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보편화됐지만, 여행 마니아라 해도 쉽게 가기 힘든 오지가 아직 존재한다. 아마존과 같은 열대 우림이나 많은 이들에게 미지의 땅으로 여겨지는 아프리카, 척박한 사막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이런 지역에도 점점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다.
해외여행 관련 SNS나, 관련 콘텐츠에도 이전에 쉽게 닿을 수 없었던 지역이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에 대한 관심도 크다. 여행자들이라면 대부분이 편하고 안락한 여행과 함께 다른 이들의 찾기 힘든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지 여행만이 가지는 색다름과 차별화된 경험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남미 대륙의 남쪽 파타고니아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특히, 배낭 하나 둘러메고 도보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멋진 비경과 산지와 초원, 빙하와 빙하 호수가 혼재하는 파타고니아를 더 선망할 수밖에 없다.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남미에 걸쳐 있는 남위 40도 아래 지역을 통칭한다. 지역명의 유래는 과거 이 지역을 탐험했던 유럽의 원정대가 이 지역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거인족이라 불렸던 이들의 이름 파타곤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여행자들이 동경하는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지역 서쪽 칠레 지역은 남미 대륙을 위에서 아래로 종단하는 안데스산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강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연중 많은 강우량을 유지한다. 안데스산맥 동편의 아르헨티나 지역의 파타고니아는 고원지역과 함께 넓은 평원지대가 특징이다.
파타고니아 지역은 지리적으로 남극에 가깝고 남쪽으로 연중 낮은 기온을 유지한다. 남쪽 지역은 겨울이 길고 매우 춥다. 또한 연중 강풍이 불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차가운 기후 조건은 파타고니아 남부 지역 곳곳에 빙하지대를 형성하게 했다. 이에 파타고니아는 드넓은 초원과 높은 산맥과 고원지대, 빙하로 덮인 설원의 풍경이 함께 하는 곳이다. 특히, 빙하와 관련해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라 빙하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기도 하다.
파타고니아의 척박한 자연환경과 험난한 지향으로 인한 원활하지 못한 교통 여건은 사람들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대신, 사람들이 덜 오는 만큼 태초의 자연의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이에 파타고니아는 청정한 자연과 연결되어 이해되는 단어기도 하고 환경 보호를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하는 모 아웃도어 브랜드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파타고니아는 원시성을 간직하면서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비경은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곳을 찾고 싶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꿈꾸는 여행지라 할 수 있다.
바릴로체의 우아피 호수, 전통 음식 꾸란또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는 오지 탐험 전문가를 프리젠터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역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았다. 이번 편에서는 기존에 여타 여행 프로그램 등에서 알려진 장소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 문화와 먹거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도 함께 찾았다.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5대 미봉으로 파타고니아의 비경을 대표하는 피츠로이산 등반이었다. 이에 앞서 일행은 스위스 이민자들의 도시로도 불리는 파타고니아 대표 도시, 바릴로체를 찾아 파타고니아 지역의 대표적인 빙하호, 우아피 호수의 절경을 화면에 담았다.
바릴로체는 파타고니아 중부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지역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의 도시로 여름철에는 피서객들,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연중 붐빈다. 잘 보존된 자연환경은 이 지역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도록 했다. 이곳은 유럽의 이민자들이 건설한 도시로 19세기부터 스위스 이민자들이 다수 유입되며 집성촌을 형성했다. 이에 스위스의 문화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알프스 지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파타고니아 지역에 유럽 이민자들이 이주하면서 기존 이 지역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이 다수 학살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아픈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은 과거 이 지역에 살았던 원주민의 이름에서 유래했지만, 이제 파타고니아 지역의 원주민들은 극 소수만 남아 있다.
이런 아픈 역사에도 원주민들의 전통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지역의 전통 요리인 꾸란또를 스위스계 사람들이 모여사는 스위스 마을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꾸란또는 칠레 남부지역에서 유래한 전통 음식으로 꾸란또라는 말에는 원주민들의 언어로 태양으로 인해 뜨겁게 달궈진 돌, 구운돌이라는 의미가 있다.
실제 꾸란또는 땅을 파고 뜨겁게 달군 돌을 깔고 그 위에 각종 해산물과 고기, 야채, 과일 등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위에 나뭇잎 등을 덮고 흙을 더 덮어 장시간을 기다린다. 마치 압력 밥솥으로 밥을 하는 듯하다. 이렇게 탄생한 찜 요리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다채로운 맛이 함께 하게 된다. 꾸란또와 같은 요리 방식은 남미는 물론이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존재한다. 아마도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선사시대인들 때부터 전승된 요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요리를 스위스 마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채로웠다.
피츠로이 산의 비경
바릴로체에서의 여정을 끝낸 일행은 마지막 목적지 피츠로이 산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파타고니아의 멋진 자연 경관과 함께 하는 자전거 투어와 드라이브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파타고니아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행은 피츠로이로 가는 관문에 자리한 아르헨티나 트레킹의 수도라 불리는 도시, 엘 찰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일행은 피츠로이의 비경을 보다 가깝게 오래 느끼도록 새벽 산행을 시작했다. 작은 랜턴에 의지해 오른 일행은 일출에서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피츠로이의 절경을 화면에 담았다. 듣던 대로 피츠로이는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로 신비롭고 장엄했다. 왜 피츠로이에 대해 사람들이 큰 찬사를 보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파타고니아는 다가가기 힘들지만, 극지나 극한의 환경이 아님에도 태곳적 신비를 간직할 수 있었던 역설의 여행지다. 그 역설은 색다른 여행지, 탐험가형 여행자들이 그곳을 동경하게 한다. 화면이었지만, 그 파타고니아를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는 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본 게시글은 EBS 스토리 기자단 18기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진 : EBS,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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