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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승리만을 추구한다는 모토로 시작한 예능 같지 않은 스포츠 예능, 최강야구가 그들의 공약을 마침내 달성했다. 최강야구의 프로야구 구단 '몬스터즈'는 32회에서 7할 승률에 필요한 21번째 승리에 성공했다. 이 승리로 시즌 1에서 치르는 30경기를 두 경기 남겨둔 시점에 몬스터즈는 시즌 7할 이상의 승률을 확정했다. 

몇몇 독립리그, 대학야구 리그 선수들이 더해지긴 했지만, 대부분 선수가 40살을 훌쩍 넘기도 은퇴 후 상당 기간 야구에서 멀어졌던 선수들로 구성된 팀으로서는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몬스터즈는 애초 7할 승률 달성을 목표로 하긴 했지만,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설왕설래 하는 모습이었다. 그들과 대결하는 팀은 모두 현역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었고 몬스터즈 선수들은 경기 감각이나 신체 운동 능력도 떨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몬스터즈는 고등학교 야구 최강팀을 포함해 대학교, 독립리그 팀 심지어 U18 야구 대표팀 등 쉽지 않은 상대들과 대결했다. 자칫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대결이었다. 하지만 몬스터즈의 주축을 이루는 베테랑들은 그들이 왜 레전드라는 말을 들었는지, 왜 프로인지를 경기로 보여줬다. 몸은 전성기의 운동능력이 아니었지만, 경기를 보는 시야나, 감각, 순간순간이 플레이는 현역 선수 못지않았다. 그들의 경험과 관록은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의 도전을 번번이 뿌리쳤다. 

그 중간 아픈 패배의 순간도 있었다. 몬스터즈 선수들은 그 패배를 더 나은 경기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들은 현역 시절 그 이상으로 패배에 스스로를 강하게 자책하고 의지를 다졌다. 선수들은 그들이 나이를 먹어서 힘이 떨어져서 패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모습이었다. 변명을 하기보다 승리한 팀 보다 야구를 잘 못해서 패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몬스터즈에서 선수들은 은퇴한 선수들이 아닌 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이었다. 

 

 

 



몬스터즈가 승리를 쌓아가는 동안 기분 좋은 변화도 있었다. 우선, 프로그램 시작을 함께 했던 이승엽 몬스터즈 감독이 두산의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그의 정식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두산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업적을 남긴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팀의 변화를 이끌 지도자로 이승엽을 선택했다.

이승엽 감독은 KBO 리그 첫 공식 은퇴 투어를 한 프로야구의 레전드였고 대표적인 홈런 타자였다. 특히, 국가대표로서 이승엽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홈런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역 선수 은퇴 후 이승엽 감독은 방송인으로 해설가로 활약했지만, 지도자로는 기회가 닿지 않았다. 

몬스터즈는 그의 첫 지도자 이력의 시작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실전과 다름없는 경기를 하는 최강야구의 특성상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은 분명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 다수의 레전드 선수들이 함께 하는 팀에서 이승엽 감독의 존재감은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고 몬스터즈를 팀으로 만들었다. 이승엽 감독의 묵직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형님 리더십은 인상적이었다. 선수가 부족할 때는 스스로가 타석이나 대주자로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 경험이 결정적이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승엽 감독은 몬스터즈 감독에서 정식 감독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잡았다.

이승엽 감독 외에도 독립 야구 출신의 몬스터즈 내야수 한경빈이 한화와 계약하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뤘고 대학야구 선수로 몬스터즈에서 포수로 활약했던 윤준호, 내야수로 활약했던 류현인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으며 프로야구 선수로 데뷔하게 됐다. 이들은 몬스터즈의 일원으로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고 많은 미디어 노출은 그들의 평가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들 외에 몬스터즈와 대결했던 고교, 대학, 독립리그 팀들의 선수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를 통해 아마야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 최강야구에 선수로 등장했던 선수들 상당수가 올 시즌 프로야구 신인으로 야구팬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강야구는 프로야구 레전드들의 추억 만들기가 아닌 철저히 승리를 지향하는 스포츠 예능이었다. 이를 통해 야구의 저변을 보다 더 넓힐 수 있었다. 야구팬들은 레전드들의 온 힘을 다한 플레이를 응원하고 야구를 몰랐던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최강야구는 야구 중계 그 이상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경기를 중계방송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사전 녹화와 편집이 있긴 했지만, 경기 장면을 최대한 있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더 많은 카메라는 중계방송에서 담을 수 없는 선수 각 개인들의 표정과 행동들을 보다 세세하게 보여주며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최강야구는 후반기 이승엽 감독의 두산행으로 새로운 감독을 맞이했고 큰 변화가 있었다. 몬스터즈는 후임 감독으로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그에 더해 2022 시즌 은퇴한 프로야구의 또 다른 레전드 이대호가 가세했다. 이는 7할 승률 유지하는 그들의 공약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였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KBO 리그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 팀에 소속되어 있었고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몬스터즈에 합류했다. 그는 감독 시절 세밀하면서도 매 경기 승리를 추구하는 야구를 했다. 이를 위해 가지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 팀을 만들었다. 김성근 감독은 약 팀으로 강팀으로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에는 팀을 리그 최강팀으로 이끌며 SK 왕조 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성근 감독은 다수의 팀에서 감독을 역임했고 그를 거쳐간 많은 선수들이 스타 선수가 됐다.

 

 

 



이제 80살이 훌쩍 넘긴 노 감독에서 예능 출연은 결코 쉽지 않은 출연이었지만, 승리에 목마른 몬스터즈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흥미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김성근 감독의 출연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성근 감독은 다시 한번 승리를 위해 몬스터즈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몬스터즈 선수들의 분위기는 한층 더 긴장되고 집중력을 더했다. 이대호가 영입되면서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다. 이는 7할 승률 달성을 위한 승수 쌓기를 가속화했다.

하지만 7할 승률의 마지막 문턱에서 몬스터즈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과 이대호의 가세로 연승을 이어가던 몬스터즈는 대학야구의 강팀 한일 장신대를 맞이해 고전했다. 한일 장신대는 단단한 수비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으로 몬스터즈와 대등한 경기를 했다. 한일 장신대의 끈적끈적한 플레이에 몬스터즈 선수들은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의 몬스터즈는 2연전 중 첫 경기를 패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첫 패배였다. 

이 패배로 선수단 분위기는 크게 침울해졌다. 1차전에서 주력 투수들을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2차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2차전도 패한다면 애초 목표로 했던 7할 승률 달성도 불투명해질 수 있었다. 선수단은 큰 위기감으로 가득했다. 이는 김성근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성근 감독은 2차전 승리를 위해 전날 패했을 때 신었던 운동화를 신지 않았고 패했을 때 했던 루틴에도 변화를 주며 승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선수단에 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선수들도 승리를 위해 뭉쳤다. 

2차전은 마치 현역 시절 포스트시즌과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긴장감과 집중력을 계속된 호수비와 투수들의 호투로 연결됐다. 공격에서 득점권 한 방이 아쉬웠지만,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고 승리의 가능성을 높였다. 공을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유희관은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하며 마운드를 지켰고 마무리 투수로 나선 송승준은 그가 상대하는 5명의 타자들을 모두 삼진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타자들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며 기싸움에 젊은 대학 선수들을 눌렀다. 

결국, 몬스터즈는 한일 장신대와의 2차전을 승리하며 7할 승률 이상을 확정했고 시즌 2에 대한 희망을 높였다. 방송에서는 이미 취약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유격수, 포수, 투수 부분에서 오디션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최강야구 시즌 2가 내년 다시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상당수 선수들은 야구 경기에 거리가 있던 상황이었고 신체 능력도 떨어지는 나이였다. 각자의 스케줄이 있어 훈련이나 경기를 치르는 데도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부담스러운 연전을 다수 치러야 했다. 몇몇 젊은 선수들이 가세했지만, 선수가 부족했다. 이승엽 감독이 두산으로 떠난 이후에는 코치가 없어 박용택, 정성훈 등 최 연장자들이 3루 작전 코치로 나서야 했다.

 

 

 



하지만 몬스터즈의 선수들은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80대 노 감독의 승리 의지는 선수들에게 현역 시절 못지않은 긴장감과 집중력을 되살리게 했다. 김성근 감독은 현역 시절 선수들을 대하듯 세세하게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의 열정에 베테랑 선수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들의 목표 달성으로 이어졌다. 

최강야구는 스포츠 예능이지만, 몬스터즈라는 야구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와 같은 느낌의 프로그램이다. 경기 전, 후  서사를 과감히 생략하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오로지 야구 경기에만 집중했고 그 속에서 일반 야구 중계에서 찾기 힘든 야구의 묘미를 볼 수 있게 했다. 야구 경기를 통해 보이는 선수들의 희로애락은 마치 우리 삶을 보는 듯했다.

40대 선수들의 나이를 잊은 플레이 또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줬다. 이를 통해 최강 야구는 야구의 새로운 매력을 알려줬다. 축구 예능인 '뭉쳐야 찬다'와 함께 최강야구는 스포츠 예능으로 지속 가능한 예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즌 2로 최강야구가 이어진다면 기존의 은퇴 선수들 외에 기회가 절실한 여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주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제 최강야구의 야구단 몬스터즈는 시즌 1에서 하기로 한 30경기 중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 2경기 중 첫 경기는 이승엽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두산이다. 이 경기는 이미 언론 보도에서 알려졌듯 잠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기 속에 치러졌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감독과 레전드 선수 출신의 초보 감독이 실전에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운 대결이다. 벌써 이 대결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사진 : 프로그램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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