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정치는 조선 후기 암울한 역사의 한 단면이었다. 세도 정치는 개혁 군주였던 정조 사후 그의 아들인 순조 임금부터 헌종, 철종에 이르기까지 안동 김씨로 대표되는 특정 가문과 그와 관계된 특정 집단들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한 시기를 말한다. 60년 넘게 지속된 세도정치 기간 조선은 이들의 극심한 부정부패에 시달리며 국력이 급격히 쇠약해졌다. 소수의 특정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정치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됐고 과거제도와 같은 공정한 관리 등용 역시 무의미해졌다. 권력의 독점은 왕권마저 무력화시켰다. 순조 이후 헌종과 철종은 허수아비에 불과할 정도로 세도정치의 힘은 막강했다. 세도정치가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기반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매관매직으로 대표되는 그들..
우리 역사에서 조선시대는 현대에 가장 가까운 시대로 현대들에게 친숙한 시기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드라마의 소재로 조선시대, 왕이 있는 궁궐의 이야기는 자주 사용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료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지만, 왕을 중심으로 권력을 향한 대결과 갈등, 그 안에서 파생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현대인들이 보기에도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라 할 수 있다.그리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권력의 비정함을 보게 된다. 그것에서 파생된 왕권과 신권의 대립, 신하들 간 당쟁, 왕위 계승을 위한 왕자들의 대립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대결을 불러왔다. 그 대결에서 승리한 자는 역사의 중심에 섰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그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거나 그의 진면모가 왜곡되는 패배자의 역사를 감수해야 했다. 이는 권력의 2인자..
조선의 역사를 배우면서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가 당파싸움이다. 분명 긍정적인 단어는 아니다. 대립과 분열을 강조하는 듯 한 단어의 조합은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 이는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식민 사관의 영향이 강하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파를 갈라 싸우기를 좋아하고 단결하지 못한다는 식의 논리가 그것이다. 실제 우리 역사에 있어 당파싸움, 지금은 붕당정치로 칭해지는 정치권의 대립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붕당정치에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붕당정치의 일부분만을 보고 그것을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진 정치와 거리가 먼 당파 간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을 이루고 수준 낮은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는 우리..
최근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방영이 잘 안되고 있는 정통 역사 드라마지만, 과거 재미있게 봤던 역사 드라마 중 정도전은 통해 고려말, 조선 초의 역사적 흐름과 각종 사건, 그 안에서 펼쳐진 인물들의 지략 대결을 볼 수 있었다. 이전 왕이 중심인 드라마와 달리 정도전은 조선개국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지만, 왕권과 신권의 대립과정에서 피의 숙청을 당한 정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정도전은 고려만 조선 초기 역사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지만, 이방원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이후 역사의 뒤편에 머물러 있어야 했던 비운의 인물이었다. 그가 기틀을 세운 조선이 수백 년을 이어갔지만, 그는 언급조차 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대신 고려를 지키기 위해 그와 대립했던 정몽주가 추앙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두 편의 역사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장영실의 공통된 배경은 고려말 조선 초기다.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와 조선의 왕조 교체기를 그리고 있고 장영실은 건국 초기 조선을 그리고 있다. 그 안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조선의 제3대 임금 태종 이방원이다. 이방원은 조선건국과 조선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 시대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조선의 역사에서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의 창업과정과 권력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인물에 대한 피의 숙청을 단행한 인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방원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악역이 되는 걸 피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무리한 과정도 피하지 않았다. 비록 그 과정에서 악업을 쌓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