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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고려사를 배경으로 했던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32화를 끝으로 종영됐다. 고려 거란 전쟁은 한 인물을 특정하지 않고 고려 초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던 고려와 거란과의 전쟁사를 조명한 드라마였다. 이에 드라마 제목부터 고려 거란 전쟁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드라마는 전통 사극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드라마 흐름이 시대 흐름에 반영한 트렌디 드라마나, 장르물이 주류를 이루고 사극마저 현대적으로 해석한 퓨전 스타일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역사 고증에 충실한 드라마는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여기에 방영 예고부터 최고의 제작비를 투입했다고 공언하면서 크고 웅장한 스케일의 전쟁 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전 사극과 다른 스케일을 표방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여기에 사극에서는 독보적인 역량을 보인 최수종 배우가 모처럼 주연으로 나서는 드라마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이유가 됐다.

고려 거란 전쟁은 큰 관심 속에 기존 대하드라마와 달리 KBS 2를 통해 방영됐다. 나름 자신감을 드러낸 편성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 시청률도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KBS 드라마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런 기대는 방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이례적으로 주인공 최수종에게 연말 연기 대상을 시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대감 속 시작한 고려 거란 전쟁 


이렇게 큰 기대와 함께 시작한 드라마는 강조의 정변을 시작으로 빠른 전개와 CG를 적극 활용한 실감 나는 전투신 등을 더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려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양규 장군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양규 장군은 2차 고려 거란 전쟁 당시 고려 최북방 요새인 흥화진을 거란의 수십만 대군으로부터 지켜냈다. 결국, 거란군은 흥화진 점령을 포기하고 남하를 선택했다.

양규 장군의 분전에도 고려는 강조가 이끄는 주력 부대가 궤멸되며 큰 위기를 맞이했고 수도 개경이 함락되고 고려 왕 현종이 험난한 몽진길에 오르는 등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상황에 양규는 결사대를 조직해 거란군의 후방을 지속 공격하며 전공을 쌓았다. 양규의 결사대는 적의 후방 보급 기지를 장악한 데 이어 지속적인 유격전으로 거란군을 지속 섬멸했고 많은 고려인 포로들을 구출했다. 

양규의 분전은 거란군이 개경 점령 후 더는 남하하지 못하고 철군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양규는 이후에도 거란군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양규는 거란 본진과의 전투에서 전사했지만, 그의 분전은 패배감에 사로잡힐 수 있었던 고려에 큰 희망이었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양규의 재 발견 


이런 양규의 분전과 장렬한 최후까지 고려 거란 전쟁은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이야기 전개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드라마는 산으로 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원작자와 제작자 사이의 고증과 관련한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스토리 전개도 점점 늘어지고 캐릭터의 급변이 일어났다. 

즉위부터 즉위 초반까지 험난한 여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캐릭터였던 고려 현종 왕순이 돌연 자제력을 잃고 폭주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궁중의 암투로 시간이 채워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황후가 왕과 대립하는 정적으로 묘사되는가 하면, 질투에 눈이 멀어 권력을 남용하거나 왕을 대신해 권력을 행사하는 일까지 있었다. 역사 기록이 크게 부족한 고려사인 만큼 작가적 상상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전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답습한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이에 시청자들의 드라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이에 드라마는 잠시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이후 다시 시작한 고려 거란 전쟁은 이번에는 고려 현종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면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강감찬의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현종은 돌연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결단력 있는 성군으로 면모를 갑자기 보였다.

시청자들은 2차 고려 거란 전쟁 후 고려가 어떻게 국력을 키우고 전쟁을 대비했는지 어떤 외교전을 전개했는지 등을 기대했지만, 내용 전개는 그렇지 않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드라마 초반 현종의 멘토이자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했던 강감찬의 역할도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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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증 논란과 급변한 캐릭터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 강감찬의 장면은 축소됐다. 그 사이 현종은 슈퍼 히어로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거침없이 해냈고 무신의 난까지 진압하면서 강력한 군주의 모습을 보였다. 실제 고려 현종이 고려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성군으로 칭송받았지만, 그런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각성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마지막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드라마 1회에서 나왔던 귀주대첩의 완벽한 피날레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3차 고려 거란 전쟁으로 향하는 빌드업 과정을 거친 드라마는 극 후반부 귀주대첩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역사적 기록에 따라 그에 충실한 내용 전개를 했고 배우들의 노력으로 치열한 전투 장면도 실감 나게 재현했다. 

하지만 CG 장면은 곳곳에서 허점을 보였고 완성도가 떨어졌다. 마지막 전투의 장면은 절정의 순간, 돌연 비가 내리면서 급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야구의 우천 콜드승으로 고려가 승리한 게 아닌가 하는 말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허망한 전쟁 신의 마무리였다. 이후 전개는 고려가 긴 평화번영의 시기를 열어가는 장면들로 채워졌다. 그 과정에서 극 전개상 드라마에서 하차한 이들의 등장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그럼에도 드라마 후반부 내내 느끼던 시청자들의 갈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귀주대첩의 마무리도 뭔가 어중간했고 캐릭터들의 비중 변화와 함께 강감찬의 존재감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전개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드라마 막바지 백성들의 적극 동참과 국난 극복의 장면은 그렇게 백성들의 동참을 얻어 가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감동을 주는 장치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끝내 채우지 못한 아쉬움 


만약, 2차 고려 거란 전쟁 후 3차 고려 거란 전쟁으로 가는 과정에 내용을 채우기 어려웠다면 거란에 대한 서사를 더 넣은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었다. 당시 거란은 중국의 송나라를 압박하고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강대국이었다. 그들에 대해 야만인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거란족은 자체 문자가 있었고 고도로 발전한 불교문화도 있었다.

거란 성종은 고려 거란 전쟁 당시 거란의 왕 성종은 거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성군이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이런 강대국 거란의 모습을 더 담았다면 거란과 고려, 송나라까지 동북아시아 3국과 관련한 외교적 관계 등을 조명했다면 고려 거란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더할 수 있었지만, 드라마에서 거란은 악당 그 이상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결국, 고려 거란 전쟁은 드라마 시작과 초기 새로운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발견과 실감 나는 전투 신 등으로 형성된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채 기존 사극을 답습하며  아쉬움과 함께 마무리되고 말았다. 최근 KBS 드라마에 비해 높은 시청률과 관심을 받았다는 성과도 있었지만, 다음 대하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이유는 있다. 지상파 TV의 제작비 제약에 따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는 시청료의 가치에 대하 수시로 역설하고 있다. 대하드라마는 시청료의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사극과의 차별성과 더 높은 수준의 콘텐츠 제작으로 연결돼야 하지만, 고려 거란 전쟁은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는 부족함이 있었다. 

다만, 대하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했다는 건 의미가 있었다. 그와 함께 이전과 같은 방식의 작품으로는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과제도 함께 한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었다.


사진 : 드라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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