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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맛의 도시 기행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02회에서는 전주 대구 달성군에 이어 대구 남구를 찾았다. 여정의 시작은 남구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앞산이었다. 특별한 이름 없이 그저 앞산이라 불리는 이 산은 그 이름과 같이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편안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지역의 휴식처인 이 산 한편에서는 다양한 헬스 기구들이 모여있는 일명 산스장도 있었다. 그곳은 실내 운동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대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역민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많든 또 다른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이른 아침에 앞산에서 남구 전체는 조망하고 내려오는 길에 한 떡집을 만났다. 마침 떡을 만드는 일이 한창이었다. 진열된 떡 중에 지금은 만나기 어려워진 찹쌀 꿀떡이 있었다. 이 꿀떡은 이 떡집에서 대를 이어 만들고 있었는데 쫀득쫀득한 찹쌀 떡에 달달한 꿀을 더해 이곳만의 맛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과거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식 기술을 더해 보다 위생적이고 만드는 이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있었다. 

꿀떡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다시 나선 길, 분주하게 작업 중인 작은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건물 한편에서는 도배용 풀을 제조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40년간 이곳에서 도배에 사용되는 풀을 만들었다고 했다. 화학재료를 쓰지 않고 밀가루만으로 만들어낸 풀은 아침부터 곳곳으로 나가고 있었다. 사장임은 그 수요가 줄었지만, 예전 방식 그대로 인체에 무해한 풀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이 공장을 지켜가고 있었다. 이 공장의 역사를 담고 있는 낡은 기계와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에는 고단함보다는 행복함이 더 배어 있었다. 

 

 



골목길을 걷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음식점에 이르렀다. 호기심에 함께 줄을 서보았다. 그 음식점은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이었다. 특히, 통문어 짬뽕은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였다. 사람들은 짬뽕을 맛보려 일찍부터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통문어 짬뽕은 음심점 사장님의 20년 넘는 노하우가 응축된 메뉴였다. 한약재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가 포함된 국문은 짬뽕을 맛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곳의 사장님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10대 때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배달 일부터 시작해 중화요리집 사장이 되기까지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의 배우자 역시 그 과정을 함께했다. 그렇게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전보다 여유가 더 생겼다. 상처투성이인 손가락에서 보듯 아직은 쉽게 일을 쉴 수 없는 빡빡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부부가 함께 제주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는 사장님의 말속에서 행복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바쁘게 길을 걸었다. 그 길에서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기존의 직장을 떠나 수재 쨈을 가게를 열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젊은 사장님을 만났고, 인근 미군 부대에 접해있는 외국인 거리에서는 독특한 기법의 그림인 혁필화를 그리는 한 장인과 만날 수 있었다. 혁필화는 붓이 아닌 가죽이나 천에 안료를 묻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다른 그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었다. 그의 주 고객은 외국인들이었다.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그림은 그만의 작품으로 새로운 예술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동네 곳곳을 걷다 대구에서 큰 시장 중 한 곳인 관문시장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소상공인들과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부각 가게에서는 희망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50년은 더 된 제면기에서 만들어지는 칼국수 가게에서는 과거의 추억과 함께 삶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전보다 찾는 이들이 줄었지만, 시장의 풍경에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희망 가득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다시 시장을 나와 오래된 주택들이 가득한 동네를 걸었다. 연탄을 실어 나르는 니어카를 지났고 긴 세월 마을을 지켜온 단풍나무에서는 강한 생명력과 함께 이 마을만의 역사가 느껴졌다. 반듯하고 잘 정리된 도시와 다른 정감 어린 풍경이었다. 

골목을 벗어나 오래된 식당을 만났다.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4대가 함께 하는 이 식당은 매운 갈비찜을 주메뉴로하고 있었다. 갈비찜의 맛을 좌우하는 매운 양념은 특재 재료와 배합으로 식당만의 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금은 식당의 사장님과 그 딸이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그 맛을 대를 이어 지켜가는 중이었다. 식당은 사장님은 애초 다른 일을 하다 식당을 했고 큰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식당 종업원을 시작으로 일을 시작했고 가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식당은 이제 집안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곳이 됐다. 가족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만들어내는 갈비찜은 특별함이 있었다. 

여정의 막바지 앞서 소개되었던 지역의 명소 앞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공원 한편에서 소방차를 세워놓고 버스킹 공연을 하는 이들을 만났다. 그 팀을 이끄는 이는 현직 소방관으로 사용연한이 경과한 소방 버스를 자비로 매입해 개조하고 그 버스를 타고 위문 공연 등 연주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위문공연을 하기 어렵지만, 공원 등을 다니며 공연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소방공무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쉬는 시간을 쪼개어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고되고 힘든 소방관을 하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또 다른 활동을 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의 연주음악과 함께 저물어가는 석양은 여정의 끝을 알렸다. 대구 남구에서는 눈에 크게 띄지 않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과 만날 수 있었다. 금전적으로 풍요롭고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그들의 일상은 행복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쩌면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여정이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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