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터키로 불렸던 나라 튀리키예는 독특함 가득한 나라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이 지역은 인류 4대 문명이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속해 있다. 그로 인해 오래전부터 고도로 발전한 문명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 대 서사시인 일리아드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트로이는 튀르키예 지역에 번성했던 도시 국가였다.
그 지리적 입지가 동양과 서양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고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도시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 수 있는 도시다. 이런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튀르키예 지역은 일찍부터 동. 서양의 무역과 교류의 중계지로 실크로드의 중요 지점으로 자리하며 큰 번영을 누렸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중요한 지역이었고 서양의 문명권에 속해 있었다.
그 속에서 튀르키예는 교류와 소통의 통로로 기능했고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공존하는 지역이 됐다. 지금은 이슬람 국가가 됐지만, 그 역사와 문화적 전통은 곳곳에 남아있다. 그중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건축물인 야야 소피아는 이슬람 사원이지만, 고대 로마시대 건축 양식과 기독교 작품들이 그 안에 공존하고 있다.
고대 문명에서 기원한 튀르키예 역사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
이스탄불은 오랜 세월 콘스탄티노플로 불리며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고 중앙아시아 일대 기독교 문명의 마지막 거점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면서 동로마 제국도 멸망했고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의 영역에 포함됐다. 이후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제국의 수도가 됐다. 오스만제국은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중동과 동부 유럽, 지중해 연안까지 세력에 포함한 대제국으로 발전했다. 이는 지금의 튀르키예가 이슬람 국가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슬람 원리주의를 버리고 세속주의를 바탕으로 한 공화정을 실시했고 서구적인 국가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튀르키예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유럽의 군사, 경제 연합체에 소속되면서 사실상 유럽 연합의 일원으로 자리했다.
6.25 한국전쟁 당시에는 많은 전투병을 파병한 참전국이었고 전쟁고아들을 위한 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등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런 인연과 함께 삼국 시대 고구려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북방의 유목 민족 돌궐의 국가 튀르키예 제국의 유물에서 고구려와 형제 동맹을 맺었다는 역사 기록이 나오면서 오래전부터 이어진 우리 민족과 튀르키예의 관계가 입증되기도 했다.
이에 튀르키예인들 상당수는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고 있고 이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에게 튀르키예는 멀리 있지만, 친숙한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다. 또한,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자리한 입지로 인한 독특한 전통문화와 예술, 멋진 자연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지로도 한국인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해외여행 관련 프로그램에서 튀르키예는 자주 등장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튀르키예의 유명 관광지는 직접 가지 않았었던 웬만한 한국인들은 다 알 정도다. 그럼에도 튀르키예는 왠지 모를 친숙함과 색다름, 다양성이 공존하는 여행지로 해외여행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다.
튀르키예 동부 기행에서 만난 고대 도시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는 이 튀르키예에서 그동안 한국인들이 잘 가지 않았던 동부, 그것도 겨울의 풍경을 담았다. 튀르키예 동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덜 진행됐고 그 사회 인프라도 덜 갖추어진 탓에 여행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다. 대신, 이슬람의 전통문화와 지역의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어 튀르키예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세계테마기행 '겨울에 반하다, 튀르키예' 편에서는 이 튀르키예 동부지역을 여행하면서 일반적 여행지 외에 혹독한 추위 속에서 밝고 건강하게 살아는 지역민들의 삶과 문화를 함께 살폈다.
그리고 이 여정의 끝자락에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흔적을 간직한 고대 도시 마르딘과 디야르바키르를 찾아 튀르키예의 역사와 함께 했다.
튀르키예 남동부 국경지대에 자리한 마르딘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번성했던 티그리스강에 인접해 있고 넓은 평원이 도시 앞에 펼쳐져 있다. 마르딘은 고대로부터 동. 서 무역로에 속해있어 상업적으로 크게 번성했다. 이 때문인지 마르딘은 이슬람의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 한편에서는 기독교 전통이 공존하고 있다. 유적지 역시 이슬람과 기독교 유적지가 함께 있다. 이 지역민들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혼재하고 있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시리아 정교를 믿는 이들도 많이 있다.
언덕위에 자리한 고대 도시 마르딘
하지만 마르딘의 지리적 상황은 역사적으로 이 지역에 전쟁이 끊이지 않게 했다. 이로 인해 마르딘의 거주지는 외침을 대비하고 방어에 용이하도록 평원 지역을 굽어볼 수 있는 산 위 성곽을 중심으로 험준한 산비탈에 형성됐다.
이 때문에 마르딘을 찾는 여행자는 도시를 살피기 위해 좁고 가파른 길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이런 도시의 지형은 이 지역의 독특한 생활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여정에서 만난 당나귀 청소부는 차나 오토바이도 오르기 힘든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 마르딘에서 아주 훌륭한 일꾼이었다.
조금은 삭막해 보이는 도시였지만, 이 도시 곳곳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은 세공품인 텔카리의 아름다움이 있었고 이 지역의 전통과 문화가 함축된 신화 속 존재인 사흘메란과 관련한 색다른 공예품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반려 비둘기를 통해 튀르키예 사람들의 남다른 비둘기 사랑도 알 수 있었다.
이런 마르딘 인근에 최근 발굴 작업이 진행중인 고대 도시 다라의 유적지도 눈길을 꿀었다. 다라 유적지는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다. 현재 이 지역의 유적지는 전체 도시 중 10프로 정도면 발굴이 이루어졌다. 방송에서는 단단한 암벽을 사이에 조성된 묘역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모드 신기하고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 지역이 발굴되고 연구가 되면 또 다른 고대 문명의 비밀과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시대별 축성 기술의 집약체 디야르바키르 성곽
마르딘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고대 도시 디야르바키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대한 성곽 유적지가 압권이었다. 디야르바키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속했고 오랜 세월 여러 민족과 국가들의 세력 다툼의 중심에 있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중요한 국경 도시로 도시 방어를 위해 높고 견고한 성곽이 조성됐다. 디야르바키르의 성곽은 지금도 구도시의 외각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다.
디야르바키르의 성곽은 원형의 보존도 잘 이루어져 있지만, 수없이 도시의 주인이 바뀌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축조와 보수가 이루어지면서 시대별 성곽 축조 양식이 혼재하는 독특함이 있었다. 이는 고대 역사 연구에도 큰 가치고 크다 할 수 있다. 이 성곽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수천 년의 역사를 기행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디야르바키르는 튀르키예 동부의 역사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이곳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여정의 마지막에 찾은 대장간의 모습과 수십 년 세월 그곳을 지킨 장인의 모습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대장간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 장인은 대장장이로 일하면서 대가족을 부양하고 뜨거운 철로 각종 기구를 만들어가듯 행복을 매일매일 만들어가고 있었다. 마르딘과 고대 도시의 유적지와 함께 계속 지켜졌으면 하는 풍경이었다.
대지진 아픔 이겨낸 튀리키예 사람들
튀르키예 동부 지역은 거대한 단층대가 지나고 있고 수시로 대지진이 발생한다. 지난해에도 대지진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있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다시 일어섰고 일상을 회복했다. 고대 유적지들도 세월의 풍파와 각종 자연재해 속에서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 지역민들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튀르키예 동부 여정은 이전에 알고 있었던 이 나라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폭을 더 넓혀주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 튀르키예에 대한 여행 욕구를 더 크게 해줬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덜 발전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있어 여정의 의미가 컸다.
본 게시글은 EBS 스토리 기자단 18기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진 : EBS,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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