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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맞닿아 있는 경기도 가평군은 전체 면적에서 산지가 80%를 넘을 정도이고 강원도 못지않은 험준한 산악 지형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가평군에는 설악면이라는 지명이 있을 정도다. 그 한편으로 가평은 물의 동네이기도 하다. 험준한 산지에서 내려오는 물은 모두 북한강으로 향한다. 그 북한강의 물길은 가평 곳곳에 멋진 풍경을 만들어 준다.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는 가평군은 수도권의 대표적 여행지다. 과거 경춘국도와 경춘선 열차가 이곳을 지났고 최근에는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한층 접근성이 좋아졌다. 그 덕분에 수도권에서 가평군은 찾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당일 여행 코스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의 주거 지역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 기행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62회에서는 이 가평군을 찾아 이모저모를 살폈다.

군데군데 아직 얼음이 얼어있는 북한강변의 풍경을 따라 걸으며 여정을 시작했다. 겨울과 봄이 혼재하는 풍경과 함께 하며 계절의 변화를 살필 수 있었다. 길을 걷다가 막국수 식당이 즐비한 식당 거리를 찾았다. 강원도 경계를 이룬 탓인지 가평군에는 막국수 식당이 많다고 했다. 그 식당들 사이에서 만둣국 식당이 눈에 보였다. 그 식당은 가평군의 특산물인 잣이 들어간 만둣국이 중요한 메뉴였다. 산지가 많은 가평군에서는 예로부터 잣나무가 많았다. 잣은 가평군의 대표적인 특산물이기도 하다.

이 식당에서는 잣이 들어간 만둣국으로 독특한 맛을 내고 있었다. 그 한편에서는 잣 껍데기를 연료로 하는 화목난로와 그 열을 이용한 군고구마 굽는 기계가 특이했다. 모두 식당 사장님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식당 사장님과 그 아내는 남다른 인연으로 부부가 됐다. 사장님은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아버지의 임종전 지금의 아내와 혼인하겠다고 하며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사장님은 그 사실을 알리고 아내에 청혼을 했고 아내는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아내는 20살의 어린 나이에 혼인을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아내였다. 과거에도 쉽게 볼 수 없었던 결혼스토리였다. 

 

 


부부는 사장님이 회사를 퇴직한 이후 가평에서 식당을 열었고 이제 자리를 잡았다. 부부가 함께 해도 바쁜 식당 일이지만, 사장님은 지역의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각종 단체의 일을 병행하면서 식당 일에 소홀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런 사장님에게 아내는 불만도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식당 일을 하면서 지역일을 병행하는 남편을 묵묵히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사장님은 만두 빚는 기계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부부는 티격태격하면서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얼음이 녹고 그 물이 흘러가는 강변의 풍경을 따라 걸었다. 그 길에 한옥집이 보였다. 마침 부녀가 한옥의 창호를 다시 바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집은 주인은 3대째 이어지는 대목장 장인이었다. 그는 20대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이어진 가업을 이어받았다. 지금의 집은 그가 손수 지은 집이었다. 그가 대목장 일을 하던 초창기 지은 집으로 그에게는 매우 의미가 큰 한옥이었다.

그리고 그의 딸은 이 한옥에서 낳아서 자랐다. 지금은 한옥 한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아버지와 함께 하고 있었다. 자녀들이 장성하며 대부분 도시로 떠나는 게 보통이지만, 딸은 대목장으로 일하는 아버지의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그 아버지에 힘이 되고자 이곳에 남았다. 대부분 야외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타지에서 일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이런 딸과 가족들의 응원 속에 장인은 더 힘을 내 대목장의 일을 할 수 있었다. 오늘도 아버지와 딸은 그들의 한옥에서 서로에 힘에 되며 가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 한적한 마을의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 끝 전망 좋은 곳에서 사설 천문대가 보였다. 그 천문대에서 하늘을 관측하는 이들이 보였다. 천문대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하늘 그리고 밤하늘 별을 보고 우주를 관측하는 일이 좋았고 천문학자의 꿈을 가졌다. 어릴 적 만든 종이 망원경으로 시작한 그의 꿈은 이제 장년을 넘어 천문대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천문대 한편에서 그가 그동안 모아온 다양한 관측 망원경이 꿈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천문대에서 만난 청년은 과거 초등학교 시절 이 천문대에서 체험학습을 위해 이 천문대를 찾았고 그때의 기억이 그에게 천문학자의 꿈을 가지도록 했다. 그는 이후에도 그 꿈을 위한 길을 걸었고 대학도 천문학을 연구하는 전공과를 선택했다. 천문대 관장님의 꿈이 또 다른 어린이에게 이어졌고 이들은 이제 함께 우주를 연구하고 별을 관측하고 있었다. 꿈과 꿈이 이어져 현실이 된 훈훈한 모습이었다. 서로의 꿈이 맺어준 인연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과거 펜션이었던 한 장소를 찾았다. 이곳은 과거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었다. 숙소와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과 숲까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추억과 낭만을 쌓을 수 있었다. 과거 대학생들에게 MT는 대학생활에 있어 꼭 거쳐가야 할 통과의례와 같았다. 가평은 춘천과 함께 그 MT의 중요한 장소였다. 기차를 함께 타고 MT 장소에 와서 같은 먹고 같이 자고 함께 부대끼며 소속감도 쌓고 청춘의 추억도 쌓을 수 있었다. 이 펜션은 과거 MT가 성행하던 시절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의 MT 문화는 2,000년대 들어 시들해졌고 과거 대학의 추억이 됐다. 이 펜션도 이제는 펜션이 아닌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펜션의 사장님은 애초 이곳을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술관으로 만들려 했지만,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게 좋아 MT 전문 펜션으로 운영했었다고 했다. 이제 그 젊은이들은 없지만, 대신 이 장소는 그의 원래 바람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 한편에 오래된 피아노가 놓은 사장님만의 장소가 있었다. 이 피아노는 과거 그의 딸이 사용하던 것이라 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딸은 20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황망하게 딸을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낸 사장님의 충격은 매우 크고 깊었다. 사장님은 딸만을 위한 동화책을 만들 정도로 딸을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 딸을 사장님은 마음에 묻었다. 그가 펜션을 운영했던 것도 어쩌면 젊어서 세상을 떠난 딸과 같은 청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세월이 흘렀고 모든 게 변했다. 자신도 노년의 나이가 됐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딸과 그리고 청춘들의 추억을 벗 삼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가평의 잣나무 숲이 우거진 산책길을 찾았다. 80년 이상의 잣나무 들고 이루어진 이 숲길은 울창한 숲속에서 마음껏 청정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잘 보존된 잣나무 숲길 사이사이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있었고 봄의 따스한 햇살이 함께 하고 있었다. 자연의 냄새를 마음 가득 담아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숲을 벗어나 한 시골 마을을 찾았다. 잘 가꾸어진 정원수로 채워진 정원이 있는 집이 보였다. 그 집 마당에는 수많은 장독대가 있었다. 실제 그 안에서는  시차를 달리하고 장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이 집은 부부는 매일매일 장을 담그러 관리한다고 했다. 그들의 필요해서 담그기도 하지만, 지인들의 부탁으로 장을 담그기도 한다고 했다. 번거롭고 힘든 일이지만, 그 일이 즐겁기만 해 보였다. 

이 부부의 아내는 과거 도시에서 헤어디자이너로 크게 명성을 얻었다. 화려하고 소위 잘나가는 삶을 살았던 그였지만, 그 삶 속에서 큰 병을 얻어 장기간 투병을 해야 했다. 건강을 잃고 난 후에 그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했고 전원생활을 위해 가평에 터를 잡았다. 이곳에서 그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동네 미용실을 만들어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삶을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건 아니고 동네 주민들의 미용사로 족하다고 했다. 이런 아내의 변화를 남편은 묵묵히 지지하고 함께 전원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부부는 전원 속에서 이전에 없었던 삶의 여유와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평 읍내의 역사 흔적을 찾았다. 과거 가평 관아가 있던 흔적인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는 1700년 심은 것으로 기록된 오래된 고목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70~80대 건축 스타일로 지어진 양옥집들이 늘어선 마을이 있었다. 역사의 흐름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마을에서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 있었다. 

식당 안에서 식당의 사장님이 손님이 오는 지도 모르고 김치 담그는 일에 한창이었다. 그는 과거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궁중요리를 배우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 하지만 배움의 과정 속에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식당을 시작했다. 식당은 이론과 실제가 많은 달랐다. 배운 대로 했지만, 손님들의 기호를 모두 맞출 수가 없었다.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했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 결과 탄생한 요리가 수육전골이었다. 그가 배운 궁중요리 기술을 접목한 수육전골은 이 식당의 대표 메뉴가 됐다.

사장님은 더 맛있는 수육을 위해 가마솥에 고기를 삶고 육수를 끓였다. 그 과정을 지키기 위해 그는 매일 같이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지금도 그 일상은 변함이 없다. 힘든 일상이지만, 자신의 맛을 인정받고 식당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했다. 지금도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그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식당의 불빛은 지금도 이른 새벽 동네에서 가장 먼저 빛을 내고 있었다. 

이렇게 가평에서는 멋진 자연 경관 속에 자신의 꿈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이웃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들의 꿈을 위한 노력과 열정은 그들의 삶에 봄날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찾아오는 봄이 아름답듯이 가평에서 만난 이웃들의 삶도 행복한 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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