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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도시 기행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지난주 100회를 맞이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이 프로그램은 전국 각지를 돌며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기행 프로그램은 많이 있지만,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김영철이라는 진행자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긴 세월 연기자로 살아온 진행자는 역사 드라마에서는 냉혹한 군주로 선한 이미지의 아버지로 때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악역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한때 젊은 층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CF에서는 코믹한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남녀노소 나이와 상관없이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도록 했다. 진행자의 친근함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감동적인 사연에 눈물짓거나 함께 기뻐하거나 걱정을 하는 그의 진정성과 공감능력은 시청자들의 마음도 함께 움직였다. 

이런 프로그램의 특성은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주말 예능과의 경쟁에서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장년층에게는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으로 청년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꾸준한 시청률로 이 프로그램이 100회를 이어올 수 있도록 했다. 한결같은 담백함과 진성성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을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00회를 맞이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서울 도성 안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찾아 나섰다. 서울은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서 각 구를 중심으로 많은 기행을 했다. 화려함과 빠른 변화로 대변되는 도시의 삶 속에서도 옛 전통과 가치를 잃지 않고 지켜가는 이들을 자주 만났다. 도시 속에 이런 곳이 있었을까 하는 신기함과 함께 사라져가는 전통이 아직 지켜지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게 했다. 

100회에서도 여정은 과거의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지는 장소들을 주로 찾았다. 특히, 서울시에서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소들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미래 후손들에게도 전해지기 위해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장소들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문화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하는 장소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의 새로운 명소인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시작한 여정은 서울의 개발바람을 비껴간 이화동의 낙산 국민주택단지로 들어섰다. 이 지역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거주지가 있었고 전후 피난민들이 돌아와 판잣집 촌을 형성해 거주한 곳이었다. 1950년대 정부 차원에서 이곳에 주택 건축 사업이 시작되었고 국민주택단지로 조성되었다. 산비탈을 깎아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집들은 겹겹이 아래에서 위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때 만들어진 집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재개발 움직임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를 철회하고 이 마을은 옛 모습을 지켰다. 최근에는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집마다 벽화가 그려지고 문화마을로 변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외지인들의 방문이 많아지고 주민들과의 갈등이 커지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이런 진통 속에서도 마을 주민들은 수십 년 세월을 넘어 이웃들과 함께 하며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진행자의 방문 때도 이곳 주민들은 서로의 정을 나누며 편안한 일상을 함께하고 있었다. 삭막한 도시의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오래된 건물들을 헐고 그 자리에 현대식 아파트가 건립되고 원주민들은 대부분은 쫓기듯 마을을 떠나는 개발 광풍이 불러오는 악순환이 없었다. 2014년 이 지역의 몇몇 건물들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개발보다 보존, 이를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중요한 가치가 됐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곳은 멀지 않은 곳에 또 있었다.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가 그곳이었다. 옛 기상청 건물이기도 했던 이곳은 근대 기상관측의 역사를 품고 있었다. 관련 역사기록들로 채워진 전시관에서는 중요한 기상현상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과거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여기에 전망대에서는 서울시내 전경을 살필 수 있었다.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고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이용한다는 계절 관측 표준목인 단풍나무는 이곳의 역사를  간직한 채 이곳의 또 다른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었다. 과거 이곳에서 일했던 퇴직 공무원으로부터는 기상관측과 관련한 여러 비화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두 장소를 지나 이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고 찾았던 지역의 먹거리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큰 간판이 없어 무심히 지나치게 되는 한 떡집에서는 조선시대 궁중의 떡 제조 비법을 이어가는 가족들과 만날 수 있었다.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서는 수십 년의 손맛을 이어온 얇은 면발의 칼국수 안동 국시와 함께 내주는 생선튀김에 얽힌 이 식당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모두 선대로부터 이어진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마음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곳이었다. 

이제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인 대학로 한편에 자리한 다방에서는 옛 모습 가득한 인테리어 등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할 수 있었다. 이 다방은 현재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은 생소하기만 한 필름 카메라로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 풍경을 담고 있는 다방 사장님의 모습에서는 떠나가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을 붙잡고 싶어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아진 기억의 장면들은 미래에 또 다른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다방의 커피향을 뒤로하고 걷던 길에 만난 단팥죽 가게는 과거의 방식과 맛을 지키며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었다. 지금은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과거의 맛을 함께 공유하는 세대공감의 장소였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 문 닫은 가게 문들 두드린 젊은 연인에게 팥죽을 대접하고 그 연인들의 답례로 노래를 불러주었다는 사장님의 기억에는 지금은 찾기 힘든 사람 간의 낭만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도시 기행 이후 어둠이 내려앉은 서울의 거리를 걷다 청계천의 베를린 광장 앞에 이르렀다. 그곳에서는 독일 베를린 시에서 보내온 과거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부서진 베를린 장면의 한 파편이 전시되어 있었다. 베를린 장벽은 독일을 동서로 나눈 아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통일과 통합의 상징이 되었다. 역사의 진화와 발전이 그 의미를 바꾼 예라 할 수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과거의 것들이 보존보다는 잊힘 속에 쉽게 사라져간 우리 현실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김영철의 동내 한 바퀴는 어렵게 지켜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과 전통, 흔적들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100번이 여정에서 만난 이들은 미래의 자산을 지켜가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누군가를 만나기 부담스러운 요즘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묵묵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왔다. 이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들은 일상에서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상의 가치를 찾아 나서는 이 프로그램의 여정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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