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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이웃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도시 기행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85회에서는 국내 최대 공업도시 울산을 찾았다.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조선을 포함한 중공업과 중화학 단지가 밀집한 공업도시로 지금도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거대도시다. 흔히 대규모 공장과 현대적인 빌딩을 먼저 연상하게 되는 울산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숨은 이야기와 오랜 세월 울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또 다른 역사가 숨어 있었다.

2015년 개통되어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국내 최장 현수교 울산대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여정이 시작됐다. 화창한 날씨에 탁 트인 시야로 내려다본 울산은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을 멋진 그림을 선사해 주었다. 그런 울산의 전경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사 시민들의 중요한 휴식과 여가시간을 보내는 곳인 태화강변의 공원을 찾았다. 태화강은 울산이 공업도시로 큰 발전을 이루던 과정에서 크게 오염되고 살아있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 하지만 오랜 정화작업과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이 더해지며 지금은 울산의 대표적 힐링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날도 태화강변은 초록의 식생들이 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대부분 70세 이상의 어르신으로 구성된 실버 태권도단을 만났다. 늦은 나이에 태권도를 시작한 어르신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각각의 띠 색깔을 다르고 품새를 하는 것도 어색함이 있었지만, 뜨거운 열정은 누구 못지않았다. 노년에 움츠리지 않고 스스로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큰 삶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태화강변에서 벗어나 도심으로 들어섰다. 길 한 편에 한 동굴 입구를 만났다. 도심 속 동굴이 이채로워 들어선 동굴은 일제시대 일본군이 울산에 군용공항을 건설하면서 각종 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동굴은 당시 지역민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일제시대 속 고통스럽게 살아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한이 서려 있었다. 지금은 근현대사의 소중한 유적이 되었다. 과거 울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장소였다. 이런 울산의 과거 역사의 흔적인 울산 원도심에 자리한 골목 곳곳에도 남아 있었다. 울산에서 태어난 가수 겸 음악가인 고복수를 기리는 고복수 길은 과거의 향수를 물씬 느끼게 해주었다. 

원도심의 고목 한편에 자리한 작은 칼국수집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 가게는 수십 년간 이곳을 지켜온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고 있었다. 여전히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칼국수를 말아주는 이 가게는 한결같은 맛과 예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후한 인심의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과 어머니의 맛을 찾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물어물어 찾고 있었다. 이제는 힘이 부칠 법도 하지만, 할머니는 연중 쉬지 않고 칼국수 가게를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몇 평 안되는 가게지만 이 가게의 칼국수는 허기를 채워주는 것 이상으로 훈훈함으로 마음의 여유까지 채워주고 있었다. 

원도심에서 또 다른 과거 흔적과 만났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한옥집이 그곳이었다. 작은 마당을 뒤덮은 포도나무가 방문자를 맞이해주는 이 한옥은 70년 넘게 유지되고 있었다. 주변 한옥들이 현대식 건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 한옥은 그 모습을 지켰고 지금은 민박집으로 외부인들이 찾고 있었다. 이곳을 아는 이들의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지역의 명물이 된 이 한옥집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정과 한옥의 멋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원 도심을 벗어나 바닷가로 향했다. 그 길에 100년 된 소나무가 들어찬 소나무 숲길이었다. 높고 곧게 뻗은 소나무는 뜨거운 여름의 햇살을 막아주며 한여름 더위를 막아주고 있었다. 이런 공간이 긴 세월 잘 보존되고 지켜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게 다가왔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 멋진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그곳에서 대왕암을 만났다. 삼국 통일을 완성한 신라의 문무왕의 왕비가 묻혔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죽어서도 나라는 지키겠다고 하여 바다에 큰 바위에 묻힌 문무왕을 따라 바다에 묻혀 용이되었다는 왕비의 전설이 함께하고 있었다. 멋진 비경과 함께 오랜 역사의 흔적이 더해진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바위섬 안에 포장마차촌이 보였다. 울산의 해녀 8분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였다. 해녀들은 순번을 정해 바다에 들어서 각종 해산물을 채취하고 그렇게 채취한 미역, 전복, 소라, 해삼, 멍게로 한상을 차려내고 있었다. 이곳의 해녀들은 서로를 이곳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수익을 나눠가지는 등 돈독한 우위를 보여주었다. 울산 앞바다에서 방금 잡은 해산물로 차려진 바다향 가득한 한 상은 해녀들의 정성이 더해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맛으로 다가왔다. 

다시 원도심으로 향하는 길,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쓰인 보리밥 식당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원래 고향이 강릉이 부부가 운영하는 이 보리밥 식당은 크지는 않지만, 손수 그린 그림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타향살이지만, 이제는 울산이 제2의 고향이 된 이 부부는 서로에게 힘이 되며 부지런히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매 순간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인 남편과 그런 남편이 걱정할게 내색하지 않는 부부는 고향 강릉의 맛으로 채워진 보리밥상을 매일매일 정성스럽게 내놓고 있었다. 

이렇게 울산의 공업도시의 거대함과 화려함 속에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들만의 소중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곳곳에 있었다. 우리나라 그 어느 지역보다 큰 변화를 겪었던 울산이지만, 그 변화 속에서 고 과거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가는 이들도 있었고 과거의 역사를 간직한 흔적도 있었다. 울산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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