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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이방원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 큰 변수가 발생했다. 이방원의 움직임을 에의 주시하던 정도전이 먼저 움직였다. 정도전은 사병 혁파를 이유로 이방원을 포함해 왕자들에 거느리고 있어 사병들을 중앙군 편제에 포함토록 했다. 정도전의 사병혁파 정책은 이성계의 승인 속에 빠르게 진행됐다.

명분은 요동정벌이었다. 당시 명나라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조선은 명나라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명나라에 대한 사대가 중요한 외교정책이었지만, 명나라는 조선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이에 정도전은 아직 명나라의 세력이 완전히 미치지 않는 요동지역에 대한 정벌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명나라와 보다 대등한 외교관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 내면에는 사병혁파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정치적 행위였다. 이성계가 고려시대 요동정벌군을 이끌고 나갔다 위화도회군으로 조선 창업의 기반을 마련한 것을 고려하면 요동 정벌 주장은 내부 문제 해결이 더 큰 목적이 있었다. 이를 통해 정도전은 군권까지 장악하며 더 강력한 권력자가 됐다. 이성계는 세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인물로 정도전을 택했고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군사 동원 계획을 준비하던 이방원으로서는 선제 공격을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자신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병들은 그가 거사를 도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원이었다. 이방원은 도성내 사병들과 지방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군대를 동원하려 했지만, 그 한편이 힘을 쓸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방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방의 군사들은 차질없이 도성으로 향했다. 배우자 민씨는 병장기를 숨기며 훗날을 대비했다.

 

 


이방원은 궁궐을 수비를 담당하는 왕 친위부대 지휘관 조영무를 포섭했다. 위기의 순간 이방원은 자신의 계획을 더 노골화했다. 이 시점에 이성계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져 위중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성계가 갑자기 승하한다면 정국이 크게 요동칠 수 있었다. 정도전이 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세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복 왕자들 특히, 이방원의 숙청을 과감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었다. 이방원은 시간이 없었다. 정도전 역시 이방원의 위협을 감시하고 움직이려 했다. 유혈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누가 먼저 칼을 뽑아 들지가 관건이었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병을 핑계로 왕자들을 궁궐로 오도록 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이유였지만, 왕자들을 감시하는 목적이 컸다. 정도전은 이방원이 군사를 동원할 수 있음을 직감했다. 이방원을 곁에 줄 필요가 있었다. 다만, 이방원의 제거에는 신중했다. 이성계는 이방원을 세자를 위협할 인물로 강하게 견제하고 있었고 그의 숙청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부자간의 정을 완전히 끊을 수 없었다. 이성계는 나이 어린 세자를 지키기 위해 이복 왕자들의 위협을 제거해야 함을 알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 사이 이방원은 강한 권력 의지로 무력을 통한 거사를 준비했다. 한 때 이방원은 부자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기도 했지만, 권력을 놓고 어긋난 부자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사실상 자신을 정적으로 대하는 아버지에 이방원은 좌절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이방원은 더 강한 힘으로 자신의 목적을 쟁취하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이방원은 더 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 세력을 모으고 자신의 군사를 훈련시켰다. 가족애는 잠시 접어뒀다. 필요하면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린 세자에게도 칼을 겨누려 했다. 이방원은 한층 냉정해지고 과감해졌다. 

정도전은 이런 이방원의 위협을 분명하게 인지했고 그의 제거에 나섰다. 하지만 그 계획은 치밀하지 않았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비밀리에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지만, 실패했다. 정도전은 궁궐을 비웠고 자신의 세력과 모처에 모여있었다. 큰 실책이었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강한 권위를 등에 업고 있어야 했다. 정도전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왕자들의 처단에는 그 이상의 명분이 필요했다. 

이방원 세력이 거사를 실행했을 경우 움직임에도 대비가 필요했다. 각 왕자들의 사병을 중앙군에 포함하도록 했지만, 그들은 마음 속에서 자신들의 주군에 대한 충성심이 컸다. 언제든 중앙군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군 지휘부가 언제든 반란 세력에 넘어갈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군사들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만약을 대비했어야 했다.

정도전은 상대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곳곳에서 대응에 허술함을 보였다. 매사 철두철미하고 냉정한 그였지만, 이방원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과거 조선 창업의 시기 함께 싸웠던 이방원에 대한 동지애도 남아있었고 그를 스승으로 여기며 따랐던 이방원에 대한 개인적 감정도 그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방원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았고 현재의 권력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이런 이방원의 마음을 정도전을 읽지 못했다. 더 치밀하고 과감해야 했다. 

정도전의 의도를 파악한 이방원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중앙군에 소속된 그들의 사병을 다시 규합했고 지방에서 상경한 군대를 빠르게 도성으로 진입하도록 했다. 애초 계획대로 삼군부 등 군 지휘부를 장악하고 군대에 대한 통제력을 가져왔다. 이방원은 군대는 정도전을 포함해 친 세자 진영의 인사들을 빠르게 제거했다. 정도전 역시 그의 생을 다했다.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는데 있어 중요한 책사이자 전략가, 경복궁을 포함한 한양으로의 천도와 도시 건설, 제도 정비, 유교적 사고에 근거한 국정운영 시스템 마련 등 조선을 설계했다. 최고의 창업 공신 정도전은 이방원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후 정도전은 흥선 대원군이 집권한 고종때까지 역적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했고 언급조차 금기시 되는 인물로 남았다. 

 

 


이렇게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도성을 장악한 이방원은 빠르게 궁궐을 포위했다. 그들에 맞설  군사는 궁궐을 수비하는 이성계의 친위부대 뿐이었다. 그들은 최정에 부대이기도 했고 이성계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다. 그들의 강력히 항전한다면 궁을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다. 마침 이성계가 의식을 되찾았다. 이방원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만약, 세자가 이성계의 권위를 앞세워 친위부대를 이끈다면 이방원에게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세자는 이방원처럼 냉정하고 강한 권력의지가 가지지 못했다. 그는 이방원 군대의 위세에 눌려 대응을 포기했다. 정도전을 포함해 그를 돕던 공신들이 사라지고 세자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이성계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의 친위부대가 이방원에 투항하면서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사라졌다. 이성계는 강하게 분노했지만, 홀로 이방원의 군대와 맞서야 했다. 이성계는 그토록 지키려 했던 세자가 권력투쟁에 밀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상황에 몰렸다. 이성계의 마음에 조금 남아있던 부자간의 정이 결국, 권력의 화신으로 변신한 이방원에게 틈을 보이고 말았다. 

이렇게 1차 왕자의 난은 이방원의 의도대로 그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그와 크게 대립했고 깊은 원한의 마음을 품고 있던 신덕왕후의 유산인 세자 방석의 운명을 바람 앞에 등불이 됐다. 역사의 스포대로 그는 죽음을 면할 길이 없다. 아들에 사실상 권력을 내준 이성계 역시 자의반 타의반, 권좌에서 물러날 운명이다.

권력을 놓고 대립한 부자간의 운명은 강하게 엇갈리고 있었다. 이성계의 아버지의 권위로 이방원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을지 모르지만, 정치 전면에 나선 이방원은 마음 한편의 유약함을 벗어 던졌다. 이방원은 아버지의 권위를 두려워하는 아들이 아니었다. 그의 앞을 막는 이는 누구든 베고 나갈 수 있는 정치인이 됐다. 이제 조선은 이방원의 나라고 급격히 변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한 대가는 많은 이들의 피와 비극적인 역사의 기록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권력을 놓고 형제간에 따른 피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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