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곤, 싱커도 자신감도 되찾았다. 5월 17일 롯데 vs SK

롯데와 SK의 주중 첫 경기, 롯데의 5월 상승세는 1위 SK를 상대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롯데는 투타에서 SK를 압도하면서 8 : 2 의 대승을 일궈냈습니다. SK만 만나면 작아지던 롯데였지만 화요일 경기에서는 거인다운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어진 찬스에서 무섭게 몰아치는 타선의 힘은 경기 초반 큰 리드로 이어졌고 선발투수의 호투가 뒷 받침 되면서 편안한 승리를 거둘 수 이었습니다.

선발투수 대결의 결과가 승리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롯데는 이재곤, SK는 이영욱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같은 언더핸드 투수였지만 팀내 비중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재곤 선수는 팀의 주축 선발이 되어야 하는 선수였지만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큰 우려를 샀습니다. 앞선 등판에서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면서 극심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습니다.

제구가 흔들렸고 주무기 싱커의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상대 타자들의 집요한 분석과 이에 따른 약점 공략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있는 투구가 계속 맞아나가면서 자신감마저 상실했던 이재곤 선수였습니다. 결국 이재곤 선수는 떨어진 자신감과 싱커의 위력을 되찾기 위해 2군 강등이 불가피했습니다. 2군에서 다시 컨디션을 회복한 이재곤 선수가 화요일 복귀전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이재곤 선수의 복귀는 롯데의 구멍난 5선발 자리를 메우는 것과 함께 팀 상승세를 지속할 중요한 퍼즐 하나가 완성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사실 화요일은 사도스키 선수의 선발 등판이 예상되는 경기였습니다. 코칭스탭은 돌아온 이재곤 선수에게 신뢰를 보냈고 기존 선발진에 하루 더 휴식을 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재곤 선수의 호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SK 이영욱 선수는 먼저 나온 투수 개념이 강했습니다. SK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선발투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로테이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막강 불펜의 활용으로 그 공백을 메워가는 실정입니다. 이영욱 선수의 등판은 좌타자가 부족한 롯데타선의 약점을 파고드는 일종의 응수타진 성격이 강했습니다. 한 타순 막아준다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SK의 의도는 롯데 타선의 초반 폭발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1회초 전준우 선수의 2루타로 만들어진 무사 2루의 찬스를 놓쳤던 롯데는 2회초 홍성흔 선수의 안타, 조성환 선수의 2루타로 무사 2, 3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SK는 선발 이영욱 선수를 강판시키는 초반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롯데 타선의 초반 집중력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였습니다. 

SK는 최근 롱릴리프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고효준 선수를 등판시켰습니다. 박준서 선수의 느린 땅볼로 1점을 선취한 롯데는 황재균 선수가 득점타 없이 물러나면서 더 이상의 득점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강민호 선수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장성우 선수가 끈질긴 승부끝에 볼넷으로 출루했고 전준우 선수마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2번 박종윤 선수는 왼손대 왼손이라는 불리한 대결임에도 고효준 선수의 낮은 직구를 멋지게 걷어올렸습니다. 그 타구는 만루홈런으로 연결되었고 경기는 순식간에 5 : 0, 롯데의 큰 리드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2번타자 1루수로 중용되고 있는 박종윤 선수는 이 홈런 하나로 자신의 존재감을 더 크게 부곽시킬 수 있었습니다. 

롯데의 초반 기세는 3회에도 이어졌습니다. SK는 고효준 선수에 이어 전준호 선수를 내세우면서 더 이상의 실점을 막으려 했습니다. 추격조 불펜을 가동한 것입니다. 롯데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홈런으로 승부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대호 선수의 안타 출루 이후 홍성흔 선수의 2점 홈런이 터진 것입니다. 

올 시즌 홈런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고심하던 홍성흔 선수였습니다. 특유의 타점생산 능력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시즌 보여준 무서운 타격감을 찾지 못하던 홍성흔 선수에게 3회초 홈런은 개인적으로 팀으로도 반가운 것이었습니다. 몸쪽 공을 풀 스윙으로 넘겼다는 것은 타격감이 돌아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홍성흔 선수의 2점 홈런으로 롯데는 7 : 0 의 넉넉한 리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선발 이재곤 선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2군에서의 복귀 이후 첫 등판이있던 이재곤 선수였습니다. 그 상대가 1위 SK라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타선의 초반 대량 득점은 자신의 투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재곤 선수는 완벽하게 압도하지는 못했습니다.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고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슬라이더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싱커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피칭으로 순간순간 위기를 잘 벗어났습니다. 특유의 땅볼유도 능력은 4개의 병살타와 연결되었고 7안타를 허용하면서도 7이닝 2실점의 호투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7 : 0 으로 앞서던 5회초에서는 연속 4안타를 허용하면서 2실점하는 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까다로운 정근우 선수를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막은 장면은 자신의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는 것과 동시에 팀의 승리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5회 위기를 넘긴 이후 이재곤 선수는 한층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롯데는 이재곤 선수의 안정감 있는 투구와 8, 9 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준 김수완 선수의 투구가 이어지면서 초반 리드를 잘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7회 추가 1득점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점수였습니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이재곤, 김수완 두 명의 영건들이 승리에 함께 기여한 경기였습니다. 

롯데가 2명의 투수로 경기를 끝낸것에 비해 SK는 5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벌떼 야구로 승리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초반 대량 실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들 답지않게 찬스에서의 적시타가 나오지 못했던 단단하던 수비마저 흔들리면서 전체적을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최강 SK도 화요일 경기 만큼의 롯데의 5월 상승세에 크게 눌린 경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롯데는 돌아온 이재곤 선수가 호투를 하면서 선발의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물로이고 한층 더 단단한 선발진을 구축할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고원준 선수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보이고 있고 사도스키 선수가 돌아온 상황에서 원할한 5인 로테이션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재곤 선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다소 지친 불펜에 휴식을 줄 수 있었다는 것도 중요한 수확이었습니다. 

타선 역시 찬스에서의 집중력이 여전했고 모든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전준우 선수는 1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을 잘 해주었고 박종윤 선수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기대에 100% 이상 부응했습니다. 여기에 홍성흔 선수가 홈런을 기록하면서 타격감을 더 끌어올렸다는 것은 더 큰 긍정요소 였습니다. 조성환 선수도 3안타 경기를 하면서 타격 페이스가 돌아오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이렇게 롯데는 대승과 함께 팀의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돌아오는 또 다른 효과를 얻었습니다. 강민호 선수가 가벼운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장성우 선수가 좋은 투수리드로 그 공백을 잘 메워주었고 변화된 라인업에도 타선의 힘을 유지했다는 점은 롯데의 상승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화요일 기분좋은 승리르 거둔 롯데는 사도스키 선수를 내세워 연승을 노릴 것입니다. SK 역시 현재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는 글로버 서선수를 앞세워 화요일 경기의 설욕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 대패를 당한 SK였기에 한층 더 강한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입입니다. 롯데 역시 집중력을 지속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롯데가 수준급 선발투수에게도 타격의 집중력을 보일 수 있을지 SK의 승리 의지에도 그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수요일 경기 결과가 주목됩니다. 


김포총각/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