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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22회] 천년 수도 경주에서 또 다른 역사 만드는 사람들

문화/미디어

by 지후니74 지후니74 2021. 5. 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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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는 신라가 건국한 기원전 57년부터 통일 신라가 멸망한 935년까지 신라의 흥망성쇠를 함께 한 수도로 천년 가까이 신라를 대표하는 도시였다. 천년 왕국 신라시대를 거치며 경주는 수많은 역사 유적과 유물을 품고 있다. 그 때문에 경주는 역사 관광지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과거 경주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도 유명했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역사 유적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역사 교육의 장이기 때문이었다. 해마다 봄이면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로 경주 곳곳이 북적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장년층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쌓았다. 

도시 기행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유서 깊은 도시 경주를 찾아 도시의 이모저모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함께 했다.

시원한 바다 풍경과 함께 여정을 시작했다.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은 따뜻한 봄 햇살과 함게 청량함으로 다가왔다. 바닷가 한편을 지키고 있는 멋진 등대 풍경이 여정의 시작을 반겨주고 있었다. 내륙 도시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경주는 포항과 울산과 연결된 동해안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이에 포항, 경주, 울산은 멋진 동해안 풍경과 시대별 유적지들을 묶어 해오름 관광코스를 만들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동해바다의 풍경을 뒤로하고 경주 시내 탐방에 나섰다. 최근 경주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황리단길을 찾았다. 황리단길은 오래된 한옥마을에 식당과 카페, 커피전문점,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며 형성되었는데 옛스러움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되어 독특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었다. 이에 황리단길을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명소가 됐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며 경주를 대표하는 떠 다른 명소가 됐다.

 



 황리단길을 걷다 초콜릿 분수가 눈길을 끄는 가게에 들렀다. 이 가게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초콜릿 가게로 경주를 대표하는 여러 문화재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없고 경주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이 가게의 초콜릿은 황리단길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이 가게는 두 형제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이 가게를 재미있게 운영하고 있었다. 이 가게는 두 청년들의 꿈이 함께 하는 가게로 경주의 젊은 거리 황리단길과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황리단길을 활력 넘치는 풍경을 뒤로하고 숲이 우거진 경주 시내 공원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가 애견을 훈련시키는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경주의 토종개 동경이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보통의 개들과 달리 짧은 꼬리가 특징인 동경이는 삼국시대 역사 기록에도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하는 토종개다. 하지만 동경이는 여느 토종개들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멸종의 위기를 겪었다. 짧은 꼬리가 불길함을 상징한다 하여 더 배척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동경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이제 500여 마리 정도만 남아있는 동경이는 키우는 이들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렇게 지정된 이들은 철저한 관리 수칙을 따라야 한다. 이런 노력으로 동경이는 경주를 대표하는 토종개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내에서 벗어나 각종 문화재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경주 남산 인근의 마을을 찾았다. 그 마을에서 재료 준비가 한창인 칼국수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식당은 칼국수는 발로 반죽을 하는 게 특징이었다. 마치 도자기를 빚기 위해 흙을 반죽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물론, 위생을 위한 조치를 하고 있었다. 비닐로 반죽을 덮고 버선발로 반죽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칼국수 면발은 더 단단하고 쫀득하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면발에 이 식당의 특제 양념이 더해지면서 이 식당만의 칼국수가 손님들을 만나고 있었다. 경주에서 만날 수 있는 맛을 이 식당은 지켜가고 있었다. 

식당을 나와 경주 시내 한편에 자리한 대규모 고분군인 대릉원을 찾았다. 신라를 대표하는 고분인 천마총과 그 주인이 밝혀진 신리 미추왕릉 등이 위한 대릉원은 과거 신라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지금은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공원으로 도시와 공존하고 있었다. 경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경주의 한 농촌마을 길을 걸었다. 그 길에 염색작업이 한 창인 한 가정집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곳은 우리 전통 누비옷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은 옷을 만드는 게 기계가 사용되고 대량생산이 이루어지지만, 누비옷은 옥감을 재단하고 만드는 데 있어 수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재봉틀을 대신해 바늘로 한 땀 한 땀 옷감을 누비며 만드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이 누비옷을 만드는 장인은 우리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이 일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누비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누비옷의 전통을 지켜가는 노력도 함께하고 있었다. 전통 누비옷의 전통이 우리 삶 속에서 오랫동안 남기를 기원하며 다시 길을 나섰다.

한적한 어느 마을 길에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나무를 깎아 만든 샤프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있었는데 돈을 받지 않았다.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제품인데도 그는 그 나눔이 익숙해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도시에 살면서 여러 일을 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그는 마음 가득 절망감을 안고 경주의 한마을로 들어왔다. 이곳에 온 그에게 여러 도움이 손길이 찾아왔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받은 따뜻한 손길에 보답하는 방법을 찾았고 목공 기술을 활용해 샤프를 만들어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베푼 그의 호의는 지역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에게 안강할베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지금도 나무로 만드는 샤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 이 일은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그의 나눔이 오랜 시간 지속되기를 바라며 다시 길을 나섰다. 

경주의 감천항의 어촌 풍경과 함께 걸었다. 감천항의 봄은 가자미가 함께 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가자미를 말리는 덕장이 보였다. 그 모습을 따라가다 잡아온 가자미를 손질하는 어머니들을 만났다. 그중에 90살이 넘은 한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고령에도 물질을 하는 해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힘에 부치는 일이지만, 할머니는 그와 함께 하는 손자들을 위해 물질은 물론이고 농사일까지 거뜬히 해내고 있었다. 어쩌면 바다는 할머니가 힘겨운 삶을 지탱하도록 해주는 에너지의 원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 온 감천항 바다에서 할머니는 힘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시 나선 길에 가자미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들렀다. 이 식당은 감천항에서 잡히는 참가자미로 회는 물론이고 회 무침과 구이, 찌개까지 다양한 메뉴를 내놓고 있었다. 이들을 다 합한 참가자미 정식은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로 참가자미의 여러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 식당의 요리는 담당하는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유년시절 어머니로부터 배운 요리 실력에 오랜 세월 다져진 내공을 더해 자신만의 자신만의 참가자미 요리를 만들어냈다. 배우자와 함께 운영하는 식당은 힘들었던 과거를 잊고 새 삶을 살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이 부부는 힘든 식당 일을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이런 부부가 만드는 요리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여정의 막바지 경주의 야경이 펼쳐졌다. 경주의 오래된 유적지와 함께 하는 야경은 높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다른 도시의 야경과 달리 기품 있고 신비로움이 있었다. 경주는 천년 신라의 수도였고 그 이후 천년이 넘는 역사를 더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재개발 재건축의 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경주는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을 잘 지키고 후대로 전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경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과거에서 미래를 연결하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역사를 만들고 지켜온 건 지역에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힘이었다. 그들의 힘은 또 다른 경주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이번 여정에서 알 수 있었다. 경주가 보존과 발전이 잘 조화를 이루고 그 속에서 특색 있는 도시로 그 역사를 이어가길 기원해 본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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