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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 7, 8회를 방영했다. 7회와 8회에는 2,000년대 초반 온 나라를 공포와 경악 속으로 빠뜨렸던 2명의 연쇄 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두 살인마는 당시 마치 경쟁을 하듯 무고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철저히 존재를 감추며 장기간 범행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연쇄 살인 사건이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의 검거를 위해 온 역량을 집중했지만, 새로운 범죄에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상당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날이 지능화되고 진화하는 범죄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범죄 행동 분석, 프로파일러의 영역이 확대되는 계기였다. 7, 8회에서는 구영철이라는 이름을 나온 유영철 사건을 중심으로 그 한편에서 벌어진 정남규의 연쇄 살인사건을 교차하여 보여줬다. 

국영수 팀장과 주인공 송하영이 중심이 된 범죄행동 분석팀은 구영철의 뒤를 추적했다. 경찰 내에서 그들에 대한 견제가 여전했지만, 그들을 믿고 지지하는 간부들이 지지 속에 점차 연쇄살인 사건 추적에 함께 했다. 애초 부유층 집에 들어가 노인들을 살해했던 구영철은 그의 범죄가 언론에 노출되고 송하영의 의견에 따라 그를 지명수배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범행을 멈췄다. 소위 말하는 연쇄 살인범들의 냉각기에 들어갔다. 범행은 일단 멈췄지만, 송하영과 범죄행동 분석팀은 연쇄 살인범이 더 진화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은 구영철을 추적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가 다시 세상에 나와야 했다.

그 사이 구영철은 범죄의 행태를 변화시켰다. 그는 스스로 살인의 방식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했다. 범죄심리학 등을 공부하고 신체 해부학을 공부했다. 보다 완벽한 범죄를 노렸다. 그는 범행 대상에 바꿨다. 그는 출장 성매매 여성을 노렸다. 성매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그 종사자들은 범죄에 취약한 존재들이었다. 음지에서 일하는 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들의 존재가 관심을 가지는 이들을 거의 없었다.

 

 



구영철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있는 여성들을 성매매를 미끼로 유인해 자신의 숙소에서 살해했다. 그는 살해후 시신을 토막 내고 야산에 암매장하며 그 존재를 지웠다. 그렇게 연쇄 살인은 계속됐지만, 경찰의 눈길을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희생됐다. 그렇게 구영철의 살인 행각이 이어지는 시점에 정남규라는 또 다른 연쇄 살인범이 서울 서남부 일대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더 나은 범죄를 위해 몸을 단련하고 범죄에 사용할 무기를 발전시켰다. 그는 밤늦은 시간에 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노렸다. 그는 그 여성을 따라가 칼을 휘둘렀다. 이후 그는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다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CCTV 등 방범 시스템이 취약한 서민 거주 지역을 범행의 장소로 택했다. 그는 피해자 앞에 얼굴을 드러내고 잔혹하게 피해자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범행 초기 상당수 희생자들은 생존했고 그의 얼굴이 몽타주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의 존재를 밝힐 수 없었다.

얼굴을 알지만, 존재를 알 수 없는 살인자, 경찰은 구영철과의 연관성에 주목했지만, 범행의 수법 등에서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많았다. 송하영은 구영철과 정남규가 서로 다른 존재이고 2명의 연쇄 살인범이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경찰 수뇌부는 믿고 싶은 않은 현실이었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송하영의 확신은 진실로 다가왔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빨리 그들을 저지해야 했다. 송하영과 국영수 팀장의 범죄행동 분석팀은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영철과 정남규의 심리와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연구했다. 하지만 쉽게 그들을 잡을 수 없었다. 

이 상황에 구영철이 잡혔다. 구영철은 성매매 여성들의 잇따른 실종사건에 의문을 품은 보도방 업자들의 추적 끝에 꼬리가 잡혔다. 2008년 개봉되어 흥행했던 영화 추격자는 유영철의 검거 과정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다. 구영철의 실체가 드러났지만, 그의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구영철은 그의 범죄를 인정하는 듯 안 하는 듯 수사에 협조하는 듯 안 하는 듯하면서 경찰을 농락했다. 잠시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탈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를 추적하던 윤태구 형사가 그의 흉기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실제로 유영철은 탈출해 10시간 넘게 숨어있다. 경찰에 다시 검거되기도 했었다.

경찰은 그의 진술을 받아내야 했다. 송하영은 그의 입을 열기 위해 과시욕이 강하고 심리 변화가 큰 그의 성향을 이용했다. 경찰 고위층 인사가 그와 면담에 나섰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의 단단한 실리 상태를 무너뜨렸다. 결국, 유영철의 그의 범죄를 실토했고 시신 암매장 현장을 경찰에 알렸다. 그 현장에는 다수의 시신이 매장돼 있었다. 경찰들은 그에게 분노했다. 하지만 구영철은 검찰로 송치되는 순간,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지 않았다.  그에게 살해된 여성들과 부유층 노인들을 탓했다. 아울러 사회를 원망하며 범행을 정당화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송하영과 범죄행동 분석팀은 이런 구영철의 실리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와의 심층 면담이 필요했다. 수년간 다수의 흉악범을 만났지만, 구영철은 그들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단단한 각오를 가지고 그와 만났다. 구영철은 그의 범행을 담담하게 자랑스럽게 상세히 설명했다. 그의 진술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너무가 상세한 설명에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그는 범죄를 즐기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희생당한 이들이 마침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구영철은 그의 불우했던, 유년기가 청년기의 기억을 끄집어 냈다. 그 시절 그에게 사회는 물론이고 누고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 사이 사회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종교에 귀의하기도 했지만, 그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를 혐오하게 됐다. 부유층 노인 살해 사건의 장소가 교회가 인접한 곳이었던 것도 종교에 대한 혐오가 원인이었다. 그는 사회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사회악을 처단하기 위해 살해를 저질렀다는 자기 합리화를 했다. 역겨운 살인자의 변명이었다. 이를 듣고 있는 송하영은 마음에는 강한 분노가 끌어 올랐지만, 이를 억제하고 그의 일을 해야 하는 자신에 회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송하영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구영철과의 또 다른 면담에서 그의 진술에 설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에서 벗어나 강하게 맞서며 그를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는 살인을 쾌락의 도구로 삼고 합리화하는 그에게 강한 일침을 날렸다. 구영철의 범행 대상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과 사회악에 대한 처단을 명분으로 삼은 그였지만, 범행 대상은 그런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구영철은 자신이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심판자로 스스로를 영웅시했지만, 자신보다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짓밟고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이었다. 송하영은 구영철에게 그가 단지 찌질한 살인자일 뿐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구영철의 마음을 순간 흔드는 말이었다. 

이렇게 구영철과의 힘든 만남을 뒤로하고 송하영은 다시 의지를 다졌다. 프로파일러 일에 대해 잠시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국영수 팀장의 신뢰와 함께 하는 후배 경찰로부터 힘을 얻었다. 그동안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인물이었다. 불의에는 강하게 저항했다. 그 덕분에 그는 조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범죄행동 분석팀에서 그는 자신을 자존감을 되찾았고 진정한 동료들을 만났다. 일에 대한 성과도 만들어냈다. 

이런 범죄행동 분석팀에 또 다른 과제가 나타났다. 구영철 사건으로 잠시 미뤄뒀던 정남규의 연쇄 살인 사건을 막아야 했다. 범죄행동 분석팀은 유사한 사건 패턴을 조사해 또 다른 연쇄 살인 사건의 존재를 파악했고 사건 현장을 다시 살피며 그 사건을 추적했다. 그 사이 정남규 역시 구영철과 마찬가지로 범죄를 발전시켰다. 범행 도구가 진화했다. 애초 상해 사건은 살인 사건으로 변모했다. 범행은 더 대담해지고 잔혹해졌다. 구영철 관련한 뉴스를 접하면서 묘한 경쟁심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정남규는 경쟁하 듯 살인을 지속하기 시작했다. 그 역시 구영철과 마찬가지로 살인을 통해 쾌락을 느끼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었다. 

이제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했다. 또 다른 괴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야 했다. 구영철과 마찬가지로 힘없고 약한 상대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찌질한 연쇄 살인범을 단죄해야 하는 송하영 그리고 범죄행동 분석팀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돼야 한다. 악마가 된 살인마들과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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