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남자들의 대결, 승자는 김광현. 4월 24일 롯데 대 SK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선발 완투대결이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젊은 좌,우완 투수들의 대결은 김광현 선수의 판정승으로 끝났습니다. SK는 연승을 이어갔고 롯데는 다시 연패의 횟수를 늘렸습니다. SK 전력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는 일전이기도 했습니다.

투수들에 의해 시작되고 투수들에 의해 끝났다고 할 정도로 양팀 투수들은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보여주었습니다. 롯데 조정훈 선수는 그만의 낙차큰 포크볼로, SK 김광현 선수 역시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서워 타자들과 상대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자신감 있게 빠른 템포의 투구를 이어갔고 타자들도 적극 공세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공의 위력이 타자들을 앞도했습니다.

승부는 찬스에서 조금 더 효율적인 공격을 펼친 SK의 2 : 1 승리로 결정되었습니다. SK는 조정훈 선수의 볼넷이 빌미가 된 4회말 나주환 희생타로 1점, 8회말에서는 4번 박정권 선수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뽑아내면서 승리의 징검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에이스 김광현 선수가 무 사사구 투구를 이어가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점 씩 쌓이는 점수의 의미는 어느 경기보다 컸습니다.

 

조정훈 선수는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었지만 위기에서 2사 이후 승부에 점수를 허용했다는 사실이 문제였습니다. 승부구인 포크볼이 덜 떨어지면서 맞은 4회 희생타는 타자의 대응이 좋았지만 8회 2사 2,3루에서 박정권 선수에게 허용한 안타는 볼 배합과 컨크롤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여유있는 볼 카운트에서 주무기인 포크볼이 아닌 빠른 공 승부가 예상했던 결과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뒤를 이은 최정 선수를 포크볼로 삼진 처리한 한 결과를 놓고 보면 조금 더 신중한 승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점을 더 주면 승부가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어려운 승부가 필요했습니다. 9회초 롯데 마지막 공격에서 1득점을 했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정훈 선수 역시 8회 수비의 아쉬움을 계속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천적에 가까웠던 SK 타자들을 상대로 압도하는 투구 내용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좋은 수비로 위기를 넘기는 모습 등은 조정훈 선수가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 선수와의 대결을 대등하게 이끌었다는 사실도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결과는 패전이었지만 조정훈 선수의 투구는 칭찬받아 마땅했습니다. 패배의 더 큰 원인인 타선의 침묵이었습니다. 김광현 선수가 위력적인 투구를 했지만 4번 이대호 선수가 빠진 타선은 그 힘이 모자랐습니다. 그 전 두산전에서 타자들은 조정훈 선수를 패전 위기애서 구해냈지만 토요일 경기에서는 조정훈 일병을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김광현 선수의 슬라이더가 너무 좋았습니다. 빠른 직구와 더불어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슬라이더를 공략해서 만든 안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좌완 투수에게 취약한 면모들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투수가 에이스급이던 아니던 간에 그 승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좌완 투수의 몸쪽 승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홍성흔 선수만이 1타점을 기록하면서 2안타로 분전했지만 그나마도 빗맞은 안타였습니다. 좌완 선발에 대비한 맞춤 타선도 그 효과를 보지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홈런 2개로 활약한 박종윤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지 못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좌완 투수에 약점이 있다고 하지만 플래툰 시스템의 효과가 없다면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것도 대응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대호 선수가 계속 3루를 지켜야 한다면 그 효용성이 없는 플래툰 시스템은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는 SK에 연패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세밀한 플레이에서 SK가 롯데를 앞서는 것이 모두 승리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SK 특유의 투지있고 세밀한 야구에 우직하게 힘으로 맞선 롯데가 당해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SK는 얄미울 정도로 이기기 위한 야구를 하고 있지만 롯데의 대응은 한결같습니다. 조금의 차이가 승수에서는 큰 차이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좀 더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 프로야구는 SK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산, 삼성이 주춤하면서 중위권 싸움의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아직 기아가 제 모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위권 팀들로 3,4연승을 할 수 있다면 중위권 싸움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앞서 연패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롯데는 잦은 연패가 이어지면서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정훈 선수마저 패전을 기록하면서 더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일 선발이 정규시즌 첫 등판이 진명호 선수임을 감안하면 연패의 어두운 그림지가 드리워지는 분위기입니다. 상대 투수가 작년 시즌 큰 위력을 보여주었던 글로서 선수임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보입니다. 아직 그 위력이 살아있는 타선이 얼마나 젊은 선발을 잘 지원해 줄 수 있을지가 변수를 만들 요인이 될 것입니다.

작년과 같은 위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글로버 선수이기에 공략의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타자들이 분전한다면 진명호 선수가 구위만큼은 인정받은 투수이기에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2연패 하면서 드리워진 패배의 기운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롯데의 패배로 끝났지만 양팀 선발투수들의 투구는 너무나 빛났습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도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타자들을 앞도하는 선발투수 대결은 보기힘든 볼거리 였습니다. 조정훈, 김광현 선수에게 줄 수 있다면 상을 주고싶은 경기였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1점을 따라 붙은 롯데의 경기 내용도 좋았습니다. 어제와 달리 내 외야진의 수비가 안정된 것도 다행스러웠습니다.

과연 롯데가 토요일 경기 9회 투혼을 발판삼아 또 한번 연패를 끊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자신감 회복이 우선일 것입니다. 만약 일요일 경기 결과마저 좋지 못하다면 분위기 전환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안밖에서 강력히 요구받을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