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 벤츠, BMW, 폭스바겐은 높은 가격에도 그만큼의 품질을 보장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판매되었다. 과거에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요층도 크게 확대되었고 우리 일상에서 독일 자동차는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BMW의 특정 차종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수년간 BMW 차량의 화재건수가 크게 증가하였고 올해는 관련 뉴스가 잊을만하면 등장했다. 최고 품질이라고 자부하던 독일차의 화재 사고는 소비자들의 독일차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과는 크게 상반되는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응하는 BMW의 자세였다.
무엇보다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 미국과 비교되는 대응에 해당 차종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BMW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KBS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에서는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한 일련의 사항들을 취재했다.
BMW는 차량 화재의 원인에 대해 특정 부품의 결함이라 하고 있고 그 부품을 제조한 하청 업체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는 BMW의 주장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BMW는 그들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해도 2016년 문제를 인지하였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그 사이 많은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피해자가 늘었다.
단순히 부품의 문제였다면 리콜 조치를 통해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시스템의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 시스템의 문제가 화재를 유발하고 있는 부품의 천공과 연관될 수 있다는 개연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BMW는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들은 회사에 대한 대한민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본사의 임원을 급파해 사과와 함께 사고 원인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후 판매 차량 전체에 대한 점검과 리콜 등이 시행됐고 회사 차원의 보상조치도 있었다. 그럼에도 화재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BMW가 여전히 진실을 숨기고 은폐하고 있다는 의심은 여전하다.
BMW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배상과 후속 조치를 실시했다. 시장의 규모가 차이나는 것도 있지만, 미국 내 BMW 차량 판매가 우리나라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이 비해 보상의 규모가 수십 배 차이나는 현실은 차별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에 대해 소비자의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미국의 법체계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편적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엄격히 적용되는 상황에서 사건 은폐나 미온적 대응은 미국 시장에서의 퇴출까지 이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년 전 배출가스 데이터 조작으로 큰 홍역을 치른 같은 독일의 폭스바겐의 사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당시 폭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막대한 배상을 했고 후속 조치를 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대응은 미흡했다. 만약, 폭스바겐 사태 때 정부의 철저한 대응과 감독, 관계 법령의 정비가 이루어졌다면 BMW의 적극적인 대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BMW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기준 미달로 판매가 금지된 차종을 우리나라에서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대규모로 판매했다. 그 차종은 그들의 대한민국 시장 내 수입차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다른 나라에서 판매가 어려운 차량을 대한민국 법 제도의 틈을 이용해 판매하면서 그들은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BMW는 대한민국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는 큰 차별을 두고 있다.
더 큰 분노가 생기게 하는 요인은 화재사고에 대한 BMW의 무책임과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다. 정부는 사고 인지 직후 사고 방지와 시정 조치를 BMW에 요청하는 한편 자체적인 원인 분석을 시작했지만, BMW의 협조가 지지부진하면서 제대로 된 조치를 하고 못했다. BMW는 관련 기관의 자료 제출 요청에 불응하는가 하면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자료를 누락시키는 등 불성실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응에 대해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 법에는 이런 경우 1천만원 정도의 과징금 정도만 부과가 가능하다. 영업을 정지하거나 하는 등의 강제 수단이 미비한 탓에 BMW의 일종의 횡포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는 BMW의 협조만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는 대기업의 전횡에 대해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잘못을 한 글로벌 대기업에 끌려다녀야 하는 처지다.
결국,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과 사후 조치를 보장받지 못한 채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BMW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지만, 손해배상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우리 법체계에서 차량의 전문가가 아닌 피해자들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나마도 BMW의 교묘한 시간 끌기 전략에 소송의 진행도 지지부진하다.
BMW는 리콜 조치 정도로 자신들의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이고 사고 원인과 관련된 사실을 숨긴 채,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건이 잠잠해지길 바라는 모습이다. 취재팀이 BMW 본사를 방문해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BMW는 회피에 급급했고 기존의 주장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한국 BMW의 전직 직원은 인터뷰를 통해 BMW가 내부적으로 화재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철저히 보안사항으로 하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무책임과 책임회피 속에 BMW 차량 화재사고는 점점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고 있고 피해자들만의 일로 치부되고 있다.
BMW 화재사고는 글로벌 대기업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일깨우는 사건이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어 가고 있지만, 그에 수반되는 고객 서비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과 관련 법규마저 느슨하면서 글로벌 대기업에게 대한민국은 만만한 판매처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소수의 부유층들이 그들의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고객이 된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소비자들도 다른 나라 소비자와 같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외국제품이면 당연히 더 높은 퀄리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긍정도 버릴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높아진 나라 위상에 걸맞은 제도 정비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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