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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충격적인 패배였다. 경기 시작까지 패배를 예상하는 이는 없었고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축구 예선을 겸한 2024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남자 축구 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이 패배로 대표팀은 40여간 이어진 올림픽 출전의 역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또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인도네시아전 패배의 이력을 쌓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한국이 2골 차 이상의 승리를 해야 하는 경기였다. 그동안의 상대 전적으로 FIFA 랭킹 등에서 인도네시아는 비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또한, 대표팀은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토너먼트를 대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음에도 기분 좋은 승리를 했다. 여기에 조 예선 기간 실점을 하지 않았던 대표팀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도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전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경기력이 크게 향상된 인도네시아는 지난 아시안컵에서 A 대표팀이 16강전에 진출하며 그들 축구 역사를 새롭게 했다. 이런 분위기는 U23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졌다. 인도네시아는 조 예선에서 홈팀 카타르에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겹치며 패했지만, 이후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그렇다고 그 상대들이 약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의 축구 강국 호주를 이겼고 지난 아시안컵에서 A 대표팀에게 4강전에서 아픈 패배를 안겼던 요르단에 4 : 1로 대승했다. 경기를 하면서 인도네시아는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고 전술의 완성도도 높아 보였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축구의 약점이었던 피지컬이나 체력적인 면도 크게 나아진 모습이었다. 특히, 네덜란드계 혼혈 선수들을 영입해 대표팀에 합류시키면서 앞선 약점을 지울 수 있었다. 

 

 

 




인도네이시아전 패배,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이런 인도네시아가 달라진 경기력이라 해도 대표팀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경기 내용면에서 대표팀에 앞섰다. 오히려 결정적인 골 기회가 인도네시아가 더 많았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처럼 3백을 전수로 수비에도 신경을 쓰는 전술로 나왔지만, 인도네시아의 공격에 고전했다. 오히려 조 예선에서 하지 않았던 실점은 2개나 하면서 밀리는 경기를 했다. 상대 자책골이 없었다면 2골 차로 전반전을 끝낼 수 있는 경기 흐름이었다.

후반전 대표팀은 공격의 비중을 높이고 선수 교체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는 듯 보였지만, 스트라이커 이영준이 거친 파울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몰렸다. 다행히 어렵게 동점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연장으로 이끌었지만,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황선홍 감독도 경기 중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대표팀은 수비에 치중하는 경기를 해야 했다. 

경기는 2 : 2 무승부로 연장전까지 마무리됐다. 4강 진출을 결정하는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승부차기는 골키퍼까지 나와야 할 정도로 치열했다. 그 과정에서 양 팀은 한 명씩 실축을 했다. 대표팀은 상대 5번째 키커의 슈팅을 골키퍼가 막아내며 승리를 하는 듯했지만, 골키퍼가 상대가 슈팅을 하기 전 선을 넘었다는 판정과 함께 선방이  취소되는 불운도 있었다.

승부차기는 12번째 키커에서 결정됐다. 대표팀의 키커는 실패했고 인도네시아의 키커는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그들 축구의 또 다른 역사를 이뤄냈다는 기쁨을 만끽했다. 마치 인도네시아 홈구장을 방불케할 만큼 경기장 관중석의 대부분을 차지한 인도네시아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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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지속중인 아시안컵 충격의 여진 


인도네시아의 환호를 뒤로하고 대표팀은 쓸쓸히 경기장을 나서야 했다. 매번 진출하는 것으로 여겼던 올림픽 출전의 역사도 그렇게 사라졌다. 대표팀의 예선 탈락으로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대부분 구기 종목들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게 됐고 선수단 규모도 크게 축소할 전망이다. 

축구가 의외성이 많다고 하지만, 이번 패배는 충격 그 이상이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동남아시아 팀에게 경기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면에서도 밀리는 경기를 했다는 점도 있고 지난 아시안컵 실패에 이어 그 흐름을 반전시킬 기회를 놓친 것도 아쉬움의 크기를 더한다. 

물론, 합류를 기대했던 해외파 선수들이 함께 하지 못했고 준비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대회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이 A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차출되는 변수도 있었다. 그런 변수에서 이번 대표팀에서 K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선수들의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조 예선에서도 시원스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결과를 만들어왔던 대표팀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한국 선수들을 잘 아는 신태용 감독이 있었다 해도 그들에게 모든 면에서 밀리는 경기를 했다는 건 분명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동남아시아 축구가 최근 발전하고 있다 해도 대표팀 운영이나 경기력 등에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대표팀 운영과 협회 행정을 총괄하는 축구협회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지난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의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선수단 내분 사태, 임시 감독 선임에 이은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 무승부 등의 과정 속에서 협회는 관련한 책임을 회피하고 상황을 모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상당한 비판 여론이 그들에게 향했지만, 오히려 그 책임을 감독과 선수들에게만 전가하는 듯 보였다.

 

 

 




수십년 지속된 협회 독점 구조의 한계


이후 지지부진한 A 대표팀 감독 선임에 U23 아시안컵 충격적인 8강 탈락 소식이 더해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 결과에 우선 책임이 있겠지만, 협회의 책임론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몽규 회장 역시 책임의 무게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십 년 세월 이어진 현대가의 축구협회 독점 구조에 개혁의 필요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2 한. 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여운 속에 갇혀있는 우리 축구의 현실을 이제는 직시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우리 축구계의 중추를 이루는 이들은 2002 한. 일 월드컵 주역들이다. 이들은 지도자로서 행정가로 그리고 방송인으로 큰 활약을 하고 있고 축구의 저변을 넓히고 우리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계의 체질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기존 축구 협회의 체제에 순응하면서 변화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카타르 월드컵 이후 기습적으로 단행된 축구협회의 대사면과 관련해 승부조작에 연루된 이들까지 포함하는 비상식적 상황에도 협회 임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선진 축구를 경험한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축구협회의 고질적 병폐인 학연, 지연, 인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이 또 다른 기득권이 된 느낌마저 든다. 

이제 우리 축구는 철저히 능력 위주의 인재 기용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 A 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달라져야 한다. 현재 많은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 축구협회 시스템에서 그 결정은 사실상 회장이 하게 되어 있다 이미 대표팀은 회장의 독단적 결정의 결과로 맞이했던 클린스만이라는 무능한 감독의 참혹한 실패를 경험했다.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국내 지도자도 충분히 선임될 수 있다. 이미 K 리그 등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지도자들도 있다. 적당히 명성에 기대거나 무난한 감독 선임을 하려 한다면 또다시 큰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

 




대표팀과 협회 운영 시스템의 개선 


A 대표팀 감독 선임과는 별도로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U23 아시안컵처럼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그들이 합류하는 것을 전제로 한 대표팀 운영을 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하다. A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서도 관중 수익 등을 고려해 무조건 해외파를 다 소집해 국내 경기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경기 비중에 따라 선수들을 소집하고 원정 평가전을 더 늘리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평가전은 승리만을 위한 경기가 아닌 대표팀의 전력을 강화시켜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정말 아픈 패배다. 그 패배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실패의 이력을 안고 있었던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신태용 감독은 계속된 성과로 인해 인도네시아에서 과거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항서 감독과 같은 존재가 됐다. 최근 동남아시아 축구는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의 성공 이후 한국인 감독들이 대표팀을 감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동남 국가들은 자국 리그의 활성화와 협회의 지원, 한국인 감독 등 외국인 감독들의 역량이 더해지며 축구 수준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U23 아시안컵 4강 진출은 우연이라 하기 어렵다.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성공이 대표팀의 실패 속에서 더 빛나는 현실은 큰 아쉬움이다. 

과연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한국 축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개혁의 목소리가 분출하다 다시 흐지부지되는 과거의 모습을 답습할지 분명한 건 이제 축구팬들의 인내심도 더는 지속되지 어렵다는 점이다. 이제는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축구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책임질 이들이 있다면 그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 : K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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