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는 3월 9일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와 함께 3월 23일 열리는 정규리그 개막전 준비 체제로 접어들었다. 개막전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즌 개막전과 한국 대표팀과 프로야구 구단과의 친선 경기 일정까지 겹치며 시즌 준비가 한층 더 숨 가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2024 프로야구는 로봇 심판 시스템 도입으로 경기 운영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생겼고 내야 수비 시프트 제한과 베이스 크기 확대, 피치 클락과 경기 시간 단축 규정 신설 등 메이저리그의 변화도 과감히 수용했다. 고질적인 판정 시비를 줄이고 보다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KBO 리그 복귀라는 긍정 변수 발생으로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흥행과 관련해 기대되는 또 다른 점은 지난 시즌 하위권 팀들의 반전 가능성이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KIA, 롯데, 삼성, 한화, 키움은 모두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들 팀들은 키움을 제외하고 비 수도권 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프로야구 흥행에 큰 영향력이 있는 인기 구단들이기도 하다. 이들 팀들의 선전 여부는 올 시즌 프로야구를 흥미롭게 할 수도 있고 흥행 성공에도 중요한 요소다.
올 시즌 최하위 유력한 키움 히어로즈
이들 중 지난 시즌 최하위 키움에 대한 전망은 그렇게 밝다고 할 수 없다. 내부 육성에 강점이 있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매 시즌 분명히 보이고 있다는 점과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조상우가 병역의무 이행 후 팀에 합류한다는 호재가 있지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고 스타 이정후의 공백을 피할 수 없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장타력 있는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이정후의 존재감을 대신하긴 어렵다.
이 외에도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도 타 구단보다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냉정히 선수 구성 등에서 최하위 1순위 후보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키움으로서는 올 시즌도 리빌딩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 시즌보다 더 무기력한 경기력과 성적이라면 가뜩이나 관중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올 시즌 후 팀의 또 다른 주력 선수인 내야수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도 예정되어 있다. 아직은 길고 험난한 리빌딩이 예상되는 키움이다.
불펜 보강에 주력했던 삼성 라이온즈
지난 시즌 9위 삼성은 비 시즌 기간 단장을 교체하는 등 운영 기조에 변화가 있었다. 선수 구성에서도 약점이었던 불펜진 보강에 주력했고 성과가 있었다. 삼성은 KT 마무리 투수였던 김재윤과 키움의 마무리 투수 경력이 있는 임창민까지 두 베테랑 불펜 투수를 FA 시장에서 과감히 영입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마운드 보강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오승환을 포함해 김재윤과 임창민, 트레이드 영입 투수 김태훈까지 다수의 마무리 투수 경력자로 불펜진을 구성했다.
삼성은 이들과 젊은 투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버틸 수 있는 힘을 갖췄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선발 투수진에서 외국인 투수 2명과 원태인 이후 4, 5선발 투수진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두 외국인 투수는 모두 KBO 리그가 처음이다.
타선 역시 중심 타선에 서야 할 베테랑 오재일이 지난 시즌 에이징 커브 조짐이 분명했고 분전한 강민호도 40살을 바라보는 나이다. 간판타자 구자욱이 건강하게 시즌을 준비하는 건 반갑지만, 구자욱은 매 시즌 부상 변수가 있었다. 검증된 외국인 타자 피렐라를 떠나보내고 영입한 영입한 외국인 타자 맥키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시즌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맥키넌이 4번 타자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김지찬과 김현준 두 국가대표 경력의 테이블 세터진에 구자욱과 류지혁 등이 더해진 강한 중심 타선을 구성할 수 있다. 더군다나 삼성은 KBO 리그에서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홈구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은 지난 시즌 부족했던 팀 뎁스를 스프링캠프 기간 얼마나 두껍게 구축했을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류현진 복귀의 상승 효과 기대하는 한화 이글스
지난 최하위 팀의 이미지를 벗어나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였던 한화는 류현진의 전격 복귀라는 호재와 함께 포스트시즌 도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즌에 나설 예정이다. 그만큼 류현진이 가지는 상징성이 크고 그에 따른 팀 상승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팬들의 한층 더 커질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류현진이 선발 투수진에 합류하면서 한화는 5인 로테이션에 완성도를 더했다. 지난 시즌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산체스와 페냐는 검증된 자원이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아쉬움 있었지만, 류현진이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자닌 시즌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신예 선발 투수 문동주도 부담을 덜 수 있다.
여기에 고교 최고 좌완 투수였던 신인 황준서 문동주와 함께 기대되는 파이어볼러 김서현도 5선발 투수 경쟁군에 합류할 수 있다. 이들 외에 장민재와 이태양, 김민우도 1군 선발 투수로 손색이 없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화의 선발 투수진이다.
한화의 불펜진 역시 선발 투수진보다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선발 투수진 경쟁에서 밀린 투수들이 가세하면서 그 높이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타선은 국가대표 4번 타자로 거듭난 중심 타자 노시환에 새로운 외국인 타자 페라자가 중심을 이루고 FA 영입 선수 안치홍과 채은성이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치홍의 가세는 상. 하위 타선을 모두 강하게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밖에 베테랑 김강민과 이명기 상대적으로 약했던 외야진에 큰 힘이 될 수 있고 팀에 짜임새를 더해준다. SSG 우승 포수 경력의 이재원의 가세는 주전 포수 최재훈의 부담을 덜어주고 젊을 포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한화는 그동안 최하위를 거듭하면서도 얻어낸 신인 드래프트 상위픽의 결실을 지난 시즌부터 맺는 모습이었고 올 시즌 정점이 이를 수 있다. 여기에 류현진이라는 대스타가 합류하면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다만, 높아진 기대치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
김태형 감독 체제의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 체제와 시즌을 준비한 롯데는 김태형 감독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팬들이 원했던 명감독의 영입 자체가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다만, FA 시장에서 중심 타선에 섰던 안치홍이 떠난 자리는 커 보인다.
하지만 롯데는 야수진과 마운드에서 필요한 부분을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FA 영입으로 채우며 선수 뎁스를 두껍게 하고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계산이 서는 선발과 불펜진을 구성한 마운드에 강점이 있다. 타선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가 무난히 적응한다면 일정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전준우가 지난 시즌만큼의 활약을 하고 윤동희와 김민석이 2년 차 징크스 없이 더 발전해야 하며 유망주 나승엽의 잠재력 폭발이라는 조건이 있다.
이와 함께 나균안의 사생활 변수와 스프링 캠프를 함께 하지 못한 외국인 투수 반즈의 컨디션 등 변수도 있다. 롯데로서는 변수를 줄이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과 운영 능력에 상당히 의지할 수밖에 없다. 김태형과 감독이 그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두산이 아닌 팀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롯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단장과 감독 비리 악재가 반전의 모멘템? KIA 타이거즈
지난 시즌 부상 도미노 속에서도 포스트시즌 경쟁을 했던 KIA는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종국 감독이 비리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스프링 캠프를 시작했다. 그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수사를 통해 이미 FA 계약 뒷돈 요구 문제로 단장직에서 물러난 장정석 단장과 함께 비리에 연루되며 충격을 더했다. 전직 단장과 감독은 어렵게 구속 위기를 모면했지만, 재판을 통해 길고 긴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KIA는 급히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신임 감독 선임에 나서야 했다.
여러 전망이 있었지만, KIA는 이범호 신임 감독 체제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범호 감독은 한화에서 프로에 데뷔했지만, KIA에서 2번의 FA 계약을 했고 은퇴한 사실상의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또한, 그는 KIA에서만 코치 경력을 쌓으며 팀 사정을 잘 알고 구단 안팎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KIA는 내부 안정을 유지함과 동시에 젊은 감독 선임으로 팀 분위기 쇄신의 효과도 동시에 기대했다.
급하게 시작했지만, 이범호 감독 체제에서 KIA는 무난히 시즌을 준비했다. 그들을 괴롭히던 부상 이슈도 없다. 이는 KIA의 시즌 전망을 밝게 하는 일이다. 지난 시즌도 부상 변수가 없었다면 KIA는 충분히 포스트시즌 진출ㄹ을 기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KIA는 외국인 투수 2명의 제외하고도 양현종과 이의리 두 국가대표급 좌완 선발 투수에 지난 시즌 활약한 신인 윤영철까지 그 귀하다는 좌완 선발 투수를 3명이나 5인 로테이션이 포함하고 있다. 우완 강속구 투수로 구성된 외국인 투수들이 평균 이상의 성적만 해준다면 리그 최강의 선발 마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펜진은 마무리 정해영을 시작으로 장현식과 전상현의 필승조가 건강하게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불펜과 선발 오가며 분전한 임기영도 건재하다. 국가대표 불펜 투수 최지민은 좌완 불펜진의 중심으로 올 시즌도 활약이 기대된다.
타선은 지난 시즌 부상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변수지만, 지난 시즌 팀 타율 1위를 다투던 선수 구성이 그대로 유지됐다. 약점이었던 포수 자리는 김태군과의 다년 계약으로 고민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나성범, 소크라테스, 최형우의 좌타 거포 라인은 매우 강력하고 부상 소식도 없다. 박찬호, 김도영의 테이블 세테진은 기동력 야구가 보다 돋보일 수 있는 리그 환경 변화에 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빈, 이우성, 이창진은 우타 라인을 강하게 해줄 선수들이고 서건창과 최원준은 내야와 외야에서 긍정의 선택지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젊은 선수들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단장과 감독으로 인한 악재를 극복하면서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현재 선수 구성에 특별한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KIA는 지난 시즌 하위권 팀들 중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누가 기대와 희망을 현실로?
프로야구 구단들은 큰 기대로 매 시즌을 시작한다. 모든 구단들은 포스트시즌 이상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 자리는 5개에 불과하고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구단들은 실패의 이력을 쌓아야 한다. 최근 수년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 구단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23 시즌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하위권 팀들에게 긍정 요소가 많이 추가됐고 상위권팀들 상당수가 전력의 마이너스 요소가 있었다. 하위권 팀들에게는 해볼만한 시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위권 팀들이 그 자리를 지키는 데는 보이는 전력 외에 여러 요소들이 함께 작용한다. 일종의 관성같은 그 무엇도 존재한다.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2024 시즌은 순위의 유동성을 얼마나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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