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로야구 5월의 판세의 특징은 SSG와 롯데, LG의 3강 체제다. 그 외 팀들은 최하위로 쳐진 KT와 시즌 준 감독 교체라는 강수를 던진 한화가 하위권, 그 외 팀들은 5할 승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혼전 양상이다. 현재까지는 3강 체제의 속한 팀들은 매우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그들을 추격하는 중위권 팀과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상위권 3팀은 이길 때는 함께 이기고 패할 때는 함께 패하는 모습을 보이며 서로의 거리를 좁히지도 넓히지도 못하고 있다. 누구든 연승을 한다면 한다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고 연패에 빠진다면 중위권 팀들의 추격권에 속할 수 있는 살얼음 국면이다.
이런 구도 속에 3강에 속한 롯데와 SSG가 이번 주말 대결한다. 두 팀의 대결은 선두권 팀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를 양분하는 롯데와 신세계 그룹 간 모기업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의 SK와이번스를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신세계 그룹은 SSG 랜더스라는 새로운 구단명을 만들면서 롯데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모기업 오너들과 달리 SSG 모기업의 오너는 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가 하며 열성팬 그 자체였다. 이에 야구단에 대한 지원도 통 크게 이루어졌다.
현재 SSG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최고 환경의 클럽 하우스를 만들었고 매우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프로야구단을 그룹의 계열사 정도로 여기는 기존의 분위기와 달리 SSG는 프로야구단에 큰 상징성을 부여하고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런 SSG가 강조하는 부분은 롯데와의 차별성이다. SSG의 구단주는 창단 첫해부터 롯데를 라이벌로 인식하고 롯데와의 대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롯데는 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지만, 언론과 야구팬들 사이에는 롯데와 SSG의 관계를 유통 라이벌로 규정했다. 이에 두 팀의 대결은 경기 외적 부분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다.
SSG 랜더스가 2021 시즌 프로야구에 진입한 이후 양 팀의 대결은 라이벌이라 할 수 없을 만큼 SSG의 일방적 우위였다. 2021 시즌 SSG는 롯데에 10승 5패 1무로 절대적 우위였고 2022 시즌에도 SSG는 롯데에 10승 5패 1무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SSG는 2022 시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에 올랐다. 롯데와의 대결에서 보인 일방적 우세는 SSG 우승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롯데는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SSG의 성공이 내심 부럽게 보일 수 있었다. 이는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가 모기업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을 받는 계기 중 하나가 됐다. 롯데는 스토브리그가 열리기 전 모기업에서 출자 형식으로 두둑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는 팀에 부족한 포지션을 FA 시장을 통해 메우는데 사용됐다. FA 포수 유강남과 FA 유격수 노진혁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롯데는 최동원, 염종석에 이어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가도 있는 우완 선발 투수 박세웅에게 FA 전 다년 계약을 하며 전력의 안정성을 더했다. 한편으로 롯데는 방출 선수 중 팀에 필요한 불펜 자원을 다수 영입해 마운드의 뎁스를 더했다. 모두 풍부한 자금력이 있었고 수년간 리빌딩에 보다 비중을 두면서 팀 페이롤을 줄여나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롯데와 달리 SSG는 올 시즌부터 시행하는 팀 연봉 상한제, 샐러리캡으로 인해 선수 영입에 제약이 발생했다. 지난 수년간 계속된 투자로 SSG는 우승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지만, 팀에 부족한 포수 포지션에 외부 선수 보강을 할 수 없었다.
여기에 SSG는 지난 시즌 우승 멤버였던 베테랑 투수 이태양이 FA 시장에서 한화에 계약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전천후 외야수 오태곤과 FA 계약을 하면서 추가 전력 누수는 막았지만,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현실이 SSG는 안타깝게 다가왔다. 팀 에이스 역할을 하던 외국인 투수 폰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재계약하지 않은 점도 전력에 마이너스 요소였다. 우승 후 우승을 이끌었던 코치진 상당수가 타 구단으로 떠나며 공백이 발생한 것도 SSG에는 아쉬운 일이었다.
이렇게 전력에 마이너스가 거듭되고 팀의 주축을 이루는 베테랑들이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상황에 SSG 디팬딩 챔피언으로서 올 시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하지만 SSG의 저력은 올 시즌도 그들을 선두권에 자리하게 했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좌완 에이스 김광현도 WBC 출전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SSG의 강점이었던 선발 마운드가 흔들렸다.
이런 악재에도 SSG는 투. 타의 조화와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선두권에 자리했고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선발 투수진은 박종훈, 문승원 두 국내 선발 투수들이 수술 재활을 마치고 나선 지난 시즌 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고 자완 영건 오원석이 더 발전한 투구를 하고 있다. 신예 송영진 역시 대체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최근에는 김광현도 컨디션을 찾아가고 교체 외국인 투수도 전력에 가세할 예정이다.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선발 투수진과 함께 SSG는 올 시즌 우려 속에 시즌을 시작했던 불펜진의 호투가 매우 인상적이다. 마무리 서진용은 매우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로 불펜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19경기 등판에 16세이브를 기록 중인 서진용은 방어율 0를 유지 중이다. 마무리 투수 자리가 안정되면서도 불펜진 전체에 힘이 더해졌다. 신예와 베테랑이 조화를 이룬 불펜진은 현시점에서 10개 구단 중 최고의 힘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방패에 타선은 팀 홈런 1위로 빅볼 야구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고 득점권에서 응집력도 뛰어나다.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지난 시즌에 미치지 못하지만, 새로운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가 폭발적인 타격을 하면서 그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 클래스를 가진 선수들이 다수인만큼 SSG의 타선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SSG가 디팬딩 챔피언의 위용을 유지하고 있다면 롯데는 돌풍의 팀이다. 올 시즌 전망에서 롯데는 하위권 후보였다. FA 시장에서 선수 보강을 이뤘지만,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고 마운드에 의문이 있었다. 실제로 롯데는 시즌 초반 마운드 불안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4월 하순으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롯데는 완전히 달라졌다. 흔들리던 마운드가 불펜부터 안정됐고 최근에는 선발 투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여기에 타선의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다. 지난 시즌 롯데의 큰 약점이었던 상. 하위 타선의 불균형이 사라졌고 그동안 롯데에서 육성한 젊은 선수들이 1군 전력으로 완전히 성장했다. 여기에 방출 선수였던 안권수가 1번 타자로 타선의 활력소가 되고 최근 롯데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김민석도 제2의 이정후라는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는 엔트리에 들어가 있는 모든 선수가 제 역할을 하는 토털 야구로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컨디션 조절, 내부 경쟁을 유지하면서 팀을 더 강하게 했다. 수시로 2군에서 큰 활약을 하는 선수들의 1군에 교대로 콜업해 동기 부여를 하게 하는 엔트리 운영으로 팀 선수 뎁스를 더 두껍게 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함께 하는 롯데의 상승세라는 점에서 롯데의 선두권 진입과 유지는 아직까지 파란불이 켜져 있다.
이런 두 팀이 주말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에서 만난다. 시즌 초반 두 팀의 대결은 우천으로 2경기가 취소되면서 1경기만을 치렀고 SSG가 승리했다. 하지만 그 경기는 롯데가 아직 팀이 정비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승부가 기대된다. 이번 대결은 명실상부한 유통 라이벌 대결이 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두 팀의 대결은 선수권 경쟁팀 간 대결이고 순위 우열이 분명히 가려질 수 있는 대결이다. 현재 1위와 3위까지 선두권 팀들은 승차가 아닌 승률로 순위가 매일매일 변하고 있다. 맞대결 결과가 순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순위 경쟁을 위해서도 상대와의 3연전에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그전 롯데와 SSG는 최근 상승 흐름인 한화, NC와의 주중 3연전을 치러야 한다. 한화는 시즌 감독 교체 결정을 하면서 팀 분위기를 일신했고 기존의 무기력함도 벗어난 모습이다. NC 역시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 복귀하면서 전력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롯데와 SSG 모두 주중 3연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야 주말 3연전 부담을 덜 수 있다.
SSG가 프로야구에 들어온 이후 롯데와의 관계는 상위권의 SSG, 하위권의 롯데로 큰 격차가 있었다. 상대 전적도 SSG의 일방 우세였고 구단 마케팅이 등에서도 크게 대조를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가 매우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성적까지 따라오면서 진정한 라이벌 구도도 형성될 조짐이다. 이번 주 만나는 두 팀의 대결은 라이벌로서 맞서는 첫 대결이라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SSG 랜더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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