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 있어 대 격변을 불러온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편리하게 해주고 삶의 풍요를 가져다줬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심각해진 환경파괴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는 점점 부분적인 문제를 벗어나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상기후와 기상 이변, 심각한 자연재해는 수백 년 만의 폭우, 폭설, 심각한 가뭄 등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은 일부 섬나라의 존립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고 탄소 배출량 억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전 지구적인 행동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닌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알지 못하는 사이 지구 생태계는 대 멸종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이미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에 사라졌고 사라져가고 있다. 각종 뉴스에서는 멸종 위기에 있는 동식물의 소식들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런 동식물의 멸종은 결과적으로 생태계의 가장 위 단위에 있는 인간의 멸종이라는 극단적 상황의 전 단계다.
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명들은 각자의 역할과 필요가 있다. 그중 일부가 사라지는 건 생태계 흐름과 질서를 파괴시키고 뜻하지 않은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변화가 누적된다면 언젠가 인류에게 더 큰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 그 점에서 생물의 멸종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위기의 생물 중 중국 쓰찬 지역에서만 분포하는 동물 중 하나인 판다곰은 대표적이 멸종 위기종이다. 판다곰은 다른 곰에는 없는 흰색과 검은색이 함께 하는 점박이 무늬를 가지고 있다. 이런 독특함과 희소성 탓인지 판다곰은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고 만화나 영화의 주인공으로 매우 귀엽고 친숙한 이미지지만, 그들의 개체수는 크게 감소했고 이제 자생적으로 그 개체수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판다곰은 특이하게도 잡식성의 곰들과 달리 대나무를 주 먹이로 하는 초식 동물이고 제한적인 범위에서 영역을 설정하고 살아간다. 언뜻 보면 유칼립투스 나뭇잎만을 먹으며 평생 큰 움직임 없이 살아가는 호주에서만 자생하는 동물인 코알라를 연상하게 한다.
이런 생활습성 탓인지 판다곰은 인간들의 위한 지속적인 서식지 파괴 속에 점점 삶의 터전을 잃어갔고 제한된 범위에서 소수만이 살아가고 있다. 이제 판다곰은 국제적인 보호 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판다곰은 각국의 동물원에서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 동물이다. 중국 정부는 판다곰의 해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해외 동물원에 있는 판다곰은 중국 정부의 승인 속에 정부 간 협의를 거쳐 임대 형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즉, 각국 동물원에 있는 판다곰들의 소유권은 중국 정부에게 있다.
판다곰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에 따른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막대한 임대료와 함께 유지 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판다곰은 식성이 매우 까다롭고 신선한 대나무 잎과 줄기, 엄선된 간식만을 급여해야 한다. 동물원 환경을 서식지와 비슷하게 구현하고 유지하는데도 상당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력과 시설이 더 필요하다.
이에 판다곰 한 마리를 관리하는 데 연간 수십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판다곰의 가지는 희소성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불러오는 탓에 판다곰을 키우고자 하는 동물원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유일하게 판다곰을 사육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판다월드를 조성하고 판다곰만을 위한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에버랜드 동물원이 국제 판다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하면서 만드어진 판다월드에는 아이바오와 러바오 한 쌍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푸바오까지 3마리가 살고 있다.
특히, 암컷인 푸바오는 동물원에서는 극히 보기 힘든 자연 분만에 성공한 케이스로 그 존재가 더 소중하다. 이에 푸바오의 푸바오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은 뉴스에서도 자주 다뤄졌고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제 푸바오는 2020년 7월 태어났고 최근 독립해 독자적인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매우 드문 일로 판다곰의 보존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푸바오는 성체가 되는 시점에 중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종의 보존을 위한 협약에 따라 푸바오는 소유권이 있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판다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푸바오의 짝을 한국에서 찾을 수 없고 판다곰의 보존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식사 중
이렇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푸바오를 포함한 판다곰 가족은 이 동물원에서는 최고 인기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여타 동물들과 비교해 판다곰 사육장은 많은 이들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실제 이곳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판다 월드는 그들의 사육장만 있는 게 아니라 판다곰과 관련한 여러 자료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함께 느낄 수도 있었다.
또한, 판다곰의 귀여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도 했다. 판다곰은 매우 예민한 성격으로 많은 관람객들의 방문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 오랜 시간 동물원에서 생활하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에 익숙해진 듯 보였다. 그들은 중요한 생활패턴인 대나무 식사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동물원의 스타인 걸 아는 듯 보였다. 판다 월드의 귀염둥이 푸바오 역시 자신만의 영역에서 즐겁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왜 판다곰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판다월드에서는 또 다른 휘기 동물인 레서판다와 황금원숭이 가족들도 만날 수 있었다. 판다곰의 인기에 다소 가려졌지만, 그들의 모습도 독특했다.
이렇게 귀한 동물들과 만나는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은 동물원이 아니면 보기 어렵게 된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들은 멸종의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사실 그들이 멸종 위기에 빠진 것도 사람들 탓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치기 전 원활한 공존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들 외에도 지구 곳곳에는 멸종의 위기에 직면한 생물군들이 있다. 판다곰은 어떻게 보면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귀여운 모습 속에는 사라짐이라는 공포가 함께 하고 있다. 동물원이 아닌 야생에서 동식물들이 그들의 영역을 만들고 살아가면서 사람과 공존하는 세상, 멸종 위기종이라는 말이 사라져가는 현재 그리고 미래를 기대해 본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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