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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인왕산을 따라 시작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65회의 동네는 서울 종로 부암동이었다. 인왕산 창의문에서 시작한 여정은 성곽길을 따라 부암동으로 향했다. 부암동은 서울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지만,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가 없는 도심 속 섬과 같은 모습이었다. 북악산과 인왕산이 함께 하는 부암동은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소원을 비는 부침바위가 곳곳에 있었던 동네, 지금은 주택가로 변모했다. 하지만, 그 동네를 오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경사의 골목길을 걸어야 했다. 골목을 따라 동네 곳곳을 따라 걸었다. 그곳에서 이른 아침 신문 배달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가파른 동에 골목을 바삐 오가고 있었다. 그는 진행자와 잠시 동안 대화할 시간도 없이 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신분 배달하는 이의 분주한 발걸음을 뒤로하고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네 골목을 걸었다. 

동네 골목을 따라 더는 오를  수 없는 막다른 길에 안골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온 마을 주민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이 마을은 오가는 데 불편함이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당연시 되는 요즘이지만, 이 마을은 함께 살아가는 정이 느껴졌다. 

 



사람 사는 정을 가득 느끼며 내려오는 길, 불도그 한 마리가 입구를 지키는 작은 슈퍼마켓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 슈퍼는 전기 가게와 슈퍼가 함께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30여 년간 전기 수리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언덕 마을에 슈퍼가 없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위해 10여 전부터 슈퍼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이 슈퍼는 생필품 외에 거동이 불편한 노년의 마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재료나 간식까지 따라 준비해 배달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동네 곳곳에 편의점이 보편화된 도시 속에서 이 슈퍼는 더불어 살아가는 특별한 곳이었다. 

부암동의 특별한 슈퍼를 지나 작은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테이블이 단 한 개만 놓여 있었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테이블 하나에 합석을 해야 했다. 이 식당은 부득이하게 홀로 식사를 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는데 사람들은 어색함보다 동네 주민들과 상호 교류와 함께 식구와 같이 한 끼 식사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과거 꽃 가게로 운영되던 곳의 멋진 변신이었다. 

한 테이블 식당의 훈훈함을 느끼며 다시 이어진 발걸음은 동네 속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 젓가락 갤러리로 이어졌다. 이 갤러리는 젓가락을 테마로 하여 자신만의 젓가락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갤러리는 외국인들에게 더 알려져 부암동의 명소로 자리하고 있었다. 마침 진행자가 찾았을 때 많은 외국인들이 젓가락 공예를 함께 하며 이국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함께 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일상의 도구인 젓가락이 이곳에서는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매개체가 되고 있었다. 

우리 젓가락을 재발견한 순간을 지나 다시 걷다 영국식 빵을 만드는 빵집에 들렀다. 이곳은 사장님은 영국인으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고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이 빵집을 열었다. 이 부부는 고될 수 있는 일상이 될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어 더 행복해 보였다. 이 부부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영국식 빵 스콘은 색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다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며 봄기운을 만끽하며 걷다 보니 한옥 건물과 마주했다. 석파정이라 불리는 이것은 과거 흥선대원군의 별채로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숲속 정원이었다. 우거진 수목과 한옥 들은 사람들의 과거 어느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석파정의 한 편에는 고종 황제가 행차해 머물렀던 건물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구한만 나라가 일제의 침략에 풍전등화에 놓였을 때 고종황제는 잠시 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지 잠시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역사의 현장을 떠나 다시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내려와 구수한 냄새에 끌려 녹두전을 만들어 파는 전집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의 사장님은 과거 북한에서 월남한 할머니였다. 팔순의 사장님은 6.25 전쟁의 모진 세월 속에 어머니에 이끌려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왔고 나이가 들어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만드는 전은 과거 힘든 시절 자신을 지켜준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만드는 기억의 한 조각과 같았다. 지금은 힘이 부쳐 전을 만드는 일이 힘들지만, 지금도 잊지 않고 전을 찾는 이들의 기다림을 지켜주기 위해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전집을 떠나 마을을 따라 걷다 보니 색다른 만남이 있었다. 마을 언덕을 오르고 올라 산속 깊숙이 계속된 길은 더는 오를 수 없는 산꼭대기에 자리한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집은 마을에서도 한참을 올라야 만날 수 있었는데 두메산골의 청정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 삶 역시 도시의 편리함과는 차이가 있었다. 대신 자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함께 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수십 년의 세월을 지킨 할머니 한 분이 집을 지키며 살고 있었는데 이따금 찾아오는 딸과 손녀가 외로움을 덜어주고 있었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기꺼이 한 상을 내어주신 할머니의 식사는 수수하지만, 시골의 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렇게 부암동에는 도시의 삶에서는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동네 사람들에게 이 특별함을 일상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빠르고 편리한 일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우리들이 소중한 일상을 잊고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암동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고 지켜갈 수 있었다. 부암동에서의 여정은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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