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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온 국민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최악의 연쇄 살인범 구영춘(유영철), 남기태(정남규)가 잡혔다. 그들의 범죄는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잔혹했다. 그들의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오로지 살인을 통해 만족과 쾌락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불우했던 유년기의 기억, 사회적 소외 등으로 인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의 항변은 범행을 전혀 합리화할 수 없었다. 

엄청난 사건을 해결했지만, 송하영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연쇄 살인 사건을 더 많은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삼는 언론, 범인을 잡는 성과에만 찬사를 보내는 경찰 조직의 모습에서 송하영은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처절하게 그 악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맞섰지만, 그 과정에서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살인을 자랑하듯 말하고 전혀 죄책감이 없는 범인들의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유대감을 형성해야 하고 세세한 범죄 묘사를 들으면서도 그들에게 분노할 수 없는 자신에게 송하영은 화가 났다. 또한, 피해자들과 그 피해자가 남긴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에도 화가 났다.  그 사이 송하영은 점점 피폐해져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범죄자들을 아 정의를 실현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과 다른 그의 일에 대해 회의감이 커졌다. 범죄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 대가는 너무나 큰 상처를 마음속에 남겼다. 마음의 상처는 교통사고로 이어졌고 그는 사경을 헤매다 긴 재활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송하영은 일과 사람에서 벗어난 시간 속에서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더 이상 범죄분석과 범죄자들과의 면담, 그들과의 심리게임을 하지 않아도 됐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가졌던 죄책감에서도 벗어났다. 모처럼 그는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송하영은 그의 일상에서 범죄행동 분석팀의 일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두 번의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한 범죄행동분석팀의 위상이 커졌다. 애초 범죄행동분석팀에 대한 경찰 내부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들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그동안 누적된 데이터와 성과를 통해 경찰도 그들을 인정했다. 일은 폭증했지만, 국영수 팀장은 홀로 그 일을 담당했다. 송하영이 필요했지만, 선뜻 손을 내밀 수 없었다. 그가 그동안 겪었을 고통과 고뇌를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을 위해서는 송하영이 필요했지만,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

 

 

 



송하영의 마음이 풀린 건 그가 혼자가 아님을 자각하면서부터였다. 그가 병원에 있는 동안 동료 경찰들이 그를 찾고 그에게 힘을 됐다. 그는 경찰 내에서 왕따와 같은 존재였다. 그는 부조리를 참지 않았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선배 상사들과의 마찰을 빚었다. 그로 인해 조직 내에서 그는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었고 혼자였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잊지 않았다. 그와 관계된 많은 이들도 그의 회복을 기원하며 응원했다.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늘 혼자였던 그의 마음이 흔들렸다. 더 큰 계기는 피해자 가족과의 만남이었다. 과거 그가 사건 해결을 했던 살인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는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아픔을 마음에 묻고 송하영의 아픔을 이해했다. 송하영은 늘 피해자 가족들과 공감하며 그들의 위로하는 입장이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진정한 위로를 받았다. 닫혔던 그의 마음이 열렸다. 회복된 그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다. 

마침 또 다른 살인마 우호성(강호순)이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범죄행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버스 막차마저 끊기는 심야시간,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버스 정류장 등을 배회하다 버스를 놓친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호감형 외모에 수려한 언변으로 여성에게 접근했다. 길을 묻는 척하면서 대화를 했고 호의를 가장해 그들을 자신에 차에 태웠다.

그렇게 유인한 여성들을 우호성은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살해해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완전 범죄를 위해 CCTV가 없는 버스 정류장을 주로 범행의 장소로 택했고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을 노렸다. 또한, 그의 차에는 반려견과 함께 한 사진과 인형들을 놓아두어 경계심을 풀도록 했다. 오로지 자신의 만족과 쾌락을 위한 전형적인 연쇄 살인이었다. 이전 구영춘(유영철)과 남기태(정남규)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를 이용해 살인을 저질렀다면 우호성(강호순)은 철저히 범행을 계획하고 범행의 대상을 특정했다. 매우 치밀한 범죄였다. 

우호성의 범죄는 경기 서남부 일대 여성들의 실종사건과 관련 수사가 이어지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범죄행동분석 기법이 경찰의 수사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그 실종사건이 동일 범의 소행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슷한 형태의 범죄에 경찰을 주목했다. 경기지방경찰 내 광역 수사대에 수사팀이 만들어졌다. 송하영을 포함한 범죄행동 분석팀, 그들과 함께 하는 윤태구 형사의 팀도 힘을 보탰다. 

그들은 범죄의 유형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신했다. 또한, 연쇄 살인범이 이전과 다른 유형의 범죄자임도 파악했다. 하지만 범죄의 증거가 될 CCTV 자료나 희생자들의 시신을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거듭했다. 긴 추적이 시작됐고 마침내 야산에 매장된 희생자 시신이 발견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그 시신이 유기된 현장을 통해 범인의 동선을 추정했고 CCTV 영상을 분석했다. 

마침내 우호성의 범죄에 사용된 승용차 화면을 발견했다. 한 여성이 실종된 날 우호성의 차가 심야 기간 운행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차를 추적해 우호성의 실체가 드러났다. 여기에 피해 여성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그의 모습이 CCTV 영상에 포착됐다. 하지만 그를 체포할 직접 증거가 없었다. 우호성은 그를 찾아온 윤태구 형사에게 매우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했다. 다른 연쇄 살인범과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속에 모순점이 발견됐고 송하영을 포함한 수사팀은 그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또한, 유사한 여성 실종사건 역시 그의 범죄임을 확신했다. 점점 좁혀오는 수사망에 우호성은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승용차를 스스로 방화했다. 그가 차량 방화 피해를 입은 것처럼 신고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그에 대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그를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미 그는 보험 사기와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의 집 화재로 그의 장모와 부인이 사망했고 그는 큰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화재는 우호성의 방화라는 의심이 강했다. 당시 혐의를 벗긴 했지만, 그 이력은 차량 방화의 고의성을 더 높여주는 근거가 됐다. 경찰은 그를 체포해 심문했다. 우호성은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들었다. 

우호성과 경찰의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졌다. 우호성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진술과 알리바이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등장했다. 송하영은 그의 양심을 건드릴 수 있는 장치인 아들과 관련한 이야기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우호성에게 마지막 남은 혈육인 아들에게 그의 범죄 행각이 알려지는 걸 그는 극도로 두려워했다. 그 과정에서 철통같았던 그의 감정이 요동쳤다. 이를 보며 송하영은 그가 연쇄살인범임을 더욱더 확신했다. 문제는 증거였다. 우호성은 나름 자신이 완전범죄를 했다고 자부했다. 경찰을 조롱하는 태도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범죄행각이 벌어지던 당시 경찰에는 DNA 분석 기법이 도입됐다. 그의 옷과 차량에서 피해자의 흔적이 나왔다. 그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그는 증거나 나온 사건에 대한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은 그에 만족할 수 없었다. 다른 실종사건에 대한 자백이 필요했다. 범죄를 입증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원통함을 풀어주는 일이기도 했다. 치열한 심리 대결 끝에 우호성은 자신의 범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가 살해한 여성의 수는 무려 7명에 달했다. 그는 호감형의 외모와 이미지, 언변으로 여성들을 유인했고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는 진술 과정에서 범행에 대한 죄책감과 반성이 전혀 없었다. 그는 태연히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현했다. 그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 

실제 강호순은 2006년부터 2008까지 범죄 행각을 이어갔다. 거기에 더해 장모와 부인을 살해한 방화사건 범죄가 추가됐다. 그 외에도 그의 집에서 또 다른 DNA가 발견되며 추가 범죄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 DNA의 신원이 밝혀지지 못하면서 더는 추가 범죄를 알아낼 수 없었다. 

강호순은 다른 유형의 연쇄 살인범이었다. 그는 유영철이나 정남규와 같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 충동을 해소하기 위한 살인을 했지만, 그 대상이 보다 구체적이었고 범해 수법도 치밀하고 보다 계획적이었다. 그는 이전 연쇄살인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불우한 어린 시절, 학대 등의 기억이 없었다. 비교적 여유 있는 유년기를 보냈고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과대포장하고 과시하기보다는 냉정하고 범행을 위해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파괴적인 범죄로 표출한 유영철과 정남규와 달리 그는 철저히 자신의 살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범죄를 계획하고 실현했다. 그리고 철저히 자신을 관리했다. 실제 강호순 주변인들을 그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매우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 강호순은 더 발전된 범죄자의 유형을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또 다른 연쇄 살인범이 단죄를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희생된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과 슬픔을 모두 씻어내기에는 부족하기만 했다. 송하영은 그런 아픔을 겪는 이들이 더는 나오지 않은 세상을 위해 다시 마음을 단단히 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만 생각한다는 초심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이런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해 역량을 키운 범죄행동분석팀은 그 기능이 확대됐고 송하영은 더 많은 후배 범죄분석관들을 키워내는 역할을 했다. 그들은 지금도 범죄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분석하고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12회로 막을 내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죄 심리극으로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상세히 묘사해 줬다는 점에서 이전 범죄 드라마와 달랐다. 물론, 19금 마크가 붙을 정도로 잔혹한 범죄 묘사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그런 범죄자들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장면이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범죄자들의 심리와 그 잔혹성,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사건 해결을 하는 주인공이나 경찰을 결코 영웅시 하지 않았고 그들 역시 힘든 일상에 고뇌하는 사람들이고 감정의 기복을 가진 부족한 존재임을 보여줬다. 보다 현실적인 경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도록 하면서 그동안 각종 범죄를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을 보다 새롭게 하도록 했다. 범죄의 피해자에 대해 우리 사회는 그동안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드라마는 보여줬다. 

이제 강호순 사건 이후 연쇄 살인 사건은 없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흉악 범죄 역시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사이버상에서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거나 각종 보이스 피싱 등을 이용하거나 하는 등 크게 진화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지위와 힘을 이용해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히거나 그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반인권적 범죄가 여전히 빈번하고 일어나고 있고 각종 사기 범죄와 주가조작 등 경제 범죄는 그와 관련한 다수의 사람과 그 가정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에 위해를 가하는 살인범이 아니어도 다양한 범죄에 노출되어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극한의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만큼 그런 범죄에 대응하는 공권력의 역량도 커져야 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속에 나오는 범죄행동 분석팀의 발전 과정은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물론, 그 전제는 범죄와 맞서야 하는 기관들이 청렴함과 조직에 매몰되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와 그 가족들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드라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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