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악몽의 7회, 함께 터진 두 화약고. 6월 14일 롯데 vs SK

롯데와 SK의 화요일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중요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4위권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롯데나 1위 수성에 비상이 걸린 SK 모두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초반 롯대의 우세 중반이후 SK의 대 반격으로 전개된 경기는 막판 역전에 성공한 SK의 8 : 5 로 승리로 끝났습니다. 롯데로서는 초반 5 : 0 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수비와 불펜, 두 불안요소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아쉬운 연전패를 당했습니다.

롯데는 져서는 안되는 경기였습니다. 질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롯데는 1회초 공격에서 손아섭, 이대호 선수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경기 흐름을 가지고 왔습니다. 중심 타선의 힘을 보여주었고 SK 선발 송은범 선수를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선취점의 의미는 중요했습니다. 그 선취점이 장타 2개로 만들어지면서 롯데는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롯데의 타선은 송은범 선수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했습니다. 부상 재활이후 복귀한 송은범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 승부구가 롯데 타선에 읽히면서 위기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롯데는 4회초 공격에서 문규현 선수의 볼넷으로 시작된 찬스에서 전준우, 이인구, 손아섭으로 이어진지는 연속 3안타로 3점을 추가했습니다. 5 : 0 롯데의 리드, 분명 의미있는 점수차였고 송은범 선수의 투구는 4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상대 선발의 조기강판은 승리를 예상케 하기 충분했습니다. 롯데 선발 고원준 선수는 이전 선발등판 때 보이던 난조에서 벗어났습니다. 경기 초반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이렇다할 위기 없이 초반을 잘 넘겼습니다. 3회까지 허용한 안타는 단 1개에 불과했습니다. 타선의 초반 폭발과 선발투수의 호투는 롯데의 가장 중요한 승리 공식이었고 4회초 공격까지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롯데의 승리 기대는 4회말 수비에서 사라졌습니다. SK는 주어진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1위팀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4회말 첫 타자 정근우 선수가 내야아타로 출루하면서 롯데 고원준 선수는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였습니다. 5점의 리드가 있었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투구가 화를 불렀습니다. 볼넷 3개가 한 회에 집중되면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정도로 제구에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SK는 2개의 안타만으로 4득점하는 효율적인 공격을 했습니다. SK 타선의 찬스에서의 집중력은 상대가 만들어준 찬스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고원준 선수는 크게 흔들렸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습니다. 5 : 4 의 리드는 끝내 지켜냈습니다. 롯데는 고원준 선수를 대체할 불펜투수가 없었습니다. 극심한 난조에도 고원준 선수를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회말 4실점 이후 고원준 선수는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습니다. 5회와 6회를 무실점으로 넘기면서 승리 투수의 요건을 갖추었습니다. 7회 1사 상항에서 마운드를 물러날때까지 허용한 안타는 4개 뿐이었습니다. 문제는 볼넷 3개가 한 이닝이 모두 나오면서 스스로 흔들려 버린 것이었습니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자신의 투수 벨런스가 무너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경기 중반 롯데는 추가점이 필요했습니다. 안정을 찾은 고원준 선수의 투구수는 많아졌고 극심한 부진을 보이는 불펜을 감안하면 5 : 4 의 리드는 불안했습니다. 선수들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추가점에 대한 의지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요? 롯데 타선은 큰 이승호, 전병두로 이어지는 SK의 좌완 불펜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선발 송은범 선수에게 8안타를 몰아치면서 5득점 했던 롯데 타선은 5회 이후 침묵했습니다. 단 1안타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타선은 이후 더 이상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롯데는 불안한 리드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1점차의 리드는 그 무게감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롯데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운명의 7회 투구수 100개를 훌쩍 넘긴 고원준 선수는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킬 수 없었습니다. 주자 한 명을 남기고 불펜에 마운드를 넘겨야 했습니다. 그동안 계속된 불쇼로 신뢰를 잃어버린 불펜에 명예 회복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7회말 수비를 마치기 위해 4명의 불펜투수를 소모하면서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임경완, 이명우, 이재곤, 강영식 선수 모두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한 점차의 리드는 순식간에 8 : 5 SK의 리드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불펜 투수들은 모두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강하게 타자들과 승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볼넷이 다시 남발되었고 속절없이 적시타를 허용했습니다. 불펜의 난조는 잠재되어 있던 수비 불안을 다시 깨우고 말았습니다. 롯데는 조성환, 황재균 선수의 자리를 2군에서 올라온 젊은 선수들로 채웠습니다. 전준우 선수의 수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허일, 양종민, 정훈 3명의 젊은 선수들은 경기 중반까지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롯데의 내야 라인업은 수비면에서 성공적이었스니다. 하지만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내야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결정적인 실책 2개가 7회말에 나왔고 폭투 등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5 : 0 의 리드도 롯데에게는 풍족한 점수차가 아니었습니다.

롯데는 허탈한 순간이었습니다.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후 타선은 더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SK는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대호 선수 타석 때 그의 천적 정대현 선수를 투입하는 철저함까지 보이면서 8 : 5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안타로 9 : 6 의 경기가 말해주듯 롯데가 공격의 분위기를 주도한 경기였지만 SK는 6안타를 찬스에 집중시키면서 대 역전승을 완성했습니다.

롯데로서는 언제 터질지 몰랐던 두 개의 화약고 불펜 난조와 수비 불안이 7회말 모두 터지면서 악몽과 같은 경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7회는 롯데에게 최악의 순간이었습니다. 팀 사기를 크게 저하시킬 치명적인 패배를 당한 것입니다. 4실점 하긴 했지만 역투했던 고원준 선수의 승리는 물거품이 되었고 이대호, 손아섭 선수의 연속타자 홈런 등 타선의 활약도 빛이 바래졌습니다.

이번 패배로 롯데는 삼성과 6게임차로 그 승차가 벌어졌습니다. 극복하기 힘든 격차입니다. 현재의 팀 분위기와 전력상 4, 5연승이 힘든 상황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부상으로 빠진 조성환, 황재균 선수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게 부곽되면서 시즌 운영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롯데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의 분위기를 타는 것이지만 화요일의 악몽은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내야의 수비불안과 불펜의 방화를 염두에 두고 경기를 해야한다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롯데로서는 패배의 아픔을 잊고 다시 심기일전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지난 경기를 생각하기 보다 앞으로 경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일 등판하는 사도스키 선수의 호투에 롯데는 희망을 걸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타선의 분위기는 좋습니다. 사도스키 선수가 SK 글로버 선수와의 맞대결애서 승리하면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잘 풀어줘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화요일의 패배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롯데 팬들의 시선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김포총각/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