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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북 문경시는 석탄산업이 활황기에 있던 시가 석탄 탄광을 중심으로 큰 번영을 누렸습니다. 1950년대부터 1980년까지 문경을 비롯해 강원도의 태백, 정선, 영월 등이 대표적 탄광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사람이 차지 않던 오지 마을에 사람들이 몰리고 그런 사람들의 북적임은 도시를 성장시키는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이런 번영의 시간은 1980년대를 지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점점 쇠퇴의 시간으로 변해갔습니다. 우리나라 에너지원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석탄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됐고 석유와 천연가스가 주 에너지 원으로 자리하면서 석탄의 지위는 점점 흔들렸습니다. 생산비용 대비 효율성도 점점 떨어지고 대체 에너지가 그 비중을 높이는 사이 석탄은 천덕꾸러기가 됐습니다. 값싼 수입석탄의 도입은 국내 석탄산업을 점점 더 궁지로 몰았습니다.

급기야 1990년대 들어 정부차원에서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가 만들어지고 시행되면서 석탄 탄광은 하나둘 문들 닫았습니다. 그 탄광에 의지해 살던 사람들도 살길을 찾아 그 곳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가는 도시는 점점 힘을 잃었습니다. 이제 과거 탄광도시는 급격한 인구감소와 함께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해당 지역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그 성과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 차원에서 관광산업을 다시 부흥하고 과거 석탄산업 부흥기의 흔적을 활용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경에서도 과거 탄광을 활용한 관광시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코랄라라고 하는 일종의 테마공원이 그곳입니다. 에코랄라는 기존의 석탄 박물관과 사극 세트장에 더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녹색문화체험관과 멀티미디어 테마파크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에코랄라를 찾기 전 간이역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른 아침 주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만난 가은역

 

이역은 과거 탄광산업이 활성화되던 시기 건설된 철도 지선인 가은선의 종착역이었습니다. 1955년 역사가 준공되었고 인근 탄광의 이름을 따 은성역으로 불리다 1959년 가은역으로 개칭되었습니다.

 

가까이 멀리서 바라본 가은역

이 역은 석탄을 실어 나르는 기차들이 오가기도 하고 탄광을 오가는 이들도 열차와 함께 오가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과거 일제강점기 간이역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은 작지만, 과거 수많은 기차들이 오가는 사이에서 상당한 소음과 북적임이 역과 함께 했습니다. 

 

이제는 카페로 사용 중인 가은역

이후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이 역의 북적임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오가는 기차가 줄면서 그에 편승했던 가은선 철로 역시 그 역할이 점점 줄었습니다. 1995년 가은역은 그 영업이 중단되었고 2004년에는 가은선마저 폐선 되면서 이 간이역은 그 기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과거 철로의 흔적, 레일바이크로 활용되는 폐철로

그렇게 폐허가 될 수 있었던 이 역은 2006년 그 역사가 등록문화재 제304로 지정되어 사라질 위기에서는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오가는 이 없는 폐역은 쓸쓸함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문경시에서 이 역을 활용한 사업을 진행하였고 지금은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관광 두레 사업을 통해 카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폐역은 다시 생명력을 되찾았습니다.

 

화창한 하늘과 산세

너무 이른 시간이라 가은역 카페를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과거 간이역의 흔적들과 함께 하는 독특한 느낌으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과거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틀을 유지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과거를 추억하거나 새로운 영감을 얻게 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것도 문화재를 활용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가은역은 지역의 수익창출이라는 순기능이 더해진 곳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것 이상의 이곳의 가치를 더 높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주변 에코랄라와 함께 지역의 침체한 경제를 부흥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에 소개되었던 가은역

gimpoman.tistory.com/4368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07회] 경북 문경, 백두대간의 거대한 숨결과 함께하는 사람들

경북 문경은 예로부터 험준한 고갯길로 유명했다. 문경새재, 조령 고개로 불렸던 이 고갯길은 조선시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높고 험준한 지형은 새도 넘기 힘들다

gimpoman.tistory.com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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