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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물론 스포츠에서 명선수 출신이 명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직접 운동을 하는 것과 지도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 해도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코치연수부터 단계적으로 다시 한 번 발전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모든 스타 출신 선수들이 지도자라서 순탄한 길을 걷는 것도 아니다.

 

올 시즌 앞두고 SK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오랜 기간 팀은 물론, 우리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포수 박경완이 은퇴하자마자 2군 감독 자리를 맡기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선수 생활 연장의 의지가 강했던 박경완으로서는 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를 아끼는 팬들 역기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박경완의 2군 감독 선임은 이러한 아쉬움을 사라지게 하는 사건이었다.

 

박경완은 전성기에 장타력을 겸비한 공수 겸장의 포수로 30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수 싸움에 능한 포수로 큰 활약을 했다. SK와 상대하는 타자들은 SK 투수들과 대결하는 것이 아닌 박경완과 대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상 박경완은 또 한 명의 코치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그의 팀 내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최고 포수의 지도자 변신 그 첫 시즌 결과는?)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박경완은 노쇠화를 피할 수 없었다. 점점 부상이 잦아졌고 정상호, 조인성, 이재원 등 대체 자원이 풍부해지면서 1군보다 2군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박경완은 선수생활을 연장을 위해 타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원하기도 했다. SK는 그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SK는 구단은 의도적으로 박경완을 전력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SK로서는 팀의 레전드인 박경완이 타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분명 기량이떨어졌지만, 탁월한 투수 리드를 하는 박경완의 존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풍부한 포수 자원을 활용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SK이기도 했다. 그렇게 박경완은 이런저런 이유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후회 없이 마무리하고 싶은 꿈을 이룰 수 없었다.

 

대신 박경완은 팀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단순한 레전드에 대한 예우라고 하기에는 2군 감독의 자리를 그 책임이 상당하다. SK는 오랜 기간 팀과 함께했던 박경완이 누구보다 선수 개개인을 잘 알고 있고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주목했다. 수 많은 경기를 통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라면 충분히 선수 육성을 위한 큰 힘이 될 수 있다. 


SK는 신예 선수의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강팀의 자리를 지켜온 SK지만 2군 팜시스템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기존 주전 기량과 그들을 중심으로 한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은 훌륭했지만, 그들을 뒷받침할 자원이 부족했다. SK의 철옹성 같던 전력의 균열이 생긴 것도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결과였다. 지난해 SK는 팀 성적의 부진속에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SK는 올 시즌 후 주전 선수들이 대거 FA로 풀린다. 과거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들이지만, 모두를 잡기는 FA 시장의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시장도 문제지만, 즉시 전력감을 노리는 팀들에게 SK 선수들의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KT가 2015시즌부터 1군에 가세한다는 점은 머니 게임을 불가피하게 한다. 


SK로서는 의도하던 안 하던 대폭의 팀 개편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젊은 선수들의 기존 선수들을 대신할 기량이 될지는 SK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2군 감독에 선임된 박경완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SK는 2군 육성을 위해 구단의 지원을 크게 늘렸다. 그 중요성을 인지한 결과이기도 하고 박경완 2군 감독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올 시즌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박경완은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올 시즌 후 이만수 감독의 임기가 끝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박경완으로서도 팀으로서도 2군 감독 박경완이 만들어낼 결과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박경완이 최고 선수에서 최고 지도자로 갈 수 있을지를 미리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로서 누구보다 화려한 시간을 보낸 박경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군가의 화려한 선수생활을 위해 일해야 하는 위치다. 팀의 기대도 상당하다. 분명 초보 지도자로서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경완의 선수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는 아는 이들은 그에게 우려보다 신뢰를 하게 한다. 그만큼 SK에서 박경완의 존재감은 누구보다 강하고 쌓아온 커리어는 무리할 수 없는 자산이다. 


선수에서 2군 감독으로 변신한 박경완이 지도자 첫해를 어떻게 보내게 될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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