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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55회는 송년 특집으로 그동안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과 큰 울림을 전해주었던 사람들을 다시 찾아 나서는 여정이었다. 그 주인공들을 우리 주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보통은 무심하게 지나치는 이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연들과 삶의 철학들이 담겨있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화려한 수사나 역동적인 화면 구성도 없다. 방송에 소개된 이들도 크게 꾸미거나 가공되지 않았다. 진행자 역시 그 모습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사람들의 삶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갈 뿐이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답답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이었지만, 그곳에서 사람들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추억들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회를 시작했던 서대문구 철도 건널목을 시작으로 시작된 여정은 서울역 인근 중림동 골목으로 이어졌다. 먼저 3,000원 콩나물밥 식당을 찾았다. 가격은 3,000원이지만, 너무나 푸짐하고 맛난 한상은 변함이 없었다.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이곳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식당을 지키는 사정님은 한 번 오른 가격을 내리기 어렵기에 어려운 시기에도 가격을 유지한다고 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식당이었다. 그 식당에서 건네준 누룽지는 식당 사장님의 소박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득 담고 있었다. 

 



다음 여정은 외국인이지만, 20대의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강북구 삼양동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있는 안광훈 신부와의 만남이었다. 안광훈 신부는 우리나라에서 도시 빈민들과 철거민 등 사회에서 소외받은 이웃들을 위해 헌신했다. 방송 당시 그의 사무실 다락방 한 편을 채우고 있었던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줄 각종 생활용품들은 그의 이웃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이 모습은 진행자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번 방문에는 수원 행궁동 문구점에서 취미로 뜨개질로 만들어낸 모자를 이웃들과 나누는 사장님의 털 모자와 함께 했다. 그 모자는 안광훈 신부를 통해 삼양동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전해졌다. 방송이 만들어낸 훈훈한 나눔의 모습이었다. 삼양동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안광훈 신부는 8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에 귀하 신청을 하여 여생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할 예정이라 했다. 

안광훈 신부의 남을 위하는 삶을 뒤로하고 발걸음은 김포의 학교 박물관과 하남의 동물병원, 성산동의 작은 식당, 서울 성곽길 한 편을 지키던 노부부의 집으로 이어져다. 이곳은 모두 남다른 사연이 있는 곳이었다. 김포의 학교 박물관은 함께 교사로 일하다 아내가 실명하면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남편이 김포에 학교 박물관을 세운 사연이었다. 

이곳에서 아내는 학교 박물관을 찾아온 이들에게 자신의 수입을 계속했다. 방송 이후 이 학교 박물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지금은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과거 학교의 추억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세대를 초월한 공간이 됐다. 

유기견들을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했던 하남의 동물 병원은 유기견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성산동의 작은 식당에서는 손자와 함께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할머니가 여전히 건강하게 식당에서 진행자를 맞이해주었다. 방송 당시 진행자는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만남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성곽길 한 편에서 농사를 지어 이웃들과 나누고 있었던 노부부는 방송 이후 수십 년간 이산가족이 되어 연락이 끊어졌던 손자를 다시 만나는 기쁨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제 90살을 넘어선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을 일을 하고 있었고 끊겼던 혈육의 정도 느끼게 됐다. 방송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 

이 밖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통해 함께 했던 명소와 먹거리 등 여러 장면들이 연말 특집에 함께 했다. 장면 장면들이 훈훈하고 정겨움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보면 촌스럽게 보일 수 있기도 했지만, 그렇게 모인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가치 있는 것인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모습들이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자극적이지 않고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집밥을 먹는 느낌이다. 인기 연예인들로 가득한 주말 예능의 틈에서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김영철의 진행이 더해지면서 방송의 매력을 더했다. 이 덕분에 김영철은 배우가 아닌 국민적 관심을 받는 MC로 자리했다. 한때는 정치권 영입 리스트에 올라 원하지 않았던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담담한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지키고 있다.  

물론, 방송으로 인해 출연한 이들의 삶이 지닌 친 사람들의 관심 속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과거의 향수만을 추억하는 것이 아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여정은 착한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방송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이지만, 2020년에도 제 자리를 지키며 변함없이 착한 여정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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