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을 마친 프로야구는 이제 후반기 레이스를 앞두고 있다. 팀 당 60여 경기 정도를 남긴 시점에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더 높은 순위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순위별로 지향점은 다소 다르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할 수 있는 SSG, 키움, LG는 우승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이고 그들을 추격하는 4위 KT와 5위 KIA는 순위 상승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위권 팀들과 달리 6위 이후 하위권 팀들은 격차가 크다. 이대로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최하위 한화는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크게 멀어졌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팀 두산과 삼성은 포스트시즌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두산은 6경기 차 7위, 삼성은 8.5경기 차 8위다. 삼성은 전반기를 11연패로 마무리했다. 9위 NC도 9경기 차 9위로 추격이 벅차다.
6위 롯데가 5위 KIA와 4경기 차로 조금은 더 추격의 가능성이 있지만, 롯데는 5월부터 좀처럼 승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6위 자리도 여타 하위권 팀들의 더 깊은 부진에 따른 어부지리의 결과였다. 현시점에서 하위권 팀들이 순위 변화를 일으킬 반등을 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 자칫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로 나뉜 지금의 리그 순위 판도가 이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위권 팀들에게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상승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후반기 시작은 1위부터 5위까지 상위권 팀과 6위부터 10위까지 하위권 팀들의 맞대결로 대진이 짜였다. 5위 KIA와 6위 롯데, 4위 KT와 최하위 한화, 3위 LG와 9위 NC, 1위 SSG와 7위 두산, 2위 키움과 8위 삼성이 후반기 3연전에서 맞선다. 하위권 팀들에게는 후반기 반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결은 5위 KIA와 6위 롯데의 대결이다. KIA는 이 3연전을 통해 5위 자리를 굳히고 더 높은 도약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당면 목표인 5위 자리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후반기를 위해 외국인 타자 피터스를 새로운 외국인 타자 렉스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피터스는 올 시즌 롯데 전력 구상에서 핵심적인 선수였고 롯데 프런트가 큰 기대를 하고 영입했다. 시즌 초반 부진에도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던 롯데였다.
하지만 은퇴하는 이대호를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는 팬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전력 보강을 위한 조치가 필요했고 외국인 타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팀원들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롯데는 전반기 막바지 4연승의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침 롯데는 바로 위 순위 KIA와 대결한다. 연승을 이어갈 수 있다면 5위권에 바싹 다가설 수 있다.
이에 맞서는 KIA가 그런 롯데의 추격을 순순히 허용할리 없다. KIA는 전반기 폭발적인 타선의 힘과 국내 선발 ㅌ 투수진의 활약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후 타선이 힘이 빠지고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한때 5할 승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타선의 중심인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의 부상 이탈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KIA에게 올스타전 휴식기는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수의 선수들이 올스타전 베스트 12에 선정돼 올스타전에 나선 건 체력적 부담이 있을 수 있었지만, 기분 전환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KIA는 6위 롯데와의 후반기 3연전이 중요한 고비일 수 있다. 하지만 KIA는 올 시즌 롯데와의 상대 전적에서 6승 2패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KIA는 롯데전에 강세를 보였다. 이 점은 KIA가 긍정적이다.
KIA로서는 후반기 첫 경기 선발 등판하는 외국인 투수 파노니의 투구 내용이 중요하다. 그는 시즌 중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됐다. 아직 리그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고 올스타전 휴식기를 이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파노니는 후반기 KIA 선발진에서 중요한 변수다. 그가 선발 투수로 제 역할을 한다면 KIA의 마운드 운영은 한결 수월해진다. 이는 상위권 유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롯데는 에이스 반즈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전반기 강력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였던 반즈였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상대에 분석을 당하고 공략당하는 빈도가 늘었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어 보였다. 이런 그에게 얼마간의 휴식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올 시즌 반즈는 KIA전에 약점을 보였다. 반즈로서는 이 징크스를 깨야 하고 그게 성공한다면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5, 6위 대결과 함께 챔피언을 힘을 회복하고 있는 4위 KT는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연승을 기대할 것으로 보이고 한화는 침체한 팀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후반기 시작이 중요하다. 휴식 후 대결인 만큼 전반기와는 다른 양상의 대결이 될 수 있다. KT는 강백호에 이어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부상 공백이라는 악재가 생겼고 한화는 외국인 투수 구성을 새롭게 했고 그들이 리그에 적응할 시간도 벌었다. 부상 선수 복귀도 이루어지면서 완전체 전력이 가능한 상황이다.
3위 LG는 올 시즌 상대 전적 6승 1패의 초 강세를 보이고 있는 NC를 상대로 선두 추격이라는 큰 목표를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첫 경기 선발 투수는 에이스 켈리다. 아직 시즌을 포기할 수 있는 NC는 돌아온 좌완 에이스 구창모를 후반기 첫 경기 선발 투수로 내세워 상승세에 불을 붙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2위 키움은 전반기 11연패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을 상대로 1위 SSG와의 승차를 줄이를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당장 연패를 끊어야 한다. 삼성은 부상 선수 복귀로 전력을 다시 강화했고 새로운 각오로 후반기를 준비했다. 더 밀리면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상황에 놓을 수 있는 만큼 후반기 시작이 중요하다.
1위 SSG는 7위로 밀린 두산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 이상의 결과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에이스 미란다의 부상과 퇴출이라는 악재에 전반적인 전력 약세를 극복하지 못했던 두산은 지난 시즌처럼 후반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후반기 첫 상대가 1위 SSG라는 점이 부담이지만, 이를 잘 넘어선다면 반등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후반기 첫 3연전은 상반된 입장의 두 그룹이 맞서고 있다. 재미없는 후반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위권 팀들의 분전이 절실하다. 하지만 전력 차를 그대로 보여준다면 1부, 2부 리그의 리그 양극화가 그대로 굳어질 수 있다. 이 양극화의 아랫단에 머물지 않기 위해 하위권 팀들은 휴식 후 시작하는 후반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후반기 첫 3연전이 치열해질 수 있는 이유다. 프로야구 팬들로서는 흥미로운 후반기 첫 3연전이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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