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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감악산이 내려보고 있는 도시 양주는 수도권에서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지만, 교통망이 발달하면서 물리적 거리와 마음의 거리도 함께 가까워졌다. 청정 자연의 잘 보존된 양주는 도시인들에게는 힐링의 장소로 점점 그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다. 걸어서 도시를 찾아나서는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08회에서는 한겨울 속 양주의 명소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을 만났다. 

여정의 시작은 양주 일영유원지 개천변이었다. 강추위에 꽁꽁 얼어버린 개천에서 아이들이 겨울 놀이에 한창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계절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진행자 역시 잠깐 아이들과 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쓸쓸해 보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아이들의 에너지는 그 풍경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뒤로하고 나선 길에 송어 낚시터를 지났다. 부자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이 낚시터에서 사람들은 송어 낚시에 여념이 없었다. 맑고 차가운 물에서 자라는 송어는 청정자연을  상징하는 어종이다. 이 낚시터는 감악산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로 낚시터를 만들었고 한 겨울에도 얼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한겨울 양주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놀이 공간이었다. 

다시 길을 걷다가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세워진 마을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화사한 꽃들로 가득한 화원을 찾았다. 겨울에 그 꽃을 피운다는 시클라멘으로 가득한 그 화원에는 모자가 꽃들을 돌보고 있었다. 아들은 원예업을 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고 부모님의 일을 돕다 부모님과 함께 원예업을 하게 됐다. 이제 이 화원은 대를 이어가는 가업이 됐다.

 



그는 관련 공부를 하며 전문성을 더했고 젊은 아이디어로 가업을 새롭게 발전시키려 하고 있었다. 매일매일 꽃을 돌봐야 하는 탓에 개인생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 청년은 어머니에게 보다 더 여유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화원은 모자의 서로에 대한 각별한 마음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년의 꿈과 희망이 함께 하는 특별한 곳이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어려움이 큰 원예산업이지만, 이 겨울이 지나고 상황이 나아지길 기원해 본다.

다니 나선 길, 발걸음은 오래된 건물들로 채워진 마을에 닿았다. 그 마을에서 빛바랜 외관의 낡은 비료 창고를 만났다. 겉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는 멋진 카페가 있었다. 마을의 오래된 비료 창고를 개조한 이 카페는 마을 주민들의 함께 하는 공동사업으로 탄생했다. 그곳은 마을의 역사를 지키면서 그 안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 더 많은 이들이 찾고 이를 통해 마을이 더 활력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었다. 이곳은 마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공간이었다.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5일장이 열리는 장터 한편에 가마솥으로 곰탕을 끓이고 있는 식당을 만났다. 가마솥에서는 뽀얀 국물의 곰탕이 펄펄 끓고 있었다. 이 식당의 사장님은 과거 음악 관련 일을 하기도 했고 자신의 앨범을 내려고도 했지만,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여러 사업을 했지만, 실패의 기억만 쌓고 말았다. 힘겨운 시절 그는 양주에서 식당을 열었고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 이 식당은 곰탕에 떡갈비를 서비스로 내어주며 손님들의 허기긴 배와 마음까지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이렇게 시련을 딛고 일어난 식당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의 만남에 이어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과 만났다.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양주 맹골마을을 찾았다. 수원 백씨의 집성촌으로 유명한 맹골마을은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하는 전통 음식과 전통주가 인상적이었다. 

이 마을에서 예로부터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만들어 먹었지만, 연푸국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과거 쌀이 귀하던 시절 연푸국은 지역에서 많이 나는 좁쌀과 콩으로 만든 두부로 만들어졌다. 흰쌀밥에 고깃국 먹는 게 최고의 밥상이었던 시절에 연푸국은 쌀밥과 고깃국을 대신하는 상차림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고 허기를 채우는 중요한 음식이었지만,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연푸국은 통해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유대를 다시고 하나가 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연푸국은 이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됐다. 이제는 젊은 마을 주민들에 의해 현대적 감각의 요리들이 더해지고 발전하고 있었다. 변화가 있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음식이라는 의미는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뜨끈한 국물의 연푸국에 이어 이 마을의 전통주인 가양주를 만났다. 이 마을의 가양주는 볏짚 상태의 쌀로 술의 중요한 재료인 누룩을 만드는 독특함이 있었다. 어디에도 없는 방식의 가양주는 일제시대를 거치며 그 명맥이 끊어질 위기도 있었지만, 백씨 집안으로 시집온 며느리의 오랜 노력으로 복원되어 이어지고 있었다. 기존의 구전되어오던 비법을 20년간의 연구와 노력으로 체계화가 레시피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전통주로 만들었다. 이런 노력의 결정체인 가양주는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여정의 막바지 우리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은 전통 등을 지켜가고 있는 한 부부의 노력에서도 볼 수 있었다. 과거 전통 등 복원 사업에 참여하며서 전통 등을 접한 부부는 이후 20년 넘게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부부는 과거 전통방식을 지키며 전통 등의 원형을 고증하여 복원하고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로움을 더하고 있었다. 과거 삼국시대로 그 기원이 올라갈 정도로 우리 등 문화는 그 역사가 깊지만, 현대와 와서 불교계의 중요한 행사인 연등회를 제외하며 대중적으로 전등을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접하는 전등 상당수는 전통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이 부부는 우리 역사와 함께 하는 전통 등을 지키고 대중들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지켜지고 있는 현장은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이렇게 경기도 양주에는 매서운 겨울 속에서도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들과 잊혀질 수 있는 전통의 맛과 멋을 지키는 이들의 열정이 겨울을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또한, 그 열정 속에는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따뜻함도 함께하고 있었다. 한겨울 속 양주는 그래서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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