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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검은 태양 11, 12회] 괴물이 되기보다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이룬 정의 구현

문화/미디어

by 지후니74 지후니74 2021. 10. 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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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액션 드라마 검은 태양이 지난 주 종영을 맞이했다. 최근 드라마 부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MBC가 나름 공을 들인 드라마로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 구성과 빠른 전개 여러 예상치 못한 반전과 사건들이 얽히며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까지 모처럼 주목받는 MBC 드라마였다. 동 시간대 방송되는 갯마을 차차차와 원더우먼 등 인기 드라마와 편성이 겹치면서 시청률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드라마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는 등 드라마에 대한 화제성을 잃지 않았다. 

드라마의 마지막 2회는 절대 빌런으로 등장한 백모사와 주인공 한지혁, 그리고 그와 힘을 합친 국정원 동료들의 대결이 주를 이뤘다. 그 한편에 또 다른 거악인 국정원의 비밀 사조직 상무회에 대해 응징하는 장면도 함께 포함됐다. 백모사와 상무회는 서로의 목적와 이익을 위해 상호 적대적 공존을 하는 관계였고 한지혁은 그 둘을 모두 이겨내야 했다.

우선 국정원은 큰 음모를 꾸미고 있는 백모사에 주목했다. 다시 일선에 복귀한 대외파트 도진숙 차장을 중심으로 백모사에 대응할 TF 팀이 조직됐고 한지혁도 이에 포함됐다. 이에 앞서 한지혁은 1년전 자신과 동료들이 피습된 사건에서 자신이 동료 김동욱과의 갈등 과정에서 그를 사살한 사실을 고백하며 그가 스스로 지웠던 기억을 되살렸다. 한지혁은 지워진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에서 그가 겪은 사건과 국정원 복귀 후 일어난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가 동료를 살해한 것도 하나의 짜여진 음모속에 포함된 일음을 인식했다. 한지혁은 상무회와 백모사가 그 중심에 있음을 알았고 그가 확신하는 국정원내 배신자 그룹과 연결되어 있음도 파악했다.

한지혁은 그를 괴롭히던 과거의 기억에 메몰될 수 없었다. 당장은 백모사의 위협에 대응해야 했다. 국정원 내로 잠입해 상무회의 핵심 멤버였던 이인환 차장의 살해를 시도한 백모사는 더 큰 테러를 기획하고 있었다. 백모사의 습격을 받고 죽음 직전에 있었던 이인환 차장을 구해낸 한지혁은 백모사가 단순한 복수 이상을 꿈꾸고 있음을 알게 됐다.

 

 


한지혁과 국정원 팀은 백모사의 은신처를 파악해 기습했지만, 백모사는 이를 피해 그 음모를 이어갔다. 국정원 팀은 몇 일 뒤 열리는 현충원에서의 추모식 행사를 주목했다. 그 행사에는 정부와 정당 인사들이 참석하고 대외파트 도진숙 차장이 추모사를 낭독하도록 되어 있었다. 국정원팀은 그 자리에서 백모사가 원한 관계에 있는 도진숙 차장을 저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이와 관련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추모식장에서 한지혁은 폭탄 테러를 시도하는 용의자를 사살했지만, 시한 폭탄의 타이머를 멈출 수 없었다. 그가 몸을 날렸지만, 폭탄은 폭발하지 않았다. 백모사의 경고였다. 백모사는 단순한 테러 그 이상을 하겠다는 메세지를 남겼다. 그 메세지는 현실이 됐다. 

백모사는 전자시기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특수 폭탄을 활용했다. 그는 여의도 금융가의 지하에서 그 폭탄을 폭발시켜 일대 전산망과 전자기기 사용을 마비시켰다. 이는 더 큰 테러의 서막이었다. 당장 전상망과 통신망이 마비된 지역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일상 자체가 마비됐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인터넷, 스마트폰, 각장 전자기기, 자동차도 멈춰야 했다. 만약, 백모사가 더 강력한 EMP 폭탄을 이용한 테러에 나선다면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었다. 

그를 멈춰야 했다. 한지혁과 유제이 그리고 국정원 팀은 여러 단서들을 조합해 백모사의 다음 행동을 예측했다. 그 결과 한지혁과 유제이는 백모사의 최종 목표가 국내 최대 은행의 서버데이타 마비에 있음을 파악했다. 여의도에서의 EMP 폭탄 테러는 백업 서버의 마비를 불러왔고 만약, 주 서버까지 마비가 된다면 금융 시스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른 국가적 혼란을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한지혁과 유제이는 백모사의 테러 현장에 잠입하기는 했지만, 그 현장은 이미 각종 통신과 통행이 차단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장애물이 등장했다. 백모사는 건물내 수십명의 민간인들을 인질로 삼아 협박했다. 백모사는 폭탄의 설치와 함께 인질들에 대한 생명의 위협을 동시에 했다. 백모사는 인질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화면을 유지토록 압박하면서 요구 조건을 전했다. 

그는 인질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은행 서버를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고도의 계산된 행동이었다. 백모사는 국가와 정보기관이 서버 보호를 우선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서버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인질들이 희생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여진다면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백모사는 그가 과거 국정원 대북 공작원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버림을 받아 납북됐던 기억을 인질극에 대입했다. 인질로 잡힌 이들은 과거 납북되어 가혹한 고문에 시달리던 자신이었다. 

당시 백모사는 유제이의 아버지였다. 그는 동료와 함께 납북되어 혹독한 고문에 시달리던 중 극적으로 탈출해 얼굴과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꿈꾸며 살았다. 그는 탈출 과정에서 고문 후유증으로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던 동료를 스스로 죽이고 말았다. 동료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손으로 동료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는 그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했다. 백모사는 자신과 죽은 동료 사이에서 자신을 잃고 말았다. 그는 과거 자신을 잃고 복수의 화신이 됐다. 그는 중국과 북한 접경지에서 마약 범죄 조직을 장악하는 등 어둠의 세계에서 힘을 키웠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각종 네트워크를 이용해 중국내에서 활동하는 국정원과 연결이 됐고 상무회와도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더 강한 힘을 만들었다. 

백모사는 상무회와 협력하는 듯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상무회의 중국내 공작을 무산시키며 국정원 조직내 갈등을 증폭시켰다. 대외파트와 국내파트로 나뉜 국정원의 파벌싸움은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무리한 작전이 조직원들에게 강요됐다. 이에 따른 희생도 뒤따랐다. 한지혁의 1년전 피습 사건도 누적된 국정원의 정보를 이용한 백모사의 계략에 의한 일이었다. 이 사건은 국내파트와 대외파트 모두에게 큰 약점이 됐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상대를 제압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려고 했다. 

한지혁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고 급기야 자신의 기억을 지우면서까지 국정원에 복귀했다. 그는 어디에도 영향받지 않은 상태에서 실체에 접근하려 했다. 그는 애초 동료들과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 세력에 대한 복수를 우선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스러운 진실과 마주해야 했다. 한지혁은 복수를 버리고 잘못된 조직을 바로 잡는데 온 힘을 다했다. 이를 위해서는 눈앞의 적 백모사를 이겨내야 했다. 

테러현장에 유일하게 잠입한 한지혁과 유제이는 백모사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치며 그를 흔들었다. 백모사 내면에 자리한 선한 유제이 아버지의 본성을 이끌어내려 했다. 한편으로는 폭발물의 위치를 파악했다. 폭발물은 비어 있었다. 백모사는 애초 국정원과 정부가 인질을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질들을 희생하고 확보한 폭탄이 가짜라면 그 장면이 실시간으로 알려진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국정원에 대한 복수 이상으로 개인의 인권과 존엄보다는 다수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국가라는 조직의 이중성을 고발하고자 했다. 

이 시점에 국정원에서는 내부 갈등이 커졌다. 우선 폭탄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질들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의견이 대립했다. 초기 도진숙 차장은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폭발물 처리를 우선토록 했지만, 가짜 폭발물의 존재를 인식한 이후 인질 구출을 우선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국정원장은 폭발물 확보를 명령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상무회와 손을 잡은 국정원장은 대의를 명분으로 과거 백모사를 버린 국정원의 모습 그대로였다. 도진숙 차장은 이에 반대했다. 그는 과거 조직을 위한 희생이 불가피함을 옹호하는 입장이었고 백모사와의 대결에서 일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다. 그는 마지막 순간 사람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이런 갈등 속에 한지혁은 홀로 백모사와 맞서야 했다. 유제이는 스스로 인질이 되어 백모사를  심리적으로 다시 한 번 흔들었다. 결국, 백모사는 한지혁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그가 들고 있는 폭탄의 기폭 장치를 한지혁에게 넘겼다. 한지혁은 선택을 해야 했다. 백모사는 기폭장치가 아니라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멈추는 장치라는 진실을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맞서 싸웠던 적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한지혁은 백모사 내면의 인간성을 믿었고 기 장치를 눌렀다. 백모사의 말대로 그 장치는 타이머를 멈추게 했다. 이렇게 백모사와의 싸움은 끝났다. 백모사는 그의 숨이 멈추는 순간 과거 유제이의 아버지로 돌아와 유제이와 짧은 재회를 하며 숨을 거뒀다. 그는 백모사가 아닌 유제이의 다정한 아버지로 기억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상무회의 처리였다. 보통의 히어로물이라면 주인공이 마지막 악당까지 일망타진해야 하지만, 한지혁은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백모사와의 대결 과정에서 입은 총상으로 정상이 아니었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동영상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는 우선 과거 그가 동료를 오해 끝에 살해한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이후 그는 상무회의 존재를 폭로하고 관련 파일을 열 수 있는 비밀 번호를 알렸다. 그는 상무회가 강력한 힘으로 조작하고 그들의 목적을 위해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국민의 삶을 감시하는 또 다른 권력임을 밝혔다. 이로써 상무회는 더 이상 비밀 조직이 될 수 없었다. 

한지혁은 마지막 정의 구현을 자신이 아닌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의 지성에 맡겼다. 그는 국민들의 상식과 민주주의 시스템을 믿었다. 상무회가 아무리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온 국민이 그 존재를 알고 그들의 죄상이 밝혀진 상황에서 그 힘을 유지하기는 어려움을 한지혁은 알고 있었다. 한지혁은 괴물을 이기기 위해 더 큰 괴물이 되기보다 사람을 믿었다. 한지혁은 국정원에 대한 복수를 위해 어둠의 괴물이 된 백모사와 달랐다. 

 

 


하지만 이런 한지혁의 행동은 백모사가 하고 싶었던 일일수도 있었다. 백모사는 일부러 사건의 현장을 온 국민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그의 테러가 성공한다 해도 살아나갈 방법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백모사는 애초 국정원의 비인간성과 불법 탈법적인 일을 고발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는 살인과 테러를 하긴 했지만,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버리진 않았다. 사실 그는 조직의 목적을 위해 희생된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닮은 한지혁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하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상무회라는 거대한 악의 세력은 단죄될 수 있었다. 국정원 역시 정화되는 길이 열렸다. 

5년 후 한지혁은 자신의 죄에 대한 죄값을 받고 출소했다. 상무회의 일원으로 죄악을 저질했던 강필호 국장도 감옥에서 죄값을 치르는 중이었다. 대외 파트의 수장이었던 도진숙 차장은 국정원을 떠났다. 그는 자신보다 때묻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 보다 나은 국정원을 만들어가길 원했다. 실제 국정원은 민주적 통제를 받으며 정치와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한지혁 역시 과거의 잘못에 대한 벌을 받았고 과거 그를 괴롭히던 유년 시절의 잘못된 기억을 바로 잡으며 마음의 평온함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국정원의 부름을 받고 또 다른 임무를 위해 나섰다. 이제 그는 파벌도 없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정원 직원이 됐다. 

이렇게 검은태양은 무거운 주제를 여러 사건들이 한 줄기로 모이게 하는 전개로 풀어갔다. 주인공의 등장부터 파격적이었고 액션도 스케일이 크고 사실적이었다. 중반 이후 그 힘이 다소 떨어지고 여러가지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을 고민스럽게 하기도 했고 여주인공의 돌연 하차로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그 사건들을잘 연결하면서 확실할 결말로 이어지게 했다.

검은태양은 권선징악의 스토리였지만, 한명의 영웅 스토리가 아닌 모두의 승리가 되도록 했다는 점도 신선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거대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 드라마는 소수의 엘리트들과 권력기관, 정치인들 관료, 대형 언론 등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커지진 권력과 힘이 항상 선할 수 없음을 경고했다. 이들과 대비되는 선한 다수가 진짜 나라의 주인이고 그들이 이끌어가는 사회가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임을 보여줬다. 만약, 시즌제로 이 드라마가 계속 이어진다면 보다 민주적이고 보편적인 사고가 작동하는 국정원 시스템 속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사진 : 드라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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