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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79회] 동해바다 철의 도시 포항에서 만난 사람들

문화/미디어

by 지후니74 지후니74 2020. 7. 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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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와 문화의 도시 경남 김해, 진주를 거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79회에서는 세계적 규모의 포항제철이 있는 동해안의 도시 포항을 찾았다. 포항은 과거 작은 어촌마을이었지만, 대형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우리 산업화의 중심지로 큰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철강산업을 이끌어 가는 도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변화 속에서도 옛것을 지키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과 함께 했다. 그 시작은 푸른 동해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공원이었다. 이 공원은 삼국유사에 소개되어 있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 근거한 테마 공원이었다. 

연오랑 세오녀는 이야기 속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일본으로 떠난 후 신라에서는 해와 달의 빛이 사라졌는데 해와 달의 정기가 사라진 탓임을 알게 되었다. 연오랑, 세오녀는 바로 해와 달의 정령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라에서 일본에 사람을 보냈도 연오랑, 세오녀가 준 비난을 가져와 제사를 지내니 해와 달의 빛이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과거 한반도와 일본의 교류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고 일본의 문화가 한반도에서 유래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은 이런 교류의 중심지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포항은 이런 역사적 전통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동해바다와 함께 하는 설화를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포항 시내 여정을 시작했다. 지금을 사용하지 않는 철길이 그대로 남아있는 철길 숲을 따라 걸었다. 과거 제철소를 오가는 열차들이 분주히 움직였던 이 철길은 이제 그 기능을 잃었지만, 그 길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도시 재생의 좋은 예로 보였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땅속 깊숙한 곳에서 새어 나오는 천연가스에 불이 붙어 꺼지지 않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 불의 정원을 만났다. 당시 천연가스 시추를 위한 장비와 함께 불타고 있는 불꽃은 포항을 상징하는 제철소의 용광로 불꽃을 연상하게 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은 포항의 또 다른 명소였다. 

다시 나선 길, 기찻길을 따라 들어선 오래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 이곳은 열차의 굉음과 무거운 소리와 함께 살아온 이들의 마을이었고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힘들고 어렵던 시절 기찻길 옆에서 터전을 마련한 이들이었지만, 열차가 사라지고 한결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 열차가 집 바로 옆을 지나다니던 시절의 추억을 즐겁게 간직하고 있었다. 당시는 벗어나고 싶었던 시간이었을 수 있지만,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찻길 옆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오래된 집들 사이로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할머니와 손녀를 만났다. 이 할머니의 집에는 그가 그린 그림들을 전시하는 작은 미술관이 있었다. 이 할머니는 이 시대를 사는 보통의 어머니들과 같이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자식들이 출가하고 삶에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그림에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 매일같이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최고의 그림 소재는 가족들이었다. 아들과 그의 배우자 손녀를 모델 삼아 그리는 그림에는 행복함이 가득 들어있었다. 마음 한편이 따뜻해 짐을 느끼며 새로운 여정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포항 시내 효자동에 자리한 과거 제철소 직원들의 거주지를 찾았다.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은 당시의 추억 담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듯한 마을은 포항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한 떡집을 찾았다. 그 떡집은 사장님은 일을 하면서도 수시로 하모니카와 악기를 연주하는 색다름을 실천하고 있었다. 과거 제철소에서 근무했던 그는 제철소를 퇴사한 이후에도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열었다. 대신 일에만 매달리기 보다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낭만 떡집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시로 들리는 하모니카 소리에 떡집이 일상은 고단함 대신 낭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낭만 가득한 일상을 살아가는 떡집 사장님을 뒤로하고 포항 시내로 접어들었다. 원도심 육거리가 문화창작의 거리로 바뀐 모습은 철의 도시라는 포항의 삭막함을 덜어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젊은 창작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한 편에서 과거 영화관 간판을 그리던 장인을 만났다. 그는 젊은이들이 대다수인 이 거리에서 과거 영화관의 모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단관 극장에서 영화간판을 그리던 그는 지금도 과거 영화관 터를 바라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당시의 추억은 일상을 채우는 역사가 되었다. 그 역사를 지켜가는 장인에게서 고마움을 느꼈다. 

바쁜 여정의 끝자락 포항의 대표적 전통 먹거리인 시락 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어머니와 며느리로 이어지는 대를 이어가는 이 시락국수 식당은 옛 방식을 고수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꽁치가 들어간 시락 국수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꽁치의 비린 맛을 없애는 비법에 정성 가득한 국수 한 그릇은 여행자의 허기를 금세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이 국숫집을 시작한 어머니가 과거 어른 아들 한 명을 사고로 잃고 그 슬픔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아픈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런 시어머니를 곁에서 지키며 국숫집을 지키는 며느리의 속 깊은 사랑은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다시 나선 길, 구룡포에서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100년 넘은 전통의 작은 조선소를 지키고 있는 사장님의 열정과 배 사랑하는 마음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었고 포항의 또 다른 명소 북부시장에서는 포항 물회집을 운영하는 모녀의 사랑과 서로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훈훈함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포항은 큰 변화 속에 놓여 있었지만, 과거를 기억하고 지키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었다. 이런 삶의 기억들은 포항의 역사가 되었고 지금의 포항을 풍요롭게 하는 재료들이 되었다. 제철소 용광로에서 철을 추출하기 위해 철뿐만 아니라 몇 가지 재료를 첨가해야 하듯 보통 사람들의 삶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포항을 지켜가는 요소들이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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