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는 현대에 '록'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다. 1950년대 흑인 음악인 블루스와 농촌 지역의 백인들의 즐겨 듣던 컨트리, 재즈 등이 혼합된 로큰롤을 그 기원으로 하는 록은 불세출의 팝 스타, 엘리스 프레슬리와 비틀스를 중심으로 주류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록은 2010년대 이후 힙합과 리듬 앤 블루스 장르 등에 주도권을 내주고 주류 음악에서 다소 밀린 면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자기타를 중심으로 한 전자 악기에 기반한 강렬한 사운드와 밴드 음악이 그 힘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록은 대중음악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록은 한때 마니아들의 음악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록 뮤지션들의 방송 진출이 늘어나고 대중지향적인 록 음악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인지도를 높였다. 

이런 록 음악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뮤지컬 공연이 있다. 락 뮤지컬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는 스쿨 오브 락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본 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이 뮤지컬은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2024년 1월 12일부터 3월 24일까지 공연 중이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컬답게 예술의 전당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오페라하우스를 그 무대로 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스쿨 오브 락 오리지널 공연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을 하고 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쿨 오브 락'은 미국에서 코믹 연기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자 배우 잭 블랙을 주인공으로 한 코믹 장르였다. 하지만 영화 전편에 제목답게 록 음악을 배치했다.

이 영화는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아마도 개봉 시점에 한국에서 록 음악이 쇠퇴한 시점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객들에게는 생소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영화는 무명 록 밴드의 리더 듀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는 록에 대한 강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현실은 배고픈 뮤지션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뚱뚱하고 우수꽝스러운 외모로 연예인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는 함께 록 밴드를 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대리 교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삶이었지만, 그는 무대에서만큼은 열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한 공연에서 지나친 열정으로 이를 망친 이후 자신이 만든 밴드에서 퇴출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집세를 내지 못하면서 쫓겨날 위기에 몰렸다. 현실의 무게가 그를 짓누를 시점에 그는 우연히 친구를 대리 교사로 채용하려 하는 한 초등학교의 전화를 대신 받았다. 그는 친구의 이름을 도용해 그 학교에 대리 교사로 취업했다.

 

 

반응형

 


교사 자격증도 없고 학생을 가르쳐본 적 없는 그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또한, 불법적인 일이었다. 듀이는 시간만 잘 보내면 얼마간의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그것으로 생활고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뿐이었다. 당연히 학생들과의 수업에 열의를 보일 리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학생들의 음악 수업을 우연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듀이는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 그는 학생들을 자신을 멤버로 자신이 새롭게 만들 록 밴드를 만들려 했다. 황당한 시도였지만, 듀이는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에 주목했다. 아울러 이 밴드로 경연에 참여해 우승하면 큰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을 자신의 이해관계로 인해 이용한 측면도 있었다. 

듀이는 이후 수업에 강한 열의를 보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록의 기초부터 하나하나 가르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는 매우 생소하고 거부감도 생길 수 있었지만, 듀이와 학생들은 록이라는 음악을 매개로 점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공감대는 점점 하나의 록 밴드를 완성시켜 나갔다. 

듀이가 대리교사로 취업한 학교는 명분 사립학교로 학생들은 막대한 등록금을 내고 입학했다. 그들의 부모는 자녀들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학교 역시 이런 학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운영을 했다. 규율은 엄격했고 강도 높은 수업을 했다. 학생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학업 태도와 성적에 국한됐다. 

 

 

영화 포스터




어른과 어린이 모두의 성장 드라마


이런 정형화된 학교생활, 자신의 의사와 의견을 무시하고 부모의 뜻대로 살기를 원하는 부모에 학생들은 지쳐있었다. 그들에게 괴짜 선생 듀이와 록 음악은 하나의 해방구였다.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학생들은 록 음악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그들에게 록 음악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자아를 찾고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그들이 한 팀이 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응어리를 풀고 활력을 되찾았다. 그들은 그들의 록 밴드 이름을 스쿨 오브 락으로 정했다. 

듀이의 밴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밴드를 만들었고 그들의 음악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뭉쳤다. 그들은 세상에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싶었다. 스쿨 오브 록 밴드는 나날이 그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듀이의 계획도 성공하는 듯 보였다. 

순조로웠던 스쿨 오브 록 밴드의 여정은 경연을 참가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어렵게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 공연을 앞둔 시점에 듀이의 정체가 드러났다. 듀이는 선생으로 일하면서 완고한 원칙주의자인 교장 선생을 록 음악을 매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암묵적인 협조를 얻어낸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과거 무기력하고 희망 없는 친구 집에 얹혀사는 처지로 돌아갔다. 

듀이가 이렇게 실의에 빠져있었지만, 학생들은 달랐다. 그들은 한 학기 동안 열정을 불태웠던 록 밴드를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학교와 부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록 경연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밴드의 리더인 듀이를 오히려 설득해 경연에 참가하도록 했다. 

 

 



그동안 사회에서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이었던 록 밴드에서도 배척되기만 했던 듀이는 어쩌면 처음으로 그를 이해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난 셈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학생들은 이런 듀이를 받아들였다. 록이라는 음악이 만든 작은 기적이었다. 

그렇게 경연에 참가한 듀이의 밴드 스쿨 오브 락은 원하는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관객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그들의 공연을 지켜본 부모들과 학교 관계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듀이와 학생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듀이는 방과후 수업으로 록 밴드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스쿨 오브 록 밴드는 정식 록 밴드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영화는 전형적인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성장 스토리에서 통상적으로 어린 학생들의 도움을 받는 것과 달리 스쿨 오브 락은 어른과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쿨 오브 록 밴드를 통해 듀이는 자신만의 멋으로만 사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인이 될 수 있었다.

학생들 역시 숨겨진 재능을 찾고 스스로를 더 발전시켰다. 그들의 부모들도 학생들을 더 이해하고 그들이 속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더 나은 부모 어린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원칙주의자였던 교장 역시 마음속에 담아뒀던 삶의 열정을 되찾고 보다 유연한 교장으로 거듭났다.

 

 

커튼 콜




영화의 감동을 더해 음악적 풍성함 더한 뮤지컬


영화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음악을 중심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또한, 영화의 서사 구조를 그대로 따라갔다. 이 뮤지컬은 2015년 초연이 이루어졌다.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당대 최고 뮤지컬 작곡자이자 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을 맡았고 제작 전반에 크게 관여했다. 그는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의 작곡자이기도 하다. 한층 더 음악적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단단해 기반 위에 뮤지컬은 대신 영화와 달리 학생들의 서사를 더 추가했고 록 넘버 곡들을 극의 진행 중 배치하면서 관객들의 호응과 몰입도를 높였다. 그 곡들은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듀이가 학생들을 록의 세계로 이끌면서 록을 권력자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누르고 있었던 현실의 무게를 과감히 떨쳐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학생을 연기한 배우들이 주인공과 함께 직접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라이브를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공연장 분위기를 더 뜨겁게 했다. 학생들의 록 밴드를 구성하고 강렬한 사운드의 연주와 노래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장면들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인물들의 서사와 노래가 더 추가되면서 공연은 2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크게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중간중간 위트 섞인 장면은 강렬한 록 음악을 가득한 공연을 보다 재미있게 해주는 감칠맛 나는 조미료 같았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2시간 이상 록 콘서트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린 출연자들의 연기를 흥미롭게 보던 관객들은 후반부 스쿨 오브 록 밴드의 성장과 그들의 완성도 있는 음악이 관객들과 함께 했다. 공연은 나이를 초월한 록 공연장이었다. 마지막 경연에서 관객들의 앵콜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밴드의 모습은 마음 한편에 작은 파동을 일게 했다. 

많은 뮤지컬이 공연되는 요즘이지만, 전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은 쉽게 볼 수 없다. 스쿨 오브 락은 세대 공감의 공연을 보고자 한다면 그리고 마음속 열정을 다시 한번 끌어내고자 한다면 고려할 만한 공연이었다. 



사진, 글 : jihuni74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