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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천문석각의 진짜 비밀은 태종의 정치적 책략이었다. 태종은 일찍이 석각의 별자리 중 왕을 뜻하는 자리가 고려 왕조의 부활을 의미하도록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새겨진 것을 알고 있었다. 태종은 자신이 왕이 되어서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고려 왕조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조정에도 상당수가 있음을 인지하고 은밀에 이들 조직을 무너뜨릴 계획을 진행 중이었다. 태종은 이들 세력들이 천문석각의 비밀을 빌미로 자연재해와 기근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부추겨 고려왕조 부활을 위하 거사를 실행에 옮길것을 예상했다. 그 세력들 틈에 있었던 장희제는 태종의 명을 받아 그들의 기밀 자료를 확보했고 이를 태종에게 알렸다. 대대적 정치적 숙청의 시작이었다. 


태종은 고려 부활 세력뿐만 아니라 평소 절대 왕권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까지 함께 숙청하려 했다. 이를 위해 태종은 반정 세력의 명단에 이들까지 포함해 역적으로 처벌하려 했다. 문제는 이 명단속에 장영실까지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장영실은 자신의 천문지식과 서책을 통해 천문석각의 왕 별자리가 잘못 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태종이 이를 알고있었다는 사실까지 그의 조력자 이천에 알리고 세자인 충녕대군도 이를 알게 됐다. 







하지만 장영실의 이 행동은 태종의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태종에서 천문석각의 비밀으 영원히 알려지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결국, 장영실은 함께 역적의 누명을 쓰고 투옥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장영실의 구명을 위해 충녕대군과 이천이 나섰지만, 태종의 마음을 바뀌지 않았다. 그는 부친인 장성휘와의 인연을 고려해 선처를 호소하는 장영실을 애써 외면하며 장영실을 비롯한 반대세력들의 처형을 명했다. 


명나라로의 도주와 충녕대군과의 인연을 이어갈지를 고민하던 장영실은 이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고 말았다. 처형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장영실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비책이 이천에 의해 나왔다. 이천은 태종에서 장영실이 혼상을 만들 수 있고 천문과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격물연구에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들어 선처를 요청했다. 아울러 처형 당일 밤 유성우를 관측할 수 있다는 장영실의 예측이 맞다면 그를 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태종은 자신의 목숨까지 건 이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짙은 구름으로 가득한 날씨는 유성우 관측의 진위를 가릴 수 없게 했다. 장영실의 기사회생이 희미해지는 시점에 구름이 걷히고 그가 예측한 대로 유성우가 관측됐다. 장영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와 함께 처형될 다른 이들의 운명은 바뀌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충녕대군과 가까운 젊은 대신들이었다. 충녕대군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이들을 구명하려 했다. 장영실도 과거 태종의 문집에 실릴 시를 상기시키며 태종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주변의 신하들까지 이에 가세했다. 


태종은 이런 주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미 왕권의 지엄함을 과시한 상황이었고 세자의 정치적 입지로 확보한 상황에서 태종은 처형을 멈출 것을 명했다. 장영실도 세자인 충녕대군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실 수 있었다. 


이후 장영실은 태종의 신임을 얻어 그만의 천문과 격물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비록, 노비의 신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게 됐다. 그는 혼상을 제작하는 한편 서운관에서 계속 일하게 됐다. 그 사이 태종은 세자인 충녕대군에 왕위를 양위했고 충녕대군은 상왕의 된 태종의 후원 속에 자신만의 정치를 위한 초석을 쌓아갔다. 세종대왕 시대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세종은 조선만의 천문 연구과 이를 바탕으로 역법연구를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중국의 연구서적에 의존하는 천문과 격물 연구의 한계를 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중국에서도 극비 사항으로 쉽게 조선이 접근할 수 없었다. 이 연구를 깊게 하면 할수록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다.


세종은 극비리에 명나라 사신 일행에 서운관 책임자가 된 장희제와 장영실을 포함했다. 세종은 이들에게 명나라의 천문 연구시설을 비밀리에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 실정에 맞는 천문 관측기구 제작을 명했다. 만약 발각된다면 이들의 목숨의 위태로운 일이었다. 어린 시절 같은 양반가의 자손이었지만, 양반과 노비로 만난 악연이 있었던 장희제와 장영실은 함께 위험을 이겨내고 왕명을 수행해야 하는 공통 운명체가 됐다. 


아직 장영실이 노비임을 들어 그에 대한 멸시와 능력에 대한 시기어린 마음이 남아있는 장희제가 장영실과 힘을 합쳐 왕명을 이행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가운데 장영실은 다시 한 번 그의 인생에 있어 큰 고비를 맞게 됐다. 성공한다면 장영실은 자신의 천문 연구에 있어 일대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라면 타국에서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과연 장영실의 명나라행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사진,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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