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모바일, 홈쇼핑으로 주문한 제품이 집 앞에 종이 박스로 도착하고 그 박스를 열어 제품을 확인하는 일은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풍경이다. 누군가가 내 제품을 내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이 서비스를 우리는 택배로 부른다. 이 택배가 없는 세상을 이제는 상상할 수 없다. 택배의 시대로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택배는 배달이라는 개념과 연결이 된다. 배달은 주로 외식의 한 형태로 발전했다. 조선시대 후기 냉면을 배달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대한제국 순종 황제가 냉면을 사오게 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면의 역사에서 최초 배달된 음식은 냉면 그리고 짜장면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편화된 종이 박스 형태로 물건을 배달해 주는 택배의 시작은 1990년대 초반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택배는 영어로 package delivery, 우편에서 소포로 불리는 짐이나 묶음, 물건을 보호하거나 수송하기 위한 포장 용기에 쌓인 물건을 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택배의 어원은 일본어에서 왔는데 일본에서 택배는 음식 등을 집까지 배달해 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의미가 확장됐고 배송 서비스를 일 컷은 말로 자리를 잡았다. 택배 산업의 역사는 애초 일본의 시스템을 도입하며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홈쇼핑을 시작을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 쇼핑의 규모가 커지고 쇼핑의 대세가 되면서 그 물건들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자연스럽게 택배 산업이 발전했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배달하는 수준의 택배가 이제는 온라인 쇼핑 산업의 한 축이 됐다. 종이 박스에 포장된 수많은 물건들이 택배 차량에 의해 움직여지고 쉼 없이 각자의 집으로 배달되고 있다.
이제 택배 시장의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연간 128회로, 3일에 한 번 택배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택배 상품의 유통 개수는 36억개를 넘어서고 있다. 그 상품들을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택배 박스는 33억개에 이르고 있다. 그 박스들은 지구를 수십 바퀴를 돌고도 남을 분량이다.
이렇게 커진 택배 시장은 관련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불러왔다. 대규모 물류망과 시스템을 갖춘 관련 업체들이 금세 대기업을 성장했고 그에 파생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돈이 되는 사업인 택배 산업에는 이제 많은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산업의 미래를 낙관하는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이는 경쟁을 산업의 경쟁을 치열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택배 서비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택배 서비스는 당일 배송을 넘어 새벽 배송까지 초 스피드 경쟁을 하고 있고 취급하는 품목도 거의 대부분의 공산품에서 농수산물, 용역 서비스를 망라하고 있다. 택배 서비스의 시초로 할 수 있는 음식 배달 서비스 역시 배달 전문 업체를 통해 각 식당들의 음식을 배달해는 물류 택배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 각 음식점에서 배달원을 두고 주문받은 음식을 배달하는 풍경은 거의 볼 수 없다.
이런 택배 서비스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고 비대면 서비스가 중요한 트렌드가 되면서 더 활성화되고 있다. 팬데믹 상황이 끝나는 시점에도 사람들은 택배 서비스의 편리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피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을 통해 하고 택배로 물건을 받는 소비 패턴이 보편적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라이브 커머스가 또 다른 유통의 한 축이 되면서 온라인 쇼핑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는 택배 산업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 일상의 풍경을 변화시킨 택배산업이지만, 늘어나는 택배 양만큼 우리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다. 택배 물건을 포장하는 박스나 포장지, 비닐과 스티로폼 등이 결국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들이기 때문이다. 종이 박스 역시 제품의 생산을 위해 많은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사람들은 택배를 통해 배달되는 물건에 환호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매년 지구에는 수십억 개의 택배 관련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늘어나는 택배 물량만큼이나 비례해서 늘어가는 각종 반품 제품들의 처리 역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택배 회사들 중 상당수는 그 물건들을 그대로 폐기하면서 또 다른 쓰레기가 양산되고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쉽게 쓰고 쉽게 버리며 그로 인해 쓰레기가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택배도 포함되고 있다.
또한, 택배 운송량이 늘어나면서 물류 부분의 공해물질 배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는 온실가스의 중요한 원인인 이산화 탄소가 택배 물류 운송과정에서 쉼 없이 발생하고 그 양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저탄소 시대를 열어야 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늘어만 가는 택배 양을 줄여야 하고 택배 서비스에 친환경성을 높여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그와 관련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먼저 택배 포장재나 내부 완충재에 있어 재활용이 비교적 수월한 종이 사용을 늘리는 노력이 있다. 여기에 제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테이트 역시 비닐 제품이 아닌 종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울러 신선식품의 배송을 위해 사용하는 용기를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함으로써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곳도 있다.
방송링크https://youtu.be/_c4Bghd_q7U
또한, 택배 운송 차량의 전기차 비율을 높이면서 매연 발생을 줄이는 곳도 생겼다. 특히, 우체국에서는 전기 배송차량이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배송 수단에 있어 보다 친환경적인 기차의 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도 택배 관련 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택배 절대량을 줄이기 위해 당장 급한 상품이 아닌 건 주문된 제품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 배송을 하는 업체가 해외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들은 결국, 신속 정확에서 신속이라는 단어를 조금 뒤로 미루고 편리함을 조금 덜어내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일이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없다면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을 위해 포장재가 사용돼야 하고 배송과 함께 쓰레기가 양산되는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보다 여유 있는 쇼핑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지구를 살리는 쇼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택배 포장지의 라벨을 제거하고 비닐 테이프를 제거해 종이 박스의 재활용을 보다 쉽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또한, 택배의 주문을 여유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작은 실천과 환경을 생각하는 업체에 대한 선호도 증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택배가 환경을 파괴하는 소비의 한 축으로만 남지 않게 할 수 있다.
결국, 택배 산업 뒤편에 자리한 어두운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는 건 소비자들과 관심과 실천이다.
이런 택배 산업의 여러 불편한 진실을 밝히고 대안을 모색한 TBS의 '신박한 벙커'는 여러 가지로 유익했다.
본 게시글은 TBS 서포터즈 '티끌러' 활동(자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 프로그램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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