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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삼성과 키움의 대구 경기에서는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 펼쳐졌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마무리 투수로 이미 프로야구의 레전드 자리에 오른 오승환이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을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서 불펜 투수로서 불안한 투구를 거듭하고 있는 오승환을 전격 선발 등판하는 결정을 했고 그의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이는 삼성에게는 그가 실점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긴 호흡의 투구를 하면서 최근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고 투구 밸런스를 되찾게 하기 위한 고심의 결정이었다. 

일종의 시험 등판 성격이 강했지만, 오승환의 선발 등판 경기는 이전에 볼 수 없던 일이라는 점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의 프로 데뷔 후 처음이자 마지막 선발 등판이 될 수 있는 경기라는 점에서 평일 경기임에도 많은 홈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그를 응원했다.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오승환은 경기 초반 키움 김혜성에게 홈런을 허용했고 5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했다. 3실점하긴 했지만, 오승환은 6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여전한 구위를 과시했고 사사구도 없었다. 첫 선발 등판이었지만, 이닝을 거듭하면서 더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비록, 팀이 패하면서 패전 투수가 됐지만, 오승환이나 삼성에게는 의미 있는 등판이었다. 

이 등판 이후 오승환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정비 시간을 갖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은 오승환을 다시 불펜 투수로 기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를 계속 선발 등판하게 하려 했다면 엔트리 말소는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선발 등판으로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오승환에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 불펜 등판은 불가능하다. 선발 등판으로 기분을 전환한 오승환이 2군에서 휴식과 훈련으로 컨디션을 회복하고 1군에 다시 콜업되는 그림이 예상된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나올 정도로 오승환의 올 시즌은 불안하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이대호가 은퇴하며서 SSG 추신수와 함께 과거 프로야구 황금기를 이끌었던 1982년생 선수로 유일하게 남아있다. 두 선수는 이제 40살을 넘어선 나이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팀 주력 선수다. 그의 팀 비중은 다소 삭감되긴 했지만, 14억원이라는 연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삼성은 오승환에게 그만큼의 연봉을 지불할 만큼 오승환의 최근 활약도 뛰어났다. 오승환이 삼성이라는 팀에 가지는 상징성도 매우 크다. 오승환의 선수 이력도 그만큼 화려하다. 오승환은 2005 시즌 삼성에 입단한 이후 프랜차이즈 스타로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는 데뷔 시즌부터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다. 

특히, 돌덩이를 던지는 듯 한 그의 강력한 속구는 타자들이 알고서도 때려내지 못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오승환은 돌직구라 불리는 직구 하나만으로도 리그를 지배하는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많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에서 팬들은 돌부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면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 그의 압도적 투구에 그에게는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이 추가됐다. 그의 활약을 리그를 넘어 국제경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런 오승환의 전성기를 함께 한 삼성은 새로운 왕조시대를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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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에서 수차례 우승과 세이브 왕까지 모든 것을 이룬 오승환은 해외 무대로 눈을 돌렸다. 삼성으로서는 아쉬운 일이었지만, 오랜 세월 마무리 투수로 헌신한 오승환의 바람을 계속 외면할 수 없었다. 2013 시즌 후 오승환은 그가 꿈에 그리던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해 마무리 투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최전성기는 지난 그였지만, 그의 속구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이렇게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시점에 그의 소속팀 삼성은 왕조 시대를 접고 말았다. 오승환의 팀 이탈은 이후 주력 선수들이 FA 시장 등을 통해 이탈하는 촉매제가 됐다. 2015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하며 챔피언 자리를 내준 삼성은 이후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그 시점에 오승환도 해외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되며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겼다. 당시 삼성은 2015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력 선수들이 관련 사건에 연루됐고 한국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는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한 결정적 이유였다.

당시 오승환은 삼성 소속 선수는 아니었지만, 삼성 선수들과 함께 그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말았다. 또한, 사건이 발생했을 초기 이를 부인하다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마지못해 일부 시인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오승환은 KBO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 일본 한신타이거즈를 떠나게 된 오승환은 국내 복귀 대신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강 팀 중 하나인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해 마무리 투수로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후 부상 등이 겹치며 그 활약이 길지 못했지만,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 메이저리그에서 주력 불펜 투수로 활약한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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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미. 일 리그를 두로 경험한 이력을 뒤로하고 오승환은 2020 시즌 삼성과 계약하며 다시 KBO 리그로 돌아왔다. 그의 복귀에 대해 그의 나이 등을 고려해 과거와 같은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타 팀 마무리 투수에 밀리지 않는,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2021 시즌에는 2점대 초반 방어율에 44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분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오승환이 나이를 잊은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한편으로서는 전성기를 지난 그가 최고 마무리 투수가 된 KBO 리그의 투수 수준에 대한 우려도 함께 했다. 이런 엇갈리는 평가는 그가 뛰어난 활약을 했기에 나올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2022 시즌을 기점으로 오승환도 세월을 거스를 수 없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22 시즌 오승환의 방어율은 3점대로 높아졌고 피안타율은 오르고 탈삼진율은 떨어졌다. 부상도 있었다. 특히, 투구 후 회복력이 이전보다 떨어지면서 꾸준함을 유지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2023 시즌 한 살을 더 먹은 오승환은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하지 못했다. 이제 상대 팀 타자들도 오승환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지지 않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오승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상대에 위압감을 주곤 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떨어진 직구 구위를 대신해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는 등의 오승환의 패턴 변화에도 상대 타자들이 대응하면서 오승환의 입지도 점점 줄어들었다.

급기야 삼성은 오승환을 마무리 투수에서 불펜 투수로 변경하기 이르렀다. 올 시즌 부상 선수 속출 등 악재에도 5할대 승률을 유지하며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최상의 선수 조합을 나서야 했다. 오승환의 팀 내 비중과 상징성 이전에 더 많은 승리를 할 수 있는 선수 운영이 필요한 삼성이었다. 오승환 역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이대로 세월의 무게 앞에 무너지기보다는 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5월 3일 경기 선발 등판은 오승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삼성 역시 올 시즌까지는 마무리 오승환이 전력 구상의 기본이다. 삼성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2군에서 다시 콜업 된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로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또한, 14억원이라는 고액 연봉을 주는 선수를 어떻게 해서든 활용하고 이를 위해 살려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오승환 역시 한. 미. 일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4세이브만 남긴 통산 500세이브 달성이라는 개인적 목표를 이뤄야 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통산 500세이브는 메이저리그에서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였던 마리아노 리베라와 트레버 호프만 정도만이 가지고 있는 대기록이다. 이들과 상황은 다르지만, 통산 500세이브는 오승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기록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 이전에 팀 성적이 우선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 상황에서 개인 목표를 앞세우기 어렵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기량과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오승환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의 선발 등판과 2군행은 자신에 대한 확신을 되찾고 마무리 투수로 복귀할 수 있는 이유를 다시 찾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오승환이 과거 끝판대장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삼성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삼성 소속으로 달성하는 통산 500세이브는 삼성은 물론이고 KBO 리그에서도 기념비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오승환은 이 대기록을 자신에 대한 배려가 아닌 실력으로 달성하려 하고 있다. 오승환 그리고 삼성이 바람대로 오승환이 강력한 마무리 투수로 돌아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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