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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95회에서는 서울의 동쪽 끝에서 한강을 강장 먼저 맞이하는 강동구를 찾았다. 강동구는 흔히 강남, 서초, 송파와 함께 강남 4구로 불리며 높은 값과 그에 부수된 고층 아파트를 먼저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현실 속 화려한 모습에 가려진 소박하면서 조용히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났다. 

여정은 인도가 차량 도로보다 넓게 만들어진 한강의 다리 광진교를 건너며 시작했다. 광진교는 일제시대였던 1936년 완공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안전상 문제로 철거되어 재 시공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금은 서울 강복 광진구와 강남의 강동구를 이어주는 다리로 보행자들의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다리로 자리했다. 실제 이 다리를 통해 강남과 강북을 걸어서 오가는 이들도 있었다. 그동안 차량 운행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강 다리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광진교는 한강의 풍경을 여유 있는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 광진교를 지나 오래된 단독 주택들로 채워진 동네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골목 양편으로 자리한 집들에서는 감나무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감나무들은 대부분 오랜 수령으로 이번 가을에도 풍성한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었다. 이 감나무와 함께 이 마을에서는 꽃나무와 화분들을 함께 가꾸며 동네를 아름답게 지켜가고 있었다. 오래된 주거지역이 재개발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 원형을 잃어가는 것이 보통인 현실에서 이 마을은 수십 년간 그 모습을 지켜가며 마을 주민들의 끈끈한 정이 함께 하고 있었다. 이곳이 삭막한 도시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마을을 벗어나 고대 역사의 흔적인 풍납토성을 지났다. 과거 삼국시대의 한 축이었던 백제, 그중에서 서울지역을 수도로 번성했던 한성 백제의 숨결이 풍납토성에 담겨있었다. 이 풍납토성은 오랜 세월 그 존재가 땅속에 묻혀있었지만,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었고 보존되고 있었다. 도시 속 고대 역사 유적이 공존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옛것을 보존하고 지켜가는 모습은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인기 만화가의 만화를 테마로 한 벽화들이 그려진 만화 골목은 과거 동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고 그 골목에서 파생된 상가 골목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간판과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한편에 자리한 이발소는 과거 이발기계를 포함해 축음기 등 이제는 골동품이 된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이발소는 운영하는 사장님은 백발이 성성한 모습이었지만, 최신 헤어디자이너 기술을 갖추고 젊은 손님들의 기호에 따라 이발을 해주고 있었다. 이발소의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려 실제 젊은 손님들도 꽤 많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이 이발소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색다른 공간이었다. 

강동구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리사이클링 공방을 기업화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오래된 물건을 가지고 와 페인트칠을 하는 등 직업 리폼할 수도 있고 목공과 도색 기술 등 집 수리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오래되면 부수고 새롭게 짓는 것이 미덕이고 발전하는 것이라 믿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리사이클링이 일상이 된 이곳에서는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삶을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강동구에서는 또 다른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공동체 정원을 만들어 주민들이 자신만의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정원들이 모여 도시 속 정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코스모스 가득한 꽃밭은 삭막한 도시 속 작은 오아시스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시 동네 골목을 지나 한 빵집에 이르렀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보편화된 지금이지만, 이 빵집은 동네 한편에서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빵집은 대부분의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하고 자극적인 재료 대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고되고 귀찮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그 배우자는 초심을 잃지않고 이어가고 있었다. 그 속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었다. 이 부부의 자녀 중 한 명이 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부부는 자녀를 그들의 가슴속에 묻어야 했다. 부부는 그 아픔을 더 건강한 빵을 만드는 노력으로 치유했고 지금도 그 마음을 지켜가고 있었다. 이런 정성 가득한 마음이 담긴 빵은 그만큼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건강 빵집을 지나 수작업으로 옛날 과자인 전병을 만드는 가게를 찾았다. 이 가게의 사장님은 40년 넘게 이일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머리가 희고 기력도 떨어졌지만, 과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만드는 과자는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양한 과자와 간식거리가 많은 지금이지만, 40년 넘은 내공이 가득 담긴 전병은 다른 과자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전해졌다. 

다시 식당 거리로 들어선 길, 이름이 거꾸로 쓰인 순대 국밥집을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이 가게는 어머니에서 아들로 이어지며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가게 일을 도왔고 지금은 어머니의 일을 돕는 것을 넘어서 가업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 아들은 가게 일을 돕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걱정하실까 그 마음을 숨겼다고 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어머니는 남모르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더 든든해진 모자의 관계는 순대 국밥집을 함께 운영하며 가게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가 됐다. 모자의 사랑이 가득한 순대 국밥집의 순대와 순대 국밥에는 맛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함께 하고 있었다. 

이렇게 강동구에서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보다 묵묵히 마음속에 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멋진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삶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사연들은 진실되고 공감되는 내용들이었다. 이런 개인들과 그들이 속한 가족의 역사가 모이고 모여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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