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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종로와 중구는 조선시대 이래로 왕이 기거하는 궁궐과 정부의 중요 기간들이 위치한 나라의 중심이었다. 그 전통은 근현대사를 지나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지금도 이곳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주요 기관이 위치한 정부청사가 있고 중요 경제기관들과 대기업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의 강남과 세종시 등으로 행정기관들이 상당수 분산되긴 했지만, 종로와 중구 일대는 여전히 그 상징성이 크다. 이 때문에 종로와 중구는 정치 1번지로 그 의미가 상당하고 유지 보존되고 있는 궁궐과 유적은 우리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동네 탐사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103번째 여정으로 서울의 중심부 종로와 중구 충무로 일대를 걸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의 이런저런 모습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했다. 

여정 중 새해맞이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인 종로 보신각종을 찾았다. 보신각종은 만들어진 이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소실과 복원을 거듭했다. 지금 보신각종은 6.25 한국전쟁 중 파괴된 것을 복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53년부터 실시하는 보신각종 타종 행사는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중계되며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이번 새해 타종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코로나로 사라진 우리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방송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타종을 통해 보신각종 타종 소리를 함께 했다. 

 

 



코로나로 일상의 사라진 2020년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이들은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들이었다.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이들에게 만남이 망설여지는 상황은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대분을 차지하는 이들 상당수도 소상공인이들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만나는 소상공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있었지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일대 시장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이른 새벽 중림시장에서는 반짝 시장이라는 별칭답게 잠깐 열렸다 사라지는 시장의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과거 이 시장은 조선시대 수도 한양의 3대 시장을 그 뿌리로 하지만 그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잠깐의 시간에서 이 시장에서는 식재료를 포함해 각종 생활용품까지 없는 게 없는 시장의 면모를 보였다. 하루를 가장 일찍 여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에서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복을 포함해 전통 의복을 주 상품으로 하는 광장시장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전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한복의 일상복과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명절과 한복은 그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시장 한편이 아동 한복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에서 잠시나마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에서 복주머니는 새해 모든 이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상징처럼 보였다. 

서울의 중심부를 지키는 소상공인들과 만남은 계속됐다. 한국 영화의 발전과 함께 하는 충무로 일대 인쇄골목은 지금도 각종 인쇄물과 홍보물 제작의 중심지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아직도 많은 인쇄업체들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50년 경력의 사장님을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 상경해 힘든 과정을 거쳐 기술을 배우고 지금은 안정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상처투성이 손은 그의 삶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의 아들은 든든한 후계자로 가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들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과 그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더해지며 그 인쇄소는 훈훈함이 가득했다. 

이런 인쇄골목과 달리 종로와 충무로 일대 영화거리는 큰 변화가 있었다. 서울극장, 피카디리 극장, 단성사, 대한극장 등 대형 단관 극장을 대표되는 영화거리는 1960년대 이후 한국 영화의 메카였다. 이곳에서의 흥행은 영하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했고 인기 영화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은 일대 교통을 마비시킬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역의 대형 극장들은 모두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변모했고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대신 장년층들에게 이곳은 그림으로 그려진 극장 간판을 포함해 과거를 추억하는 기억으로 마음속에 남아있다. 

충무로 인쇄 골목 인근의 포장지를 전문으로 하는 방산시장에서 특이한 사진관을 만났다. 젊은 사진가가 운영하는 이 사진관을 시장 상인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받는다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이었다. 사진가는 상인들의 삶의 보다 밀착해서 담기 위해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지속했다. 그렇게 마음을 연 상인들은 그에게 삶과 마음속에 담은 꿈을 이야기했다. 대신 사진가는 상인들의 삶의 여정을 담은 사진을 담아 그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었다. 흑백으로 담긴 상인들의 프로필 사진에는 그들 삶의 여정이 녹아들어 있었다. 사진가는 상인들의 일상을 함께 담으며 그 어디에도 없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소상공인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는 현장 인근 인근에 먹거리 거리가 자리한 인현시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작지만 알찬 백반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사장님은 과거 지병으로 고생하는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이런저런 장사를 했었다고 했다. 우연히 충무로 일대를 방문해 이곳에 매료되었고 이곳에 터전을 잡아 백반 식당을 30년 넘게 운영했다. 고단하고 힘든 일상이었지만, 사장님은 그 일상이 생계를 유지하는 발판임을 감사히 여기며 긴 세월을 견뎠다. 장성한 자녀들은 삶의 고단함을 행복으로 바꿔주었다. 지금도 사장님은 좁은 주방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정 금액 이상 식사를 하면 사은품으로 주는 복권은 행복을 나누고 싶은 사장님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새해에도 우리 이웃들은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종로와 중구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이를 지탱하는 건 각자의 위치에서 온 힘을 다하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정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음에 행복해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리고 새해에도 이들의 일상은 코로나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 새해에는 더 나아질 거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지만, 그 시간이 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시간이 지나고 앞으로 동네 탐방의 여정이 희망과 행복함으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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