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 야구'가 두산과의 29번째 경기를 끝으로 시즌 1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두산과의 경기는 시즌 중에도 기록하기 힘든 25,000여 관중석을 모두 채운 만원 관중들의 열띤 응원 속에 열렸다. 시즌 후 열린 이벤트성 경기고 홍보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관중 규모였다. 2022 시즌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상당수 경기에서 만원 관중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경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우선, 야신이라 불렸던 김성근 감독의 실전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야구 팬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김성근 감독은 KBO 리그에서 많은 팀들을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바탕으로 하위권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김성근 감독이었다.
그의 야구는 철저히 승리를 추구하는 야구였고 그 과정에서 선수 혹사 논란과 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는 많은 승리가 선수들과 그의 가족들 선수단과 그들의 가족들의 연봉을 높이고 행복을 준다는 자신의 승리 철학을 절대 꺾지 않았다. 그의 소신은 구단과의 강한 마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김성근 감독이 여러 팀을 지도하는 이유가 됐다.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껄끄러운 감독, 김성근 감독이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함께 하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다 챙기는 아버지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존경을 이끌어냈다. 그가 이끄는 팀들의 팬들 역시 김성근 감독에게 큰 지지를 보냈다.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를 이끌었던 시기 KBO 리그는 승리 지상주의를 바탕으로 세밀한 야구를 하는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와 덕장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의 믿음의 야구, 노피어 야구로 불리는 공격력에 바탕을 둔 화려한 야구를 하는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 자이언츠까지 개성 뚜렷한 팀들이 대결했다. 이들 팀들의 경쟁은 프로야구를 흥미로운 스포츠로 만들었다. 김성근 감독은 KBO 리그가 국가대표 야구 대표팀의 거듭된 선전과 함께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 중심에 있었다. 그에게 야신이라는 칭호가 붙었던 것도 이 시점이었다.
이후 김성근 감독은 한화 이글스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KBO를 떠났고 선수 육성과 일본 프로야구 코치를 역임했다. 어느새 그의 나이는 80살을 넘어섰다. 이제는 현장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김성근 감독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큰 이슈였다. 야구에만 진심인 그가 예능에 출연한다는 것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승엽 감독의 두산행 이후 제작진에 의해 영입 제안을 받았고 이를 고사하는 모습이었지만, 제작진의 거듭된 요청과 그동안 최강 야구의 프로야구단 '몬스터즈'의 경기 자료와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이미 최강야구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승리만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30경기를 하면서 목표 승률을 7할 이상으로 정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프로그램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다.
이는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동기부여 요소가 됐다. 몬스터즈에 소속된 선수들은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선수들이었다. 그 사이 공백기도 있었고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운동 능력이 전성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은퇴 선수들이 소화하기 힘든 포지션인 유격수와 포수 등에 현역 선수들을 보강하긴 했지만, 그들은 프로선수가 아닌 대학야구 또는 독립리그 선수들이었다. 몬스터즈의 주축은 은퇴 선수들이었다.
어쩌면 몬스터즈의 선수들은 예능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수도 있었지만, 높은 목표치에 만만치 않은 상대 팀의 면면에 현역 시절 못지않은 자세로 몸을 다시 만들고 경기를 준비했다. 이들은 그의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감독으로 프로야구 팀 감독이 된 이승엽 감독과 함께하며 승리의 기록을 쌓아갔다. 그들은 진심으로 경기에 임했고 패배에는 현역 시절 그 이상으로 안타까워하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경기 중간중간에도 긍정과 부정, 슬픔과 환희가 교차했고 그 장면들이 방송을 통해 세세히 보였다.
제작진은 많은 카메라를 경기 중에 투입하며 경기 장면에 더해 선수들 각각의 모습을 담았다. 이는 승리의 진심인 선수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진심을 방송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는 프로그램에 대한 매니아 층을 형성했다. 어느새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이 됐다.
이런 관심은 그동안 언론과 미디어 등에서 소외됐던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프로그램은 그 선수들의 소중한 쇼케이스 무대가 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선수들 상당수는 KBO 리그에 진출했다. 이는 프로야구의 흥행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이런 부수적인 요소 외에도 최강야구는 경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예능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야구 경기 안에서 보이는 희로애락 그 자체만으로 종합 예능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스포츠 예능에서도 볼 수 있는 각 개인에 대한 서사나 예능적 요소를 과감히 제외하고 경기에 집중했다. 이 전략은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더해주고 스포츠 예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했다.
여기에 이승엽 감독에 이은 김성근 감독의 취임과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던 프로야구 레전드 이대호의 가세는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은 승리에 전적으로 진심이라고 했던 프로그램의 취지에 부합하는 선택이었고 이대호는 승리를 위한 중요한 카드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한 김성근 감독의 카리스마와 무심한 듯 툭툭 뱉는 한마디와 행동들 그런 김성근 감독에게 옴짝달싹 못하는 레전드들의 모습은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재미요소였다.
두 명의 가세 이후 몬스터즈는 높은 승률을 유지하며 28경기 만에 7할 승률 이상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들의 첫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경기를 두산과 하게 됐다. 7할 승률을 달성한 상황에서 부상 발생 위험 등으로 30번째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한 이상 29번째 두산전은 그 의미를 더했다.
이 경기는 예능이지만, 사제 관계라 할 수 있는 김성근 감독과 이승엽 감독의 지도자로서 첫 실전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이승엽 감독은 몬스터즈의 전 감독이었다. 감독 간의 맞대결부터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이었다. 경기 직접 관람의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는 선수들도 긴장되고 들뜨게 만들었다. 몬스터즈 선수들은 그들의 현역 시절 느꼈던 경기장의 열기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두산 선수들 역시 모처만의 만원 관중에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부푼 마음으로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웃으며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경기전 인사했지만, 승부에는 냉정했다. 양 팀 감독은 승리를 위한 지략을 짜내며 라인업을 구성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서는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의 마음은 더 긴장돼 보였다. 이벤트 경기라 할 수도 있지만, 현역 1군 선수들이 대부분인 두산과의 경기는 과거 프로야구 감독 시절로 그를 되돌려 놓았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 자원 중 최적의 조합으로 선발 라인업을 작성했다. 김성근 감독은 후반기 주로 코치 역할을 하던 정성훈을 선발 3루수로 기용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강화하려는 결정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선발 투수 유희관과 두산 타자들의 대결을 시뮬레이션 했고 내야 땅볼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3루수 수비에 중요성을 인지하고 보다 경험이 많고 안정감 있는 정성훈을 선발 3루수로 선택했다. 한편, 기존 주전 3루수였던 최수연에게는 지명타자 자리를 맡기면서 그의 타격감을 살리려 했다.
이에 맞선 이승엽 두산 감독 역시 2023 시즌 두산의 주장으로 선임된 주전 3루수 허경민을 선발 출전시킨 데 이어 1군 라인업을 구성하는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채웠다. 일부 베테랑들이 빠졌지만, 2023 정규시즌에서도 가동될 수 있는 라인업이었다. 이승엽 감독 역시 그의 첫 공식 경기에서 승리를 내줄 마음이 없었다. 이런 라인업이라면 두산이 절대 유리한 경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즈는 만만치 않았다.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됐다. 몬스터즈는 이대호의 적시 안타로 먼저 앞서 나갔고 그동안 타격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지석훈, 박찬희 등 하위 타선이 분전하며 추가 득점했다. 마운드에서 2022년 4월 바로 그 잠실 야구장에서 은퇴식을 치렀던 전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이 분전했다.
얼마 전까지 동료로 뛰었던 선수들과 자신의 팀을 상대 팀으로 맞이해 투구를 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유희관은 그 감정을 누르고 역투했다. 유희관을 처음으로 상대 투수로 상대하는 두산 타자들은 쉽게 그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반대로 두산의 투수들은 뜨거운 경기장 열기에 오히려 부담을 가지며 제구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반된 상황은 경기를 접전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몬스터즈가 앞서가면 두산이 추격하는 흐름은 중반 이후 두산에 추가 기울었다. 유희관 이후 투수진이 약한 몬스터즈는 경기 감각을 회복한 두산 타자들을 막기 벅찼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몬스터즈 선수들의 체력 부담도 가중됐다.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고 그것이 실점과 연결됐다. 시간은 몬스터즈의 편이 아니었다. 두산은 중반 이후 득점을 추가하며 5 : 3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몬스터즈 선수들은 포기하기 않았다. 그들은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한때 리그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던 선수라는 자부심과 자존심은 그들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특유의 무뚝뚝하면서도 날카로운 상황 판단과 승부의 맥을 짚어가는 경기 운영과 함께 선수들을 독려했다. 순간순간 긴장으로 파르르 떨리는 그의 입술은 김성근 감독이 경기에 임하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몬스터즈 선수들의 나이를 잊은 투지와 열정은 낙승을 예상했던 두산 선수들이 당황할 수 있는 경기가 이어졌다. 몬스터즈는 9회 초 상대 타수의 제구 난조를 틈타 잡은 기회에서 2득점하며 기어코 5 : 5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경기는 두산의 신승으로 마무리됐다. 두산은 9회 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 득점하며 6 : 5 승리했다. 두산이 승리하긴 했지만, 몬스터즈 선수들은 현역 못지않은 열정과 의지로 두산의 젊은 선수들과 맞섰다. 마치 한국시리즈를 연상하게 했다. 두산과의 경기에서 몬스터즈 선수들은 과거 현역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특히, 9회 말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온 힘을 다한 역투를 한 오주원의 투구는 몬스터즈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절실함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결과를 떠나 양 팀 모두가 박수받을 수 있는 경기였다. 예능이라고 할 수 없는 승부에 진심인 경기였고 온 힘을 다한 경기였다.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경기 내용이었다.
이는 최근 관중 감소로 고심하고 있는 프로야구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재미있는 경기를 한다면, 진정 승리에 진심인 마음으로 경기를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프로야구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고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는 걸 최강야구를 알려줬다. 특히, 두산과의 마지막 경기는 경기장면에 벤치, 관중석의 시시각각 달라지는 감정들과 표정을 조화롭게 배치하면서 시청자들을 더 흥미롭게 했다. 프로야구 중계에 있어서도 이런 기법은 참고할만하다.
몬스터즈의 첫 시즌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단 최강야구는 부족한 포지션에 대한 선수 공모를 하고 있고 시즌 2에 대한 가능성을 한껏 높이고 있다. 이미 2023년 4월 시즌 2 방송을 예고했고 3월 중순 2023 시즌 그들의 첫 상대가 KT 위즈가 될 것임을 방송에서 밝혔다. 아마도 다음 시즌에는 기존의 아마 야구 팀 외에 프로 2군 팀과의 경기가 늘어나면서 몬스터즈 선수들의 미션 난이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프로야구 퓨처스 리그에 큰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려움은 존재한다. 실제 프로야구 경기 이상의 중계 장비와 스태프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된다. 이는 프로그램 지속에 큰 부담이 된다. 이에 몬스터즈는 자체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더 많은 스폰서 유치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높아진 관심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성근 감독과 레전드 선수들, 그리고 새로운 선수들의 조합이 시즌 처음부터 이어진다는 점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과연 은퇴 선수들이 현역 선수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다른 일에 종사하는 선수들과 함께 30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지 7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할 수 있을지 그저 흥미 위주의 예능이 되지 않을지 등 우려와 걱정을 뒤로하고 최강야구는 새로운 스포츠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야구가 재미있는 스포츠임을 렌전드들이 몸소 증명해 냈다. 그들의 애초 바람대로 승리만을 추구하는 콘셉트로 그들의 새로운 시즌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폭을 더 넓히며 시즌제 예능으로 지속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첫 단추는 잘 끼워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채운 더 에너지 넘치는 경기도 기대된다.
사진 : 프로그램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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