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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28회] 천천히 걸을 수 있어 더 좋았던 전남 무안

문화/미디어

by 지후니74 지후니74 2021. 6. 2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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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무안은 목포와 다도해 지역 섬들을 품고 있는 신안, 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군을 경계로 하고 있는 전남 남동부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넓은 해안선은 갯벌로 이루어져 있고 높은 산이 없는 육지 지대는 넓은 평야와 함께 한다. 이런 입지조건 탓인지 무안은 청동기 시대 대표적 유적인 고인돌을 비롯해 선사시대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농업과 어업에 유리한 입지 때문이었다. 

여기에 무안은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의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대표적인 항일 농민 운동인 암태도 소작쟁의가 이 지역에서 일어났다. 친일 지주의 수탈에 반대해 일어난 이 지역의 농민운동은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큰 지지를 얻었다. 이에 일제 경찰은 지주와 농민들의 분쟁을 중재했고 소작료 인하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암태도 소작쟁의는 이후 항일 농민운동이 시발점이 됐다. 지금은 신안군에 속 암태도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기억해야 할 장소다.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무안군은 1차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전라남도 도청이 이곳에 자리하고 무안 국제공항이 개항했고 인근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발전 동력을 얻었다. 통상 농어촌 지역에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무안군은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발전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무안군을 도시 기행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28회에서 찾았다. 그곳에서 무안군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조망하며 이웃들과 만남을 가졌다. 

무안의 대표적 명소를 찾는 것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넓은 호수에 연꽃이 가득한 회산 백련지에서는 비 오는 날씨에도 초록 물결로 가득한 풍경이 멋진 정취를 안겨 주었다. 회산 백련지는 연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함께 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우리 자연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생명의 보고이기도 했다. 

 



해안가에 자리한 황토 갯벌랜드는 갯벌을 곳곳을 탐방할 수 있는 데크가 방문객들을 보다 편안하게 갯벌의 생태계를 살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무안의 갯벌은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갯벌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었다. 각종 간척 사업과 개발 등으로 갯벌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안의 갯벌은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무안의 갯벌에서는 한쪽 집게다리가 유난히 크고 도드라진 농게가 특산물인데 마침 갯벌에서 농게잡이를 하는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향하는 길에 부부를 응시하고 있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우산에 의지한 할머니는 부부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았다. 그 부부는 할머니의 딸과 사위였다. 할머니는 오랜 세월 무안의 갯벌과 함께 살았다. 갯벌에서 나는 수산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자식들을 키워냈다. 지금은 기력이 떨어져 갯벌 일을 하기 어렵지만, 그 일을 딸 부부가 이어가고 있었다.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지만, 할머니는 그의 삶과 함께 한 갯벌을 떠나지 않았다. 갯벌에서의 삶을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갯벌이 있는 어촌을 벗어나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철길을 따라 걸었다. 비 오는 날씨였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에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을 통해 인근에 큰 전통시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차가 많이 오가던 시절 전통시장은 크게 번성했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그때의 추억을 마음 가득 담고 잊지 않고 있었다. 내친김에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비 오는 날 북적임은 덜했지만, 시장 특유의 정감 있는 모습이 곳곳에 있었다. 그 시장에서 작은 백반 식당을 만났다. 

노년의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은 과거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추억 가득한 식당에서 만나는 백반의 가격은 저렴했다. 하지만 그 구성은 우리가 아는 호남지방의 풍성한 한상과 다르지 않았다. 무려 21가지의 반찬에 국과 메인 메뉴가 더해진 상차림은 화려하기만 했다. 그 대부분의 반찬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많은 반찬을 요리하기 위해서는 새벽 일찍부터 일해야 하지만, 평생을 일해온 어머니는 마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듯 한결같이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배우자 역시 식당 일을 도우면서 어머니의 부담을 덜아주고 있었다. 이 부부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또한, 후한 인심도 잃지 않았다. 그런 따뜻한 부부의 마음을 담은 식당의 한 상 차림은 그 어느 것보다 가치있게 느껴졌다. 

시장을 나와 비가 내리는 길을 걸었다. 그 길은 넓은 들판이 있는 농촌 마을로 이어졌다. 그 마을 한편에 영산강 지류의 멋진 풍경을 살필 수 있는 오래된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조선시대 무인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정자는 고풍스러운 한옥의 멋과 함께 비 오는 날의 정취를 더 깊게 해주고 있었다. 잠시 여정을 멈추고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했다.

잠시 숨을 고른 여정은 또 다른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 무안의 특산물 양파밭이 보였다. 양파농사에 유리한 황토 지질 땅이 많은 무안은 중요한 양파 산지이기도 하다. 무안의 특산물인 양파밭을 지나 독특한 모습의 카페까지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카페는 무안의 양파를 재료로 한 양파 빵을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었다. 

이 카페의 사장님은 타지에서 무안을 찾았다 양파가 가격 폭락 등의 이유로 수확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양파를 보다 더 많은 활용하고 더 많은 이들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양파 빵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사장님은 양파 산지인 무안에 귀농하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하지만 함께 하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홀로 꿋꿋이 양파 빵을 만들고 무안 지역만의 양파 카페를 지켜가고 있었다. 사장님은 힘든 일상이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열어간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사장님의 새로운 인생이 꽃길로 이어지길 기원했다. 

또 다른 마을로 향했다. 흙돌담이 정겨운 길을 걸었다. 그 길에 거대한 고사목들이 쌓여 있는 작업장이 보였다. 그 작업장은 생을 다한 고목들을 가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나무들을 공방의 장인에 의해 새 생명을 얻고 있었다. 그 장인은 젊은 시절 복싱 챔피언을 꿈꾸며 운동을 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고 새로운 길을 찾다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나무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 의해 고목들은 영원히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었다.

 

 


걷고 또 걸어 다다른 농촌 마을, 수확을 앞둔 양파밭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홀로 그 밭을 돌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배우자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나면서 밭일을 더 힘에 부치지만, 그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 대신 타지로 떠난 그의 자식들이 필요할 때 찾아와 할머니의 일을 돕고 있었다. 이런 가족의 힘으로 할머니는 힘든 농사일을 르 견뎌내고 있었다. 할머니 집에 걸려있는 다복한 가정의 사진은 할머니 삶의 훈장 같아 보였다.

할머니는 농사일을 하면서도 집 앞 정원을 예쁘게 가꾸고 있었다. 그 정원의 꽃들은 집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주었다. 할머니의 부지런함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틈틈이 자신의 일상을 일기로 기록했다. 빛바랜 일기장은 할머니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자신의 삶을 물론이고 가족들에 대한 마음까지 모두 담겨있는 일기장은 이제는 가족의 역사의 기록이 됐다. 할머니의 일기장을 살펴본 딸들은 뒤늦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할머니의 일기장은 가족 간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다. 할머니는 틈만 나면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담아 가고 있었다. 그 기록에 이제는 행복으로 채워지길 기원했다. 

여정의 끝에서 초록의 갈대밭으로 가득한 강변을 따라 걸었다. 갈대 군락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긴 했지만, 넘어지지 않고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흔들림 속에서 갈대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말 하는 듯 보였다. 그 길을 따라 걸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자연 속에 동화되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무안에서의 여정은 천천히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풍경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이웃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무안에서의 여정은 긴 여운으로 기억됐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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