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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 냉전시대 두 나라는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을 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국지전에 개입하기도 했고 세력 확산을 위해 정치, 경제적인 움직임을 활발히 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강하게 대립을 했다.

그 사이에서 세계 각국은 두 강대국 중 선택을 강요받았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눠 함께 대립각을 세웠다. 우리나라 역시 남북이 냉전시대의 최 전선에서 전쟁을 겪었고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이 대치하는 냉전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대결을 주도하는 또 다른 기관들이 있었다. 미국의 CIA, 소련의 KGB로 대표되는 첩보, 정보기관이었다. 양국의 정보기관은 자국은 물론이고 대외에서 각종 첩보활동을 했다. 물론, 이들의 기능에는 마약 등 국제적인 범죄와 첩보 대응 등 순기능도 있었다. 첩보 기관의 정보력과 각 숙련된 요원들의 능력은 분명 순기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들 정보기관의 활동과 역할을 보는 일반 대중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정보기관의 이미지는 비밀성과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탈법, 권력과의 유착, 권력 위의 권력, 각종 의혹 사건들의 배후 등이다. 각종 음모론의 근원지도 CIA 등 정보기관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보기관과 관련한 부정적 사건들이 현대사 속에 다수 존재한다. 

이런 사건들과 관련한 공작은 한 나라의 정권을 바꿀 정도로 그 위력이 상당했다. 미국의 정보기관 CIA의 위력은 중남미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정치 판도까지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미. 소 냉전이 극심한 1970년대 CIA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공작은 절정을 이뤘다. 그 시대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공산주의의 확산을 극도로 경계했다. 이는 진보적인 사회주의 정권과 정치세력에 대한 파괴 공작으로 이어졌다. 

 

 

 



그 공작의 시작은 중남미 과테말라였다. 1944년 민주주의 혁명의 과정을 거친 과테말라는 1950년 민주주의 아르벤스 정권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아르벤스 정권은 고질적인 토지 소유 불균형 문제 해결을 통한 빈부격차 해소를 시도했다. 아르벤스 정권은 대토지 소유자들의 토지를 국가가 수용해 농민들에 분배하려 했다.

문제는 대토지 소유자 상당수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이들 기업은 과테말라에 대규모 바나나 농장을 운영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다. 그 농장에서 일하는 과테말라인들은 저임금에 과도한 노동 환경 속에 있었다. 이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운동은 다국적 대기업과 유착된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 과테말라의 독재 정권과 다국적 대기업의 유착은 빈부 격차의 또 다른 이유였다.

다국적 대기업은 대농장 운영을 통해 창출한 수익을 과테말라의 사회 인프라에 투자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그 다국적 대기업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었다. 이런 구조를 파괴하려는 아르벤스 정권의 노력은 다국적 대기업에 큰 위협이었다. 미국 정치권과 연결돼 있는 다국적 대기업에 대한 위협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아르벤스 정권의 시도를 경계했고 사회주의화로 인식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아르벤스 정권을 공산주의 정권으로 규정하고 전복을 위한 공작을 시작했다. CIA는 비밀공작을 주도했다. 비밀공작은 중심은 지속적인 심리전과 군사 반란 세력에 대한 지원이었다. CIA는 라디오 방송과 언론 공작을 통해 아르벤스 정권에 대한 가짜 뉴스와 왜곡되고 악의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포해 민심을 정권에서 멀어지도록 했다. 심지어 가톨릭 종교 지도자들을 포섭해 사회 전반에 반정부 여론을 조성하도록 했다. 여기에 미국은 과테말라에 대한 경제제제를 통해 아르벤스 정권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후 미국이 지원하는 반정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반정부 인사인 아르마스를 중심으로 인근 국가인 온두라스에서 세력을 키운 쿠데타 세력은 과테말라를 침공했고 빠르게 나라를 장악했다. 결국, 아르벤스 대통령은 사임 후 망명길에 올랐다. 이렇게 사회개혁을 시도한 아르벤스 정권이 무너지고 과테말라에는 친미 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과테말라는 대규모 숙청이 이루어지고 개혁은 후퇴했다. 과테말라는 지속적인 군부독재와 그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 속에 정치 불안이 지속됐고 수십 년간 그 혼란이 이어졌다. 미국 CIA가 남긴 아픈 유산이었다. 

CIA의 공작은 쿠바에서도 있었다. 쿠바는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지만, 정치 지도차 카스트로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면서 반미 국가로 변모했다. 이후 쿠바는 소련과 유착되면서 미국과 강하게 대립했다. 가뜩이나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공산주의 확산에 민감한 미국 바로 코앞에서 공산주의 적대국이 생겨난 셈이었다. 이는 쿠바 미사일 위기 등으로 비화되며 미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되기도 했다. 

 

 

 



미국인 쿠바 사회주의 정권에 대한 전복 시도에 나섰다. CIA는 쿠바의 반 카스트로 세력을 지원하고 그들을 군사조직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조직된 쿠바 반군은 쿠바 침투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했다. CIA 공작의 실패였다. 이후 쿠바는 더욱더 강력한 반 미 국가의 길을 걸었다. 

CIA의 공작은 남미의 칠레에서도 있었고 칠레 현대사의 큰 비극과 연결됐다. 칠레는 정치적 혼란을 거듭했던 주변 남미 국가들과 달리 1930년부터 1970년대까지 민주주의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등 민주주주의 정치제도가 정착되어 있었다. 이런 정치 상황은 칠레 정치에 다양한 정치세력의 공존을 할 수 있게 했다. 그 안에는 사회주의 정치세력도 존재했다. 

그중 현재까지 칠레에서 큰 존경을 받는 정치 지도자 아옌데가 이끄는 사회주의 정당이 점점 세력을 확대했다. 이런 사회주의 정당의 성장을 미국은 경계했다. 칠레는 구리 등 자원 부국으로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이곳에 진출해 구리광산을 운영하며 큰 이익을 얻고 있었다. 다국적 기업은 칠레 정치권과 강하게 유착하며 이권을 극대화했고 이는 칠레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했다. 사회주의 정권의 수립은 이런 이익구조를 흔드는 일이고 앞서 언급한 과테말라와 같이 미국의 이익에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미국인 강한 친미 성향의 보수정치 세력을 지원하며 사회주의 정당을 견제했다 하지만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당은 점점 민심을 얻었고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사회주의 정권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선거는 민주주의 선거로 탄생한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사회주의 정권이기도 했다. 아옌데 정권은 미국의 우려대로 구리광산 등 핵심 산업의 국유화를 강력히 추진했고 복지 강화 등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이에 미국은 CIA를 중심으로 곧바로 아옌데 정권의 전복을 위한 공작을 시작했다. 과거 라틴 아메리카에서 했듯이 언론들을 금전 등으로 매수해 아옌데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게 했다. 여기에 칠레 물류의 핵심인 트럭 운송을 막기 위해 트럭 운수 노조를 매수해 파업을 유도했다. 이로 인해 칠레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미국은 칠레의 핵심 수출품인 구리의 가격 하락을 유도해 칠레 경제를 더 어렵게 했다.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과 조작된 언론 환경 속에서 아옌데 정권은 점점 지지율 하락과 함께 위기에 빠졌다. 결정적으로 1973년 CIA는 칠레 군부의 쿠데타를 지원했다. 결국, 피노체트가 이끄는 칠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고 아옌데 정권이 붕괴됐다. 아옌데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대통령 궁에서 저항하며 쿠데타 군에 맞섰고 군부에 장악되지 않은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국민들에게 마지막 연설을 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칠레 아옌데 동상

 


칠레의 사회주의 정권은 붕괴되고 피노체트가 중심이 된 군부정권이 들어섰다. 피노체트는 17년간 권력을 장악하고 공포 정치를 하며 남미의 대표적 독재자로 악명을 높였다. 그는 정치적 반대파에 대해 지속적인 탄압을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고문을 당했다. 다수의 의문사와 실종이 이어졌다.

이런 반인권적 상항은 피노체트 집권기 내내 이어졌다. 이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일이었다.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개입을 하면서 내건 중요한 명분이 공산주의 확산 방지와 민주주의 가치 수호임을 고려하면 독재 권력에 대한 비호는 미국의 중남미 정치 공작의 명분 자체를 흔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CIA를 통한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공작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입각했다. 부도덕적인 일이었다. 

부도덕성의 적나라하게 드러나건 중남미 국가 니카라과에서의 CIA 공작이었다. 1980년대 니카라과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진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는 반정부 운동이 일어났고 오르테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이들은 반미 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에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CIA를 통해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며 오르테가 정권 전복을 시도했다. 문제는 미국이 니카라과 반군의 마약 밀매, 자국민에 대한 살해 행위 등 불법적인 일을 묵인했다는 점이었다. 니카라과 반군의 마약 밀매를 통해 미국에서 다수의 마약이 유통되었음에도 미국은 이를 막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마약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고 마약 근절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니카라과 반군의 세력 유지라는 이유로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 

미 정부의 니카라과 반군 지원에 대한 문제가 폭로되고 미 의회 및 미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커지자 레이건 정부는 비밀리에 지원을 지속했다. 공식적인 예산 사용이 어려워지지 적대적 관계에 있던 중동의 이란에 무기를 수출하고 그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레이건 정부는 큰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 사건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하던 레이건 대통령 역시 그의 정치 이력에서 큰 흑역사를 남기고 말았다. 이후 미국은 비밀 지원을 중단했지만, 니카라과 반정부 세력에 대한 지원을 지속했고 반정부 세력은 선거를 통해 정권을 차지하며 친미 정권이 수립됐다. 

이렇게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미국은 냉전시대 끊임없이 친미 정권을 유지토록 하기 위한 공작을 지속했다. 최근 그와 관련한 비밀문서들이 공개되면서 공작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다수의 문서에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던 다수의 공작들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CIA는 그 공작의 중심에 있었고 다수의 불법과 탈법을 함께 자행했다. 

이런 CIA의 라틴 아메리카 공작은 미. 소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붕괴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물론, 이면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한 공작이 지속되고 있을 수도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공작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정당해야 한다. 불법과 탈법이 더해진 방법은 그 나라의 중요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실상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실제 CIA의 라틴 아메리카 공작은 공산주의 확산 저지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내면에는 대기업의 이익과 그들과 연관된 정치집단의 이익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공작은 지역의 민주주의 성장을 방해하고 지금도 중남미 지역의 정치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중남미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즉, 미국의 이런 활동은 결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없다. 

아울러 정부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기관의 역할이 부도적하고 부패한 세력에 이익이 되고 한 나라를 불행하게 한다는 건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은 그동안 나라와 국민이 아닌 정권과 조직을 위해 일했고 존재하는 면이 강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인권 침해와 불법이 자행됐고 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얼마 전까지 우리의 정보기관은 일종의 권력기관으로 자리했었다. 이는 정보기관의 순기능에 대한 평가마저 빛바래게 하는 일이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조직의 목표 와도 거리가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에 되기 위해 정보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감시와 견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지속력을 가져야 한다. 

이 점에서 미국 CIA의 라틴 아메리카 공작은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와 역할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었다. 앞으로 이 이면의 문제들이 더 알려지고 그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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