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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을 보면 사물이나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작가의 관점과 시각, 자신만의 표현방식으로 변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작품을 자주 볼 수 있다. 시대가 빠르게 발전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융합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일반 대중들의 시각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 옛날 이런 작품들은 파격이었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술사적으로 현대 미술의 발전 단계에서 중요하게 인식되는 사조는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화가들은 당시로는 비주류들이었다. 그런 사조에서 더 발전해 개인적인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표현주의 작품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표현주의 화가 중 대표적인 인물인 마르크 샤갈은 남다른 인생 여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금의 벨라루스 영토에 속하는 구 러시아 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파리에서 생애 대부분을 살았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유럽에서 오랜 세월 차별과 멸시를 받았던 유대인이었다.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었고 교육과 직업 선택의 자유도 크게 제한적이었다. 그들이 중세 시대 크게 천대받았던 직업군인 금융업에 종사했던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샤갈의 사진





이는 예술계라고 다르지 않았다. 샤갈은 유대인이라는 태생적 한계 속에 비주류 예술가로 출발했지만, 기존 미술과 다른 새로운 미술 세계를 열었던 인물이었다. 그의 작품은 초기 인정받지 못했지만, 점점 평론계와 대중들에 인정을 받았고 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생애 후반기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파리의 시민으로 자리를 잡았고 프랑스 국민들이 존경하는 프랑스 화가로 역사에 남았다. 이에 샤갈은 그를 품어준 파리를 위해 샤갈은 파리를 위한 작품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이었고 그의 작품에서 그의 삶이 담겨 있다. 

샤갈은 1887년 러시아 제국의 지방 소도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마을은 유대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나라를 잃고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았다. 그들은 지역민으로 정착했지만, 철저한 이방인이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국가에서 배척되고 차별을 받았다. 

러시아 지역에 살던 유대인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샤갈은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함께 가난과도 싸워야 했다. 샤갈은 가난한 유대인 가정의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밤낮으로 일했지만, 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샤갈은 가족은 가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려는 샤갈을 헌신적으로 지원했고 샤갈은 대도시로 나와 정직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유년기 동안 샤갈은 화가로서 기본 자질을 익히고 배울 수 있었다. 

 

 

유년시절의 추억, 가족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 '마을과 나'

 



샤갈이 화가로서 본격적인 이력을 시작한 건 파리 유학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파리는 당시 전 유럽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도시였다. 화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샤갈은 그곳에서 다양한 사조의 화가들과 교류하고 공부하며 화가로서의 실력을 쌓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역동적인 도시, 자유의 도시 파리는 유대인이라는 인종적 장벽에 갇혀 살았던 샤갈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마침 프랑스는 간첩 누명을 쓰고 투옥된 이후 무죄 투쟁을 했던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의 사건을 통해 사회가 크게 분열되고 갈등이 극대화되는 혼돈의 시기를 겪은 직후였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드레퓌스 사건은 유럽에 만연된 반유대주의와 함께 프랑스에 강하게 대두된 극단적 민족주의, 애국주의 등이 결합된 일종의 마녀사냥이었다.

여기에 여전히 왕정복고를 기대하는 왕당파,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가톨릭 교회와 군부 등 수구 세력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의 목적도 깔려 있었다. 에밀 졸라와 같은 지성들이 드레퓌스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이에 많은 지식인들과 진보세력, 공화정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동조하면서 사회는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고 드레퓌스의 무고함이 밝혀졌다. 이후 드레퓌스는 명예를 회복했고 프랑스의 군인으로 제대할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프랑스에서는 극단적인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왕정으로 복구시키려는 세력들은 점점 국민들에 외면받으면서 몰락했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도 엄격히 이루어졌다. 1789년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으로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이 마침내 제대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유대인이었던 샤갈이 파리에 정착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 상대적으로 유대인이나 이민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덜한 프랑스는 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파리는 그에게 제2의 고향 그 이상이었다. 그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연인 벨라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 행복은 길지 않았다. 

 

 

베라와의 사랑, 행복한 감정이 드러난 작품

 



샤갈의 삶은 전쟁과 갈등 속에 다시 한번 내 던져졌다. 그는 연인 벨라와의 결혼을 위해 잠시 러시아로 돌아왔다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프랑스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벨라와 결혼하긴 했지만, 화가로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여기에 러시아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고 큰 격변을 맞이했다. 그 시기 문화, 예술계도 큰 영향을 받았다. 사회주의 사상에 맞지 않는 예술은 배척됐다. 기존 그림과 크게 다른 그의 작품은 사회주의 러시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다시 벨라와 함께 파리로 돌아왔고 그곳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며 명성도 쌓았다. 20세기 산업과 기술의 발전,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면서 그의 작품도 크게 인정받았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한 샤갈 인생의 최 전성기였다. 하지만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 치하에 들어갔고 유대인인 샤갈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샤갈은 사랑하는 아내 벨라를 병으로 잃었고 깊은 슬픔 속에 세월을 보내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프랑스로 돌아온 샤갈은 작품 활동에 다시 몰두했다. 그는 1985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프랑스 국민으로 생애 후반기를 살았다.

샤갈은 프랑스를 위해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프랑스 건축물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가르니에 궁, 오페라 극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에 천장화를 수년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했고 1966년에는 '성경의 메시지' 대형 연작을 그려 기증하기도 했다. 이 작품들은 이방인인 그를 품어준 프랑스 그리고 파리에 대한 그의 선물이었다. 그는 프랑스의 화가로 역사에 남았고 그의 생애 중에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에 샤갈 미술관의 개관을 지켜보기도 했다. 

 

 

유대인의 고난, 시대의 아픔, 그 장면들을 십자가에 못박혀 지켜보는 예수

 



하지만 그는 그의 작품에서 자신의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고향, 유대인의 역사와 문화, 그가 사랑했던 연인이나 아내 벨라, 파리와 기독교적 세계관이 함께 했다. 그는 청년 시절 그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듯 한 작품이 많았고 말년에는 유대인의 고난을 또는 두 차례 세계대전 과정에서 고통받는 세상을 표현하는 듯한 작품을 그렸다. 한 편에서는 그의 벨라와의 사랑을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샤갈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 시대의 다양한 사조를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승화했다. 이에 샤갈은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데 주력하던 미술에서 자신의 감성과 느낌,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추구하는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미술사에 기록되어 있다. 샤갈은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시기를 살았고 그는 과거의 미술과 다른 현대 미술의 문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개인의 작품이 아닌 시대를 반영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예술이 결코 그 시대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위키백과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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