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후 3연승, KT가 벼랑 끝에서 시리즈를 역전하며 한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KT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3 : 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최후의 승자가 됐다. KT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던 2021 시즌에 이어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NC는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 그리고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며 한국 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높였지만, 마지막 1승 앞에서 무너지며 포스트시즌 여정을 접어야 했다. NC는 3차전부터 체력적인 부담을 분명히 느끼는 모습이었고 마지막 고비를 끝내 넘지 못했다. KT는 3차전 이후 경기력을 회복했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며 그 어렵다는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중요한 승부처는 3차전이었다. 3차전에서 KT는 선발 투수 고영표가 완벽한 투구로 NC 타선의 상승세를 제어했고 3 : 0으로 완승했다. 이 경기에서 KT는 경기 감각 저하로 고전하던 타선이 타격감을 회복할 조짐을 보였고 4차전에서 NC 마운드를 초반부터 무너뜨리며 11 : 2의 대승을 주도했다.
업셋 패배의 위기에서 반전 성공한 KT
4차전에서 KT는 1차전 선발 등판 후 3일의 휴식만 했던 외국인 투구 쿠에바스를 선발 투수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시리즈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 쿠에바스는 1차전 부진했지만, 4차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투수였고 정규 시즌 12승 무패 승률왕 다운 투구를 했다. 여기에 타선이 초반 폭발하면서 쿠에바스는 한결 여유 있는 투구를 했고 KT는 필승 불펜진을 소모하지 않고 시리즈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5차전에서 KT는 초반 실책이 겹치며 2실점 했지만, 선발 투수 벤자민에 이어 손동현, 박영현, 마무리 김재윤까지 불펜진이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고 5회말과 6회 말 2득점과 1득점으로 경기를 뒤집고 끝내 승리를 가져왔다. 이 승부처에서 KT는 부상으로 선발 출전에 제한을 받았던 좌타 외야수 김민혁 대타 카드가 2타전 동점 적시타의 결과를 만들며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다.
NC는 선발 투수 신민혁이 2차전 호투에 이어 5차전에서 호투를 이어가며 승리 희망을 키웠지만, 5회 말 고비를 넘지 못했다. NC는 보다 적극적인 불펜 운영이 필요했지만, 정규 시즌 치열한 순위 경쟁에 이어 포스트시즌까지 쉼 없이 가동되며 과부하에 걸렸던 불펜 활용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결과론이라지만, 경기 후반 NC 불펜진이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중반 마운드 운영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었다.
더 큰 아쉬움은 에이스 페디가 5차전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정규 시즌 20승 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고 다승, 승률, 방어율까지 투구 3관왕에 올랐던 리그 최고 투수 페디였지만, 포스트시즌 그의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이미 정규 시즌 페디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팔을 강타당하며 포스트시즌 등판에 대한 우려가 컸다.
페디는 타박상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어깨에 피로가 쌓였고 타구에 맞은 후유증이 있었다. 페디는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에 등판하지 않았다. 이대로 시즌을 접는 듯 보였지만, 페디는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했고 정규 시즌 이상의 위력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NC는 이런 페디의 컨디션이라면 5차전으로 시리즈가 이어진다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끝내 5차전 마운드에 서지 못한 NC 에이스 페디
하지만 페디는 5차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올 시즌 큰 활약으로 메이저리그 복귀가 유력한 그가 몸을 사린다는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1차전 선발 등판을 했던 만큼 과한 부분이 있다. 페디는 자신의 몸 상태에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등판은 개인에게도 팀에도 도움이 안 된다.
더군다나 그는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 신분이다. 그에 무한 헌신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또한, NC가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뒤집고 포스트시즌에 오르고 플레이오프에서 접전을 펼칠 수 있었던 건 페디가 있어 가능했다. 그에 대한 비난을 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해도 1차전 등판 후 3일 휴식 후 등판을 강행하며 시리즈 균형을 맞춘 호투를 한 KT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와 지면 탈락하는 5차전에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페디의 모습은 분명 크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두 외국인 투구의 활약은 시리즈 승패를 엇갈리게 했다. 아울러 외국인 선수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KT와 NC의 플레이오프 승부는 NC의 업셋 돌풍을 잠재운 KT의 관록이 승리한 시리즈였다. KT는 1차전과 2차전 긴 휴식으로 떨어진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하고 NC의 상승세에 밀렸지만, 그들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3차전 승리 이후에는 시리즈 분위기를 주도했고 4차전과 5차전에서 과감한 승부수가 적중하며 열세를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철 감독은 다시 한번 승부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KT는 5차전의 긴 승부를 하면서 체력 소모가 많았다. 쿠에바스와 벤자민 두 외국인 투수들도 다소 무리한 등판을 했고 필승 불펜진도 소모도 있었다. 여기에 4차전 대승을 하긴 했지만, 타선이 마운드에 비해 부진하다는 점이 한국시리즈에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 상대하는 LG의 투수들은 충분한 휴식으로 힘이 넘치고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친 NC 투수들을 상대로도 고전했던 플레이오프 KT 타선의 분위기라면 큰 반전을 이루기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KT는 중심 타자 강백호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나설 수 없다. KT로서는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경기 감각을 회복한 타선이 더 힘을 내야 더 나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KT와 상대하는 LG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가능성이 더 커졌다. KT는 플레이오프 5차전 접전으로 전력 소모가 많았다. 여기에 주력 선수의 부상도 있다. 정규 시즌 상대 전적도 LG가 확실한 우위에 있어다. 이어 대해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오랜 세월 우승에 목말랐던 팀들이 우승했다는 점은 LG에 긍정적이다.
KT가 자랑하는 선발 투수진 대부분이 정규 시즌 LG전에 약점이 있었다. 가장 강점이 있는 좌완 선발 벤자민은 포스트시즌 정규 시즌과 같은 위력은 아니다. 필승 불펜 카드가 한정적인 KT는 선발 투수들이 가능한 오랜 이닝을 버텨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점에서 KT 선발 투수진의 불안 요소는 KT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KT는 많은 이들이 이제 끝났다고 했던 비관적인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극복했고 이는 팀 전체에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가을비로 5차전 경기가 중도에 우천으로 취소될 수도 있었지만, 경기 중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그대로 이어지는 경기운도 있었다.
두 번째 한국 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KT
만약, 5차전이 중도에 취소됐다면 KT 마운드 운영은 크게 꼬일 수 있었다. 이는 플레이오 승패를 떠나 한국시리즈에도 부담을 더할 수 있었다. 또한, 2021 시즌 한국 시리즈 우승의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때 우승 멤버 상당수가 이번 한국시리즈에 나서고 이강철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LG는 절대 우세라는 전망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지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경기 감각 문제는 피할 수 없다. 가을비가 내린 후 크게 쌀쌀해지는 날씨 역시 경기 공백이 길었던 LG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경기 외국인 투수 한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한국시리즈에 나선다는 점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무엇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다수 있는 KT와 포스트시즌 경기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T다. 체력적으로는 소모가 있었지만, 2연패 후 3연승은 팀 분위기에는 상당한 플러스 요소다. 선발 마운드가 건재하고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이 든든했다. 박병호, 황재균, 김상수 등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수들이 다수 있다는 점도 KT의 장점이다.
이제 KT는 NC의 도전을 받았던 플레이오프와 달리 정규 시즌 우승 팀 LG에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KT가 플레이오 극적 승리의 상승세, 전력의 강점을 극대화해 한국시리즈에서 업셋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KBO,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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