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과거와 현실이 무전기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독특한 소재와 더불어 마지막까지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추측과 의견들이 분분했던 드라마 시그널이 16부로 여정을 마쳤다. 주인공 살리기 청원까지 불러일으켰던 드라마는 앞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질 여지를 남긴 열린 결말로 마감됐다.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루는 사건이었던 인주시 집단 성폭행 사건은 박해영의 형에게 씌워진 누명이 벗겨졌고 사건 조작을 주도했던 김범주 국장은 단죄됐다. 드라마 초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유괴사건은 과거에서 이미 범인이 체포돼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주인공 이재한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이재한은 15년 후 미래에서 온 무전을 통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했고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김범주 국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재한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박해영은 부모님과 함께 일상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박해영은 변화한 현실에서 이재한의 생존을 확신했지만, 이재한은 15년 동안 실종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재한은 인주 사건의 진범을 잡는 것 외에 그 사건의 조작에 배후인 유력 정치인 장현철의 죄까지 단죄하려 했다. 이재한의 도주 중인 김범주를 잡아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직전에 이르렀지만, 장현철이 보낸 검은 세력들에 의해 위기에 빠지게 됐다. 이재한은 필사적으로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그에게 남은 건 현장에서 괴한들에 죽임을 당한 김범주에 대한 살인범의 누명이었다. 모든 것이 조작된 것이었지만, 이를 되돌릴 수 없었다. 이재한은 장현철의 비리 자료를 가지고 스스로 자신을 어둠 속에 숨겼다.  


더는 미래의 박해영과 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재한은 자신의 살고있는 현실에서 사건 해결이 불가능함을 알게됐다. 대신 이재한은 미래에 자신의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증거들을 미래의 박해영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잠적에 들어갔다. 미래의 박해영과 그의 연인 차수현은 경찰로 일상의 삶을 이어갔지만, 이재한은 첫 무전이 시작될 때와 같이 실종 상태로 15년을 보내게 됐다. 


그리고 그의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15년이 지난 시점에 박해영와 이재한과의 과거와 현재를 초월한 끈이 연결됐다. 이재한의 소재를 찾던 박해영은 이재한이 남겨준 장현철 의원의 비리를 자료를 찾게 됐고 그의 바람대로 그 자료를 세상에 폭로했다. 인터넷 등 다양한 언론 매체가 존재하는 시대에 장현철의 비리 자료는 세상에 알려지고 단죄를 위한 계기도 마련됐다. 하지만,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장현철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는 비리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과 동시에 자료를 유출한 이재한의 소재를 찾기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권력자의 단죄를 기다리며 15년 동안 은둔의 삶을 살았던 이재한에게 또 다른 위기가 예고되는 순간, 그의 조력자인 박해영과 차수현이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어쩌면 15년의 시간을 거슬러 만남의 끈을 되찾은 박해영과 차수현, 그리고 이재한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함께 맞이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박해영과 차수현이 긴 해안선 길을 따라가는 결말은 그들 앞에 놓일 일들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시그널은 열린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상상을 가능토록 했다. 우선 15년 동안 어떻게 자신을 숨기며 은둔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그의 부친이 그의 은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신분을 숨기고 오랜 기간 은둔지에 머물기 위해서는 그를 도와줄 누군가의 존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즉, 시즌 2가 이어진다면 정의의 편에 선 누군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한다. 혹자는 더 미래의 박해영이나 차수현과 이재한이 무전기를 통해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도 가능케 한다. 어느 쪽이든 더 큰 적인 장현철과 맞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길 시즌 2를 기대하게 하는 결말이다. 


하지만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주인공 이재한의 삶이 결코 순탄치 않다는 점은 마음 한편을 먹먹하게 한다. 이재한의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정의를 위해 온 힘을 다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악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탓에 가혹한 운명과 맞서야 했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 삶에서도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면 애쓸수록 기존의 관행과 조직의 안정이라는 이유로 경원 되는 이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외로움과의 싸움과 연결되는 현실은 15년 전 이재한이 15년 후 이재한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와 다른 건 15년 후 이재한에게는 그와 뜻을 같이하는 박해영, 차수현이라는 든든한 동료가 있다. 만약 그들이 만나고 함께 힘을 합친다면 뭔가 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하지만, 함께 할 그들에게 놓인 현실은 절대권력과 연결된 강력한 적과의 싸움이다. 


그 적은 법 위에 군림하는 세력과 연결되어 있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면 3명의 의지가 강하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다. 드라마에서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그렇지 못한 현실에 다시 마음이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이유다. 현실이었다면 이들은 거대한 권력에 막혀 좌절하거나 정의와 이를 뒷받침할 진실마저도 묻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소한 드라마에서라도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준 건 작은 위안이다. 너무나 우리 현실과 닮아있는 드라마 시그널, 드라마에서 보여준 희망의 장면들이 현실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건 아직 너무 큰 욕심일까? 아직은 그에 대한 대답을 "그렇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진, 글 : 심종열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