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접전과 끝내기 승리로 끝난 1차전 다음날 2차전은 예상 밖의 싱거운 승부였다. 몬스터즈는 장충고와의 2차전에서 5회 초에만 10득점하며 15 : 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했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승 숫자를 3으로 늘렸다. 장충고는 전날과 달리 타선이 무기력했고 또다시 마운드가 사사구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했다.
몬스터즈는 장충고과의 2차전에서 예상하지 못한 라인업으로 나섰다. 타선에서 박용택과 이대호 다음의 5번 타순에 정의윤을 대신해 포수 박재욱을 기용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즈는 지난 시즌에서도 3번과 4번 타순 뒤 5번 타자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장충고 1차전에서 정의윤을 기용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난 시즌 타율 1위에 올랐던 김문호의 타격감도 아직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은 박재욱을 하위 타선에서 5번 타순으로 끌어올렸다. 박재욱은 지난 시즌에도 클러치 상화에서 높은 생산력을 보였다. 박용택, 이대호에 대한 견제 후 이어질 득점 기회에서 박재욱의 클러치 능력을 기대하는 타순이었다.
깜짝 선발 등판 유희관
여기에 몬스터즈는 선발 투수로 유희관을 마운드에 올렸다. 1차전에서 가장 강한 선발 카드라 할 수 있는 에이스 이대은과 니퍼트를 모두 소진한 몬스터즈였다. 2차전 선발은 지난 시즌 이대은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한 신재영이 당연히 나올 것으로 보였지만, 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예상 밖의 선발 카드였다.
유희관은 최강야구 시즌 1에서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은퇴 후 얼마 안 돼 몬스터즈 선수가 되면서 실전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고 특유의 느린 속구와 더 느린 속구, 변화구 조합이 아마야구 선수들에게 매우 까다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2에서 유희관은 등판 횟수가 크게 줄었고 성적도 부진했다. 부상도 있었고 그의 투구에 대한 상대팀의 적응력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유희관은 송승준, 장원삼과 함께 경기에서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아졌다. 모두 KBO 리그 통산 100승을 넘긴 레전드들이었지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시즌 3에서도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몬스터즈는 이들 3명의 레전드들과 함께 하기로 했고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 이미 장충고와의 1차전에서 장원삼과 송승준은 안정된 투구로 지난 시즌 부진을 잊게 하는 투구를 했다.
유희관도 다르지 않았다. 유희관은 특유의 느린 속구와 더 느린 속구에 싱커와 체인지업, 속도 측정마저 잘 안될 정도로 느린 커브 조합으로 장충고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장충고 타자들은 기다려도 오지 않은 유희관의 공에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유희관은 구속은 느리지만 매우 빠른 템포로 장충고 타자들을 상대했고 이닝을 삭제해나갔다. 장충고 타자들은 유희관 공략에 애를 먹는 사이 이닝은 순식간에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향했다.
이에 맞선 장충고 선발 투수 김도균도 그에 못지않은 호투를 했다. 김도균은 아직 경기 분위기에 익숙해지지 않았던 1회 초 1실점하긴 했지만, 이후 무실점 투수를 4회까지 이어갔다. 140킬로 중반에 이르는 묵직한 속구에 공끝에 변화를 주는 캣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었다. 몬스터즈 타자들은 그 컷 패스트볼을 쉽게 정타로 만들지 못했다.
몬스터즈의 빅이닝, 5회 초 급반전 된 경기 흐름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경기는 몬스터즈의 1 : 0 리드로 중반을 향했다. 팽팽한 경기는 5회 초 큰 폭풍이 일어났고 몬스터즈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기울었다. 5회 초 장충고는 계획된 투구 수를 넘긴 선발 투수 김도균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
5회 초 몬스터즈는 선두 타자 최수현의 내야안타와 이어진 박용택의 몸 맞는 공, 이대호의 볼넷으로 잡은 무사 만루 기회에서 마르지 않는 득점의 샘을 만난 듯 득점을 쉼 없이 생산했다. 기대했던 5번 타자 박재욱의 적시 안타에 이어진 정의윤의 적시 안타로 4 : 0 리드를 잡은 몬스터즈는 그 기세를 계속 이어갔다. 이 기세에 밀린 탓인지 장충고 투수들은 등판하는 투수 모두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밀어내기 몸 맞는 공과 볼넷 계속됐고 득점을 사실상 헌납했다. 장충고는 투구 교체로 흐름을 바꿔보려 했지만, 한번 무너진 마운드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최수현으로 시작한 몬스터즈의 5회 초 공격은 최수현에 이어 6번 정의윤까지 타자들이 두 번 타석에 선 이후에서야 공격이 끝났다. 5회 초 몬스터즈의 공격 후 스코어는 몬스터즈의 11 : 0 리드로 급변했다. 전날 아쉬운 패배에 승리 의지를 강하게 불태웠던 장충고는 콜드게임 패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게 됐다.
이제 경기는 몬스터즈가 시즌 첫 콜드게임 승리를 할 수 있을지 선발 투수 유희관의 노히트 경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에 그 관심이 옮겨갔다. 아쉽게도 유희관은 5회 말 경기 첫 안타를 허용하며 노히트가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5이닝 1피안타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그의 역할을 다하며 마운드를 물러났다.
이를 통해 유희관은 그가 프로에서 통산 100승에 성공한 레전드 투수임을 다시 입증했다. 그의 장점이 되살아났고 긴 이닝 소화에도 문제가 없음도 입증했다. 몬스터즈는 유희관이 마운드에 물러난 이후 6회 초 다시 추가 4득점하며 콜드게임 승리 요건을 넉넉히 충족했다. 몬스터즈는 여유있는 상황에서 벤치 선수들을 모두 기용하며 엔트리에 있는 야수 모두를 기용할 수 있었다.
강한 승리의지에도 관록 넘지 못했던 장충고
장충고는 6회 말 몬스터즈 내야진의 실책을 틈타 한 점을 만회했지만, 콜드게임 패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팀 완봉패를 막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몬스터즈는 6회 송승준에 이어 7회 신재영을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완벽히 마무리했다. 신재영은 기대했던 선발 등판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사용 빈도가 많지 않았던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고 좌타자 승부에도 자신감이 있는 투구를 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 진화한 투구를 했다.
결국, 경기는 몬스터즈의 완벽한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몬스터즈는 지난해 1승과 함께 시즌 3에서 3연승으로 시즌 시작을 산뜻하게 했다. 지난 시즌 패배를 안겼던 팀이었던 장충고의 도전도 매서웠지만, 1차전 접전을 승리하며 팀이 더 단단해지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었다.
연승의 결과와 함께 몬스터즈는 지난 시즌과 달리 선수 기용이 폭이 커지고 필요할 때 대타, 대주자 기용도 가능해졌다. 또한, 이전 시즌에 없었던 포지션별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며 경기력의 동반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마운드에서 이대은, 신재영에 의존해야 했던 시즌 시즌과 달리 니퍼트가 가세하고 베테랑들이 이전 시즌보다 나아진 투구 내용을 보이며 투수진 운영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특히,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한 투수가 늘어났다는 점도 앞으로 연전 경기에 대한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장충고는 1차전 아쉬운 패배의 후유증 탓인지 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했다. 무엇보다 마운드가 스스로 무너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장충고 투수들은 힘 있는 공을 던지고 변화구 구사 능력도 보였지만, 주자가 출루한 상황과 위기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사사구를 남발했다.
이는 120킬로 대 속구와 80킬로의 커브를 과감히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를 한 몬스터즈 유희관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장충고 선수들은 몬스터즈전 2번의 패배를 통해 야구가 힘과 의지만으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님을 분명히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장충고 선수들은 야구의 기본에 충실하기 못했고 이는 경기 결과를 결정했다.
많은 것을 얻은 몬스터즈다. 장충고과의 1차전에서 수비가 흔들리면서 패배 일보직전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또한, 지난 시즌보다 강해진 전력임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경기에서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몬스터즈다. 다음 회에 보일 시즌 첫 직관 경기가 기대된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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