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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과거에서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고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제 과거는 낡고 버려야 하는 시간이 아닌 새로운 창조를 위한 영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이를 재현하려는 흐름인 레트로는 잠깐의 유행이 아닌 중요한 유행으로 자리했다.   
 
이 흐름속에서 과거의 대중음악과 각종 예술작품들도 재평가 받고 새롭게 창조되기도 한다. 오늘 살펴볼 만화이자 영화인 공포의 외인 구단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작품이었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만화가 이현세의 동명 원작을 1986년 당대 최고 인기 감독 중 한 명이었던 이장호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당시 단편 위주의 만화 시장에서 여러 권으로 구성된 장편 만화가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 작품이었다. 당시 단편 만화에 익숙했던 독자들은 이 만화의 다음 회를 보기 위해 상당한 기다림을 가져야 했다. 마치 인기 드라마의 다음회를 기다니는 것과 같았다. 독자들이 전에 없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큰 사랑을 받았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당시로는 만화의 소재로 낯설 수 있는 스포츠, 야구를 배경으로 했다. 1982년 시작한 프로야구의 높은 인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화에서는 다양한 야구 경기 장면을 묘사했고 야구 선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야구 경기는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런 차별화된 소재와 내용은 작품의 인기에 큰 영향을 줬다.  

만화의 인기는 영화로 이어졌다. 1986년 개봉한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여러 영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멀티플랙스 상영관이 없었던 시절, 개봉관 한 곳에서 주로 상영했음에도 공포의 외인 구단은 28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천만 관객 영화를 자주 볼 수 있는 요즘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관객이 한정적이었던 그 시절에서는 큰 성과였다. 한가지 에피소드로 당시 영화는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만화 원작명을 사용하지 못했다. 영화 감독의 이름을 딴 이장호의 외국인구단이라는 이름으로 포스터가 만들어지고 상영됐다. 당시는 서슬퍼런 제5공화국 시절로 문화, 예술 전반에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영화명에 들어간 공포라는 단어가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영화명을 변경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는 그런 시절이었다.   
 
이런 화제성에 최고 인기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한 영화 공포의 외인 구단은 스포츠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만화 원작의 영화라는 점도 당시로는 이채로운 일이었다.
 
물론, 만화와 영화에서 경기 장면에서 어색함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상식에는 크게 벗어나는 경기 모습과 비현실적인 장면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황당하고 실소를 자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로는 매우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도였고 참신했다.  특히, 젊은 관객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야구가 배경이지만, 영화는 지금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갈등 구조와 대비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있다. 3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 형편이지만, 야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남성미 넘치는 반항아적 기질 가득한 남자 주인공 오혜성이 있다. 야구 잘하는 제임스 딘 같은 캐릭터였다.

그와 대비되는 부유한 집안에 명석한 두뇌와 야구실력을 겸비한 엄친아 마동탁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청순 가련형의 여주인공 최엄지가 자리하고 있다. 엄지는 어린 시절부터 거의 유일하게 오혜성을 이해하고 그가 야구 선수로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돕는다. 어느새 오혜성의 삶에서 엄지는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 오혜성과 역시 엄지를 사랑하는 마동탁은 엄지를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여인과 야구에서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 오혜성과 엄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현실의 여러 문제들에 부딪히게 된다. 마동탁은 그의 우월한 사회적 위치과 경제적 여건 등을 배경으로 점점 엄지에게 다가선다. 그러면서도 마동탁은 자신보다 뛰어난 야구 실력을 가진 오혜성에 대한 열등감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은 오혜성에 대한 질투심이 더해지며 오혜성과 더 강하게 대립한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여러 드라마에서 3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공식이다. 가난하지만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인 남자 주인공, 그와 대비되는 재벌 2세나 3세의 엄친아인 또 다른 남자 주인공, 그 사이에 있는 청순 가련형의 여주공까지 이는 식상하지만, 보는 이를 자꾸만 빠져들게 하는 갈등 구조다.
 
한 여자를 두고 경쟁하는 두 남자는 야구에서도 다른 소속팀으로 경쟁하게 됩니다. 엄지는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오혜성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마동탁의 집요한 접근을 뿌리치기도 어렵다. 통상적인 드라마에서 이런 갈등은 큰 사건을 불러온다. 대부분의 경우 남 주인공이 성공하거나 대결에서 승리하며 성공과 사랑을 함께 얻는 해피엔딩의 결말이 많다. 다른 결말이 나오면 시청자들의 큰 원성을 감수해야 한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해피앤딩과 다소 거리가 있다. 주인공 프로 입단 후 오혜성은 뛰어난 투수로 활약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야구계를 떠나게 된다. 엄지는 이런 오혜성을 기다리지만, 오혜성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혜성은 그와 비슷하게 야구계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밀려난 선수들과 함께 재야의 야구 고수, 손병호 감독 밑에서 훈련을 받는다.
 
그 훈련은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곳에서 이루어진다. 그 내용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말 그대로 지옥 훈련이었다. 지금도 스포츠에서 강도높은 훈련을 표현할 때 지옥훈련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곤 한다.  이를 통해 오혜성은 엄청난 능력의 타자로 거듭나고 다른 동료들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된다. 마치 무협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뛰어난 고수를 만나 그의 지도하에 수련을 하고 무술 고수가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기간 엄지는 긴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오해는 쌓여갔다. 결국, 엄지는 그의 주변을 지킨 마동탁과 결혼하게 된다. 오혜성이 다시 야구계로 돌아왔을 때 그가 사랑하는 엄지는 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의 부인이 된 상황이었다. 이는 비극의 서막이었다.
 
오혜성이 속한 팀은 리그 최약체 팀이었다. 손병호 감독과 지옥 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최강팀으로 거듭난다. 여기저기서 방출된 선수들을 모아 놓은 프로야구단은 공포의 외인 구단으로 불리게 된다. 오혜성의 팀은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전승을 거두며 우승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7전 4선승제의 승부에서 3승을 먼저 거두며 우승을 목전에 둔다.
 
여기에 최고 선수 자리를 오혜성에 내준 마동탁은 분노에 휩싸이고 일탈을 하게 된다. 이를 보다 못한 엄지는 오혜성에게 한 번만 져 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전히 엄지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고 있었던 오혜성은 크게 좌절한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여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영화 속 명대사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할 수 있어” 가 이 시점에 등장한다. 동명의 히트곡도 있다.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오혜성은 한국시리즈 4차전 수비 도중 고의 실책을 하며 팀을 패배하게 합니다. 이에 더해 경기 중 타구를 일부로 얼굴에 맞아 실명하게 된다. 전승의 팀을 패배로 이끌었다는 죄책감과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아픔이 더해진 그의 아픈 일탈이었다. 이 과정에서 손병호 감독은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고 엄지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정신 이상자가 된다.
 
세월이 흘러 마동탁과 이혼한 엄지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 엄지의 소식을 들은 오혜성이 엄지를 찾고 둘은 눈물의 재회를 합니다. 마동탁은 그 둘을 지켜보며 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공포의 외인구단은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누군가는 신파극이라고 폄하할수도 있다. 실제 야구라는 배경 위에 멜로 드라마를 얹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의 구성은 실패하지 않은 공식이기도 하다. 야구라는 배경이 드라마적 요소를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야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야구관련 장면 곳곳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스포츠 영화로서 부족함이 있었다. 160킬로를 넘게 던지는 투수가 등장하고 도저히 아웃시킬 수 없는 괴력의 타자가 등장한다.  야구게임을 보는 듯 하다.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곳곳에 있다. 주인공 오혜성은 무적의 존재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영웅 서사시를 보는 듯 하다. 여기에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인 스토리 전개와 여성의 이미지를 주체적이지 못하고 연약한 존재로만 묘사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사에 남을 스포츠 영화인 건 분명했다.
 
이후 야구는 물론이고 스포츠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 작품들이 계속 등장했다. 그 중 상당수는 실패했다. 심지어 공포의 외인구단 속편도 크게 실패했다. 전편 만한 속편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하지만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국가대표와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 우생순으로 부르는 작품은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 이 남긴 유산이 일정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정말 먼 기억속의 영화다. 하지만 앞으로 스포츠 관련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면 공포의 외인구단이 자꾸만 생각날 것 같다. 이 영화는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또 다른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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