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출신 메이저리그 포스팅 성공을 역사를 최초로 썼던 류현진의 KBO 리그 복귀가 확정됐다. 한화는 2월 22일 류현진과 8년간 170억원의 다년 계약을 정식 발표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KBO 리그 선수로 활약했던 마지막 시즌인 2012 시즌 이후 12년 만에 KBO 리그 선수가 됐다.
이런 류현진을 위해 한화는 KBO 리그 최고 대우를 보장했다. 대신 류현진은 8년의 계약 기간으로 구단의 샐러리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 금액과 관련한 의견차가 있다는 설도 있었지만, 계약 내용은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류현진이 30대 후반의 나이에 전성기를 지났다고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KBO 리그 복귀는 리그 판도까지 흔들 가능성도 크다.
얼마 전까지 류현진의 KBO 리그 복귀는 말 그대로 설에 머물렀다. 2023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새로운 팀을 찾는 중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부상 재활 후 후반기 복귀했지만, 그의 장점인 다양한 구질과 제구력이 여전했다. 구속은 이전에 비해 더 떨어졌지만, 부상 복귀 후 첫 시즌임을 고려하면 더 빨라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이에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지속하려 했고 새로운 계약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갑자기 빨라진 류현진의 KBO 리그 복귀 시계
하지만 메이저리그 FA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오타니와 같은 특급 선수가 초 대형 계약을 했고 KBO 리그 출신 이정후가 대형 계약으로 포스팅에 성공했다.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투수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을 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였던 시장 분위기가 냉각됐다. 그래도 메이저리그가 최근 선발 투수난이 심화되고 검증된 선발 투수들이 호조건에 계약을 하는 상황은 류현진에 유리해 보였다. 이에 류현진은 버티기 전략으로 나섰다. 마침 그의 에이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슈퍼 에이전트라 불리는 보라스였다.
복수의 구단이 류현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가 본격화되는 시점까지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류현진의 FA 계약은 지지부진했다. 여러 설들만 난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대했던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류현진은 첫 번째 FA 계약 당시 4년간 총액 8천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와 2차례 수술 이력은 가치 평가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류현진이 속구 구속 저하에도 메이저리그에서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로 오랜 기간 활약을 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류현진으로서는 최소 2년 이상의 계약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는 1년 계약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봉 수준은 KBO 리그 이상이었지만, 다음 시즌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류현진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1년 계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또 한 번의 FA 계약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자칫 저니맨으로 메이저리그 후반기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그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큰 활약을 했던 박찬호와 김병현은 1년 계약을 하며 도전을 지속했던 이력도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 지속과 한화로의 복귀 사이에서
류현진으로서는 여러 가지를 고민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분명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KBO 리그, 한화에서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메이저리그에서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고 싶은 마음도 함께 했다. 류현진은 보다 힘이 남아있을 때 KBO 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조금 더 기다림을 가진다면 보다 나은 메이저리그 오퍼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류현진은 기다림보다는 한화에 복귀해 새 시즌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류현진의 복귀 가능성을 고려해 한화는 샐러리 캡을 이정 부분 비우며 그와 지속 소통했다. 그리고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 시점에도 한화는 류현진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했다. 한화의 기다림은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한화 복귀라는 큰 사건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와 함께 한화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한화는 그동안 최하위를 전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유망주들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했고 FA 시장에서 꾸준히 전력 보강을 했다. 이런 노력이 올 시즌 결실을 맺을 시점에 류현진이는 확실한 전력 보강 요소가 더해졌다.
류현진의 가세는 특히, 한화 마운드의 높이를 한층 더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국가대표로도 경쟁력을 입증한 우완 파이어볼러 선발 투수 문동주가 있고 지난 시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또 한 명의 우완 파이어볼러 김서현이 있다. 여기에 즉시 전력감인 신인 좌완 투수 황준서가 전력에 포함됐다. 이들은 기존의 베테랑 장민재, 이태양, 김민우 등과 함께 신. 구가 조화를 이루는 선발 투수진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층 높아진 한화의 마운드
여기에 특급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 선발 투수진에서 플러스 요소였던 외국인 투수 페냐와 산체스가 올 시즌도 함께 한다. 선발 투수진에서는 분명한 경쟁력이 있었던 한화였다. 이 선발진에 류현진이 더해졌다. 류현진은 과거 KBO 리그에서 활약할 때와 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더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높은 구종 가치를 인정받았던 체인지업과 또 다른 주무기 컷패스트볼의 위력이 여전하다. 그 두 구종은 KBO 리그 타자들이 접하지 못한 구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구속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의 속구 구속은 KBO 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수술 재활 후 올 시즌은 구속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화려한 경력의 류현진이라는 이름값은 상대 팀과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무기다. 또한, 류현진이 가지는 상징성과 풍부한 경험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크지만, 한화 선수들에게 주는 상승효과가 매우 크다. 과거 은퇴 시점에 한화에서 1시즌 활약했던 박찬호 이상의 전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침 한화는 2025년 새로운 신축 홈구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류현진의 복귀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장 올 시즌에도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는 홈과 원정경기 모두 만원 관중을 기대할 수 있다.
리그 차원에서도 류현진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다. 류현진은 프로야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여러 악재에서 흥행 회복의 가능성을 높였던 KBO 리그에는 큰 호재라 할 수 있다. 이는 역대 가장 큰 금액으로 중계권 계약을 한 티빙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OTT 사업자인 티빙은 모바일 프로야구 중계에 있어 기존에 없었던 유료 이용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류현진의 복귀는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2024 프로야구의 중요한 흥행 요소
이렇게 류현진의 KBO 리그 복귀는 스타 선수의 복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성기를 지났지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팀 5인 로테이션에 포함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기존 메이저리그 선수의 KBO 리그 복귀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프로야구에서 만년 하위팀이었던 한화가 확실한 전력 보강을 했다는 점에서 기존 순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올 시즌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볼 판정에 대한 자동화 시스템, 일명 로봇 심판 시스템을 도입하고 내야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스피드업을 촉진하기 위한 경기 방식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선수의 복귀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제 남은 건 류현진 어느 정도의 투구를 보여줄지 여부다. 그의 선발 등판만으로도 큰 화제성이 있지만, 그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기대는 실망으로 변할 수도 있다. 시즌을 준비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스프링 캠프를 충실히 함께 하지 못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어깨 수술에 이어 팔꿈치 수술까지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했던 류현진 건강하게 풀 타임 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분명한 건 류현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선발 투수로 KBO 리그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야구 팬들에게는 매우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라는 점이다. 2024 프로야구에서 류현진과 한화는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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