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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속담에 다 된 밥에 재 뿌린다는 말이 있다. 거의 다 성공한 일을 막바지에 그르치는 것을  일컫는다.  2017 시즌 KIA가 이런 상황에 몰렸다. 올 시즌 초반부터 KIA는 내내 정규 1위를 지켰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 KIA와 2위권의 승차는 상당했다. 그들의 정규리그 우승을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후반기 리그가 진행되면서도 그들의 위치는 큰 변동이 없었다. 중간중간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를 잘 헤쳐나갔다. 

KIA가 자랑하는 좌우 원투 펀치 양현종과 헥터는 패배를 모르는 승리 행진을 이어갔고 시즌 20승 달성 가능성까지 높였다. 또 다른 외국이 투수 팻딘은 원투 펀치의 활약에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내구성을 보였다. 여기에 신예 임기영이 초반 돌풍을 일으키면서 KIA의 선발진은 강력함을 유지했다. 

불펜진의 약점이 여전히 불안감으로 남았지만, 김윤동이라는 새로운 불펜 에이스 등장으로 이 부분을 상쇄했다. 무엇보다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야수진은 KIA 선두 질주에 큰 힘이 됐다. 베테랑과 신예들이 조화를 이룬 야수진은 공격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KIA 타선에 각 팀 에이스들조차 속절없이 무너졌다. 시즌 중반 SK와의 대규모 트레이드로 약점이었던 포수진을 보강한 것도 팀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었다. 해마다 부상에 시달리던 베테랑들은 라인업에 머물며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FA로 영입한 4번 타자 최형우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초반 부진을 딛고 팀 중심 타선에 자리한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 트레이드로 SK에서 팀을 옮긴 이후 테이블 세터진에서 큰 활약을 한 이명기도 돋보였다. 





예비역 키스톤 콤비 김선빈, 안치홍은 타격과 수비에서 큰 활약을 하며 KIA의 라인업을 더 빈틈없게 했다. 김선빈은 170센티가 채 안되는 키에 유격수라는 수비 부담에도 타격 선두에 올라서며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요소요소 백업 선수들이 힘을 보태면서 KIA 타선은 좀처럼 식지 않는 활화산 같았다. 타선의 힘은 불펜진 불안을 덜어주는 요소였다. 

하지만 후반기 KIA는 팀 타선이 전반기와 같은 폭발력을 잃었다. 여전히 그들의 타선은 강했지만, 기복이 생겼다. 매 경기 대량 득점으로 상대를 기죽이던 그런 타선은 아니었다. 그들의 강점이었던 선발진도 페이스가 떨어졌다. 양현종, 헥터의 패전 수가 늘었다. 신예 임기영은 건강 이상으로 상당기간 휴식기를 가진 것이 밸런스 유지에 나쁘게 작용했다. 돌아온 임기영은 시즌 초반의 모습이 아니었다. 

팀 전력에서 강점이었던 요소들이 점점 힘을 잃으면서 불펜진의 약점이 도드라졌다. 역전패 경기가 늘어났고 팀 사기는 떨어졌다. KIA는 넥센과의 트레이드로 마무리 투수 김세현을 영입하며 불펜진에 힘을 실어주었다. 김세현은 지난 시즌과 같은 압도적 투구는 아니었지만, KIA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정규리그 1위 팀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그를 심기일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세현은 KIA 마무리 투수로 자리하며 회복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신뢰를 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KIA는 불펜 불안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투. 타에서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무한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KIA가 주춤하는 사이 전반기를 4위로 마쳤던 두산이 급부상했다. 두산은 후반기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점점 강해졌고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두산은 후반기 최고 승률을 유지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급기야 2위 NC와 순위 바꿈을 했고 1위 KIA와의 격차를 좁혔다. 그럼에도 잔여 경기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두산의 역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는 현실이 됐다. KIA는 두산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고 두산은 상승세를 9월에도 이어갔다. 급기야 9월 마지막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 KIA와 두산은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랜 기간 1위를 지켰던 KIA나 그들을 추격했던 두산 모두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현실이 됐다. 일단 KIA는 잔여 경기 일정에서 두산보다 2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자신의 순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다. 

KIA가 유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지만, 최근 KIA의 경기력은 이를 확신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KIA로서는 타선이 폭발력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지만, 지난주 그들의 타선은 위기의 팀을 구원하지 못했다. 불펜은 여전히 박빙의 승부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KIA는 양현종, 헥터, 임기영까지 3명의 선발 투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할 처지다. 임기영이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위안이다. 

KIA를 추격하는 두산은 남은 4경기 전승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전력이다. 제5번 함덕주가 자리 잡으면서 강력한 5인 로테이션을 구축했던 두산 선발진은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위력을 더하고 있다. 불펜진은 새로운 마무리 김강률이 철벽 투구를 이어가면서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선발 자원인 함덕주가 불펜으로 돌아설 수 있는 일정도 두산에 유리하다. 타선은 신. 구의 조화 속에 집중력이 여전하다. 10경기 이상을 따라잡으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충만해있다. 추격을 허용한 KIA보다 팀 분위기를 우위에 있다. KIA보다 2무승부가 더 많다는 점은 승률 계산에서 유리함이 있고 상대 전적도 KIA에 앞서있다. 2경기를 덜 한다는 것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 

정규리그 1위와 2위의 차이는 크다. 특히, 선발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큰 KIA는 정규리그 1위로 선발 투수들의 힘을 비축해야 한다. 2위로 밀린다면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투수력 소모가 불가피하다. 선수들의 상실감이 포스트시즌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KIA로서는 시즌 남은 6경기에서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다만, 현재 침체한 팀 분위기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연 KIA가 대 역전 우승의 조연으로 남을지 끝내 1위 자리를 지켜낼지 궁금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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