 시즌 초반 접전의 경기를 거듭 놓치며 상승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점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화는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를 과감히 교체하는 등 분위기를 일신하고 마운드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을 되살리고 있다. 여기에 문동주와 김서현이라는 강속구 신인 투수들이 1군에서 활약하면서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에 비해 KT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 선수들의 부상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21 시즌 챔피언이었던 KT는 투. 타의 조화와 안정된 전력, 이강철 감독의 지도력이 조화를 이루며 리그 강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K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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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대와 달리 KT는 2022 시즌 초반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겹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교체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시즌 중반 이후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함께 팀 전력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무서운 상승세로 정규리그 4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KT였다. 2021 시즌 챔피언에서 다음 시즌 정규리그 4위는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선수들의 부상 도미노 현상을 극복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바꿔 말하면 부상 관리만 잘 이루어진다면 선두권 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는 우승 후보군에 속해 있기도 했다. KT는 국가대표 고영표를 포함해 소형준고 엄상백까지 국내 선발진 리그에서 가장 강하고 지난 시즌 교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이후 에이스급 활약한 외국인 투수 벤자민까지 튼튼한 선발 마운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불펜진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 김재윤을 축으로 주권과 김민수라는 강력한 셋업맨이 버티고 있었다.

타선은 강백호, 박병호에 지난 시즈 후반기 빛나는 활약을 한 외국인 타자 알포드가 이끄는 중심 타선이 위력적이고 FA 영입을 통해 입대한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자리를 베테랑 김상수로 매우는 등 전력 누수도 없었다. 

하지만 시즌 시작되자 KT의 전력은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시즌 시작 전에 불펜진의 핵심인 주권, 김민수가 부상으로 재활에 들어갔고 주전 외야수 배정대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배정대는 중견수로 수비에서 팀 기여도가 높았고 타격에서도 뛰어난 클러치 능력에 기동력을 겸비한 타자로 쓰임새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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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선수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선발 투수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소형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중심 타지 박병호도 부상으로 쓰러졌다. 여기에 박병호와 함께 중심 타선에 서야 하는 강백호와 외국인 타자 알포들마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이들과 함께 타선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황재균도 최근 1달여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나마 박병호는 부상 정도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조만간 복귀가 가능하고 강백호와 알포드도 엔트리 말소의 부상은 아니지만, 부상 우려는 플레이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거듭되는 부상은 KT가 올 시즌 정상적인 전력으로 경기를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대부분 부상이 장기간의 재활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KT를 한숨짓게 하고 있다. 심각한 전력 누수에 KT는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팀 9연패로 큰 추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연패를 끊었지만, 상승 반전에는 실패했다. 최근에는 이강철 감독이 이와 관련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 시즌 각 팀마다 부상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긴 하지만, KT는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부상 선수 발생에 지난 시즌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올 시즌은 모두 부상 위험이 덜한 따뜻한 해외에서 모든 팀들이 스프링 캠프를 차리고 훈련했고 KT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KT가 유독 부상 선수 문제로 더 크게 신음하다는 점은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철저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트레이닝 파트 등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 부상 선수 발생이 불운하다고만 하기는 그 빈도가 너무 잦기 때문이다. 

 

 

황재균

 



이제 관건은 KT가 부상 선수 복귀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여전히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KT가 후반기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이미 지난 시즌 그런 경험이 있다. 선발 마운드가 강하다는 점이 그 근거다. 최근 선발 투수 소형준이 부상에서 돌아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부상 이슈가 없었던 불펜진의 핵심 불펜 투수들이 아직 전력에 가세하지 못하고 있고 주력 타자들을 대신할 젊은 선수들의 역량이 1군에서 꾸준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여기에 올 시즌은 시즌 초반 치열한 혼전이 이어지면서 매 경기가 결승전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같은 최하위권인 한화도 경기력을 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한숨을 돌릴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약점을 보이는 팀이 쉽게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점에서 KT의 시즌 초반은 매우 험난한 시간의 연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이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어렵게 쌓은 상위권 팀의 명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는 공고하기만 했던 이강철 감독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 이강철 감독은 KT 부임 이후 팀을 빠르게 강팀 반열에 올렸고 우승 감독이 되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은 강철 매직으로 불릴 만큼 팀과 팬들 사이에서 신뢰가 크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인 강철 매직이 발휘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이 연속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KT가 이미 지난 시즌 어려움을 이겨낸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그때 발휘된 저력을 믿고 최대한 버티는 수밖에 없다. 과연 KT가 부상 선수 속출의 위기에도 다시 한번 이를 반전시킬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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