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경기, 야구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등장한 혼돈의 경기, 그 속에서 최강야구 몬스터즈는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기 끝에 힘겨운 승리를 했다. 몬스터즈는 장충고와의 2024 시즌 첫 경기에서 9회 말 대역전극을 펼치며 10 : 9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몬스터즈는 이미 지난해 챙겨둔 1승을 더해 2024 시즌 2승을 기록하게 됐다.
승리하긴 했지만, 양 팀 합계 21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이었다. 장충고 타자들은 몬스터즈 투수들을 상대로 날카로운 타격을 했고 매우 끈질겼다. 경기 막바지 몬스터즈를 패배 일보 직전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지난 시즌 몬스터즈에게 아픈 패배를 안겼던 팀 다운 경기력이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5회 들어 많은 득점이 오고 가는 난타전 양상으로 변했다. 5회 초 장충고는 몬스터즈 선발 투수 이대은 공략에 성공하며 3 : 1 역전에 성공했다. 이대은은 경기 초반과 달리 투구 수가 늘어가면서 구위가 떨어졌고 주 무기 투심이 밋밋해졌다. 장충고 타자들은 매우 적극적인 배팅으로 이대은의 초구, 2구에 승부를 보는 공격 전략으로 맞섰다.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5회 초 장충고는 연속 4안타로 3득점했다. 결국, 몬스터즈는 에이스 이대은을 교체해야 했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건 장원삼이었다. 최강야구의 원년 멤버였지만, 어깨 부상으로 투구에 제한이 있었던 장원삼은 시즌 3를 앞두고 활약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장원삼은 훈련 기간 구위가 되살아난 모습을 보였고 기대감을 높였다.
무너진 에이스 이대은, 장원삼의 반전 호투
장원삼은 무사 1루 상황에서 한껏 기세가 오른 장충고 타자들을 상대로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 과정에서 2루수 정근우의 호수비도 있었다. 장원삼은 130킬로도 채 나오지 않았던 속구의 구속을 130킬로 중반으로 끌어올렸고 이는 변화구 위력을 더할 수 있었다. 달라진 장원삼에 장충고 타자들은 제대로 공을 맞히지 못했다.
장원삼이 급한 불을 끈 몬스터즈는 5회 말 상대 마운드의 난조를 틈타 경기를 다시 역전시켰다. 선두 타자 정근우의 볼넷으로 시작한 공격은 최수현의 안타와 박용택의 볼넷을 더해 무사 만루가 됐다. 장충고는 투수 교체로 몬스터즈의 공격 흐름을 끊으려 했지만, 투수들의 제구 난조가 문제가 됐다. 몬스터즈는 이대호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정의윤 대신 타석에 선 대타 윤상혁의 빗맞는 행운의 안타를 더해 3 : 3 동점에 성공했다.
공격은 여끝나지 않았다. 위기에서 장충고 투수들은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몬스터즈 타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몬스터즈는 박재욱의 밀어내기 볼넷에 정성훈의 밀어내기 몸 맞는 공, 상대 폭투를 묶어 득점을 쌓았고 6 : 3으로 앞서갔다. 장충고로서는 상대에 적시안타를 단 한 개만 내주고 대량 실점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역전에 성공한 몬스터즈는 올 시즌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신입생이자 최강야구 최초의 외국인 선수인 니퍼트 카드를 꺼내들었다. 니퍼트는 4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 긴 경기 공백에도 과거 KBO 리그를 지배했던 투수의 위력을 보여줬다. 니퍼트는 140킬로 후반의 속구로 장충고 타자들은 힘으로 압도했고 간간이 섞어 던지는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를 했다.
장충고 타선을 얼어붙게 한 니퍼트의 위력투
2미터가 넘는 키에 강속구를 던지는 외국인 투수는 장충고 타자들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큰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장충고 타자들은 니퍼트의 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씩씩하게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안타가 나오긴 했지만, 빗맞는 타구였다.
이렇게 니퍼트의 등장을 경기는 몬스터즈의 무난한 승리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장충고는 아껴둔 에이스 김재원을 마운드에 올리며 추가 실점을 막고 반전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장충고의 역전 희망은 9회 초 공격에서 현실이 됐다.
9회 초 선두 타자의 안타 출루 이후 안타와 몸 맞는 공을 더해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몬스터즈로서는 투수 교체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니퍼트는 투구 수 50개를 넘긴 시점부터 구위 저하가 분명했고 지쳐있었다. 마음은 있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상황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교체보다는 니퍼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현역 감독 시절 빠른 투수 교체를 했던 그였지만, 연전을 대비해 다음 날 선발 투수로 나서야 하는 신재영을 마운드에 올리기에는 부담이 됐고 대학생 투수 이용헌에게는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베테랑 송승준, 유희관은 니퍼트 이상의 구위도 아니었고 탈삼진 능력은 기대할 수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니퍼트에 대한 신뢰는 큰 재앙이 됐다.
이후 상황은 몬스터즈에게 대혼돈이었다. 안정된 수비 능력을 과시하던 1루수 이대호와 2루수 정근우의 잇따른 홈 송구 실책이 3실점으로 연결됐고 빗맞은 행운의 안타로 3실점이 더해졌다. 몬스터즈는 9회 초에만 6실점했고 경기는 순식간에 장충고의 9 : 6 리드로 반전됐다. 몬스터즈는 송승준을 마운드에 올려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뒤늦은 교체였다.
혼돈과 혼돈의 연속이었던 9회 공방전
무난한 승리의 분위기는 역전패의 흐름으로 급속히 변했다. 마약, 이대로 승리했다면 장원삼은 최강야구 시작 이후 첫 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니퍼트 역시 화려한 데뷔 경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경기 MVP도 기대할 수 있는 투구였다. 하지만 9회 초 그런 기대는 모두 사라졌다. 장충고 에이스 김재원은 경기 후반 호투를 거듭하는 중이었고 3점 차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격언은 9회 말 몬스터즈에 그대로 적용됐다. 호투하던 장충고 투구 김재원이 갑자기 흔들렸다. 공식 경기는 아니지만, 몬스터즈와의 경기 승리 투수를 눈앞에 둔 시점에 김재원이 더 긴장했고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다. 잘 되던 변화구 제구가 흔들리면서 볼 카운트 싸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에 몬스터즈는 볼넷과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9회 초 장충고 공격 상황과 비슷했다.
이에 장충고는 투구 교체로 경기 흐름을 바꾸려 했다. 경기는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향했다. 무사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정성훈이 섰다. 정성훈은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만루 홈런을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런 기분 좋은 기억은 그의 힘찬 스윙으로 다시 재현되는 듯했다. 정성훈은 경기가 열린 고척돔 상단으로 향하는 대형 홈런타구를 날렸지만, 아쉽게 파울 폴대를 살짝 빗나갔다. 파울 홈런이었다.
파울 홈런 이후 삼진이 많다는 야구 속설이 있지만, 정성훈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정성훈은 다시 좌중간을 뚫어내는 장타를 날렸고 모든 주자가 홈 득점에 성공했다. 마침 몬스터즈는 1루 주자를 박재욱에서 보다 발이 빠른 고대한으로 교체했고 이 교체는 3득점으로 연결됐다. 정성훈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상대 수비의 허점을 이용해 과감히 3루를 파고들었다.
몬스터즈는 극적인 9 : 9 동점에 이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무사 3루에서 장충고는 투구 교체와 함께 과감한 만루 작전으로 맞섰다. 몬스터즈 역시 연장 승부를 대비해 다음 경기 선발 투수 신재영의 등판을 준비시키는 총력전을 펼쳤다.
대혼전 속에 승리한 몬스터즈 하지만
팽팽한 벤치의 수 싸움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최수현은 상대 투수 몸 맞는 공과 함께 밀어내기 몸 맞는 공 타점을 기록했고 경기는 몬스터즈의 10 : 9 승리로 마무리됐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접전의 마무리 역시 전혀 예상 못 한 반전이었다. 몬스터즈로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경기였고 장충고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친 아쉬움 가득한 경기였다.
승리하긴 했지만, 몬스터즈는 실책으로 결정적 실점을 했고 정성훈을 제외하면 득점권에서 타격 생산력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상대 마운드가 볼넷과 몸 맞는 공을 남발하며 자멸하지 않았다면 몬스터즈가 10득점을 할 수 없는 경기였다. 마운드에서도 에이스 이대은이 투구수가 늘어나며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니퍼트 역시 한계 투구수에 제한을 두며 활용해야 함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다만, 패배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승리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또한, 2024년 첫 경기를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선수들이 보다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승률 7할의 목표가 있는 몬스터즈로서는 승리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큰 경기였다.
이렇게 몬스터즈와 장충고의 경기는 야구의 다양한 변수가 의외성이 집약됐다.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짜릿함을 가질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어렵게 2024년 첫 경기를 시작한 몬스터즈가 이를 상승세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지 당장은 연전으로 이어지는 장충고와의 2차전이 궁금해진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문화 > 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거벗은 세계사] 굴곡진 중국 현대사의 상징, 마지막 황제 푸이 (32) | 2024.05.11 |
---|---|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숙명이 된 민중가수의 삶 넘어, 누군가 빛나게 하는 그림자로 (39) | 2024.05.09 |
[수사반장 1958] 드러난 거악의 실체, 그 안에 담긴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 (48) | 2024.05.06 |
[EBS 위대한 수업] 라즈 체티, 사회 발전 지속성 높이는 기회로의 이동 활성화 (62) | 2024.05.05 |
[벌거벗은 세계사] 자본주의 명. 암 극명하게 엇갈리는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58)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