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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가들에게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있었던 제1차 세계대전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전쟁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초현실주의가 새로운 사조로 등장했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의 삶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풍요와 번영을 가져오며 인류 문명에 대한 긍정적 사고가 지배했지만, 세계대전은 문명의 파괴적인 이면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문명에 대한 의문과 회의는 문화 예술계에도 영향을 줬다. 예술의 형식을 파괴하는데 주력했던 다다이즘에 더해 보이는 현상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잠재의식과 꿈, 심지어 무의식의 세계까지 표현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를 통해 불합리하고 모순 가득한 세계를 벗어나 예술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려 했다. 초현실주의는 현재의 극복이자 창조였다.

1904년 스페인에서 태어나 1989년 세상을 떠난 스페인의 화가 겸 예술가인 살바도르 달리는 20세기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라 할 수 있다. 그는 독특한 작품 세계와 함께 끊임없이 기행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퍼포먼스까지 일상을 파격을 채운 화가이기도 했다. 마치 지금의 종합 예술인, 예능인이자 셀럽이기도 했던 그는 현재의 관점에서도 매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작품 세계를 보였던 인물이었다. 

그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달리는 스페인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고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유년기 달리는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달리 이미지

 



그의 부모님은 달리가 태어나기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난 형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줬다. 그러면서 달리에게 달리가 형의 환생이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어린 달리에게는 마음의 큰 상처가 됐다. 이는 그가 평생 그가 형의 환생이 아닌 달리 자신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을 작품에 투영하게 했다.

자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가족들의 태도는 달리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깊게 했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연결됐다. 그 속에서 수많은 개미들이 죽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개미가 죽음과 부패, 공포의 대상으로 남았다. 이는 그의 작품에도 반영됐다. 

유년 시절에 입은 마음의 상처는 그의 학창 시절을 순탄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그는 이미 학창 시절에도 기행을 보이며 단체 속에서 동화되지 못했다. 그는 훤칠한 외모에 멋을 잘 부리는 학생이었지만, 대학을 다 마치지 못하고 퇴학당했다. 이후 그는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해 나갔다. 또한, 당시 크게 주목받았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에 매료되어 그의 저서 등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 이를 통해 달리는 그의 그림에 있어 꿈과 정신, 무의식의 세계가 중요한 주제가 됐다. 

그의 작품 중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고 이는 대표작 '기억의 지속'은 달리의 세계관과 화풍, 그의 예술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시계는 녹아내린 버터나 초콜릿처럼 축 늘어진 모습이다. 이는 문명사회에서 절대적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시간을 해석했다. 한 편으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또한, 그림 전반의 음침하고 우울한 분위기는 죽음이나 세기말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 한편에 자리한 개미들의 모습은 그가 개미를 부패,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품의 분위기를 알게 하는 소품이었다. 그리고 그림 한가운데 축 늘어진 생명체의 모습은 달리 자신일 수도 있고 전쟁에 지친 사람들일 수도 있다. 이 작품에서 달리는 문명에 대한 의심과 회의를 작품 전반에 큰 주제로 삼고 있는 초현실주의의 기법을 그대로 반명했다. 이후 달리의 그림에는 이런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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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시계

 



달리는 이에 머물지 않고 자신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존재감을 그림과 작품에 투영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에 더해 그의 잠재의식 한편에 함께 하는 죽은 형의 그림자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그림에서 함께 표현했다. 달리의 자기애와 그를 괴롭히던 유년 시절부터의 트라우마 극복은 그의 기행과 독특함과 연결된다. 특히,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콧수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달리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프랑스 방문 시 개미핥기 두 마리를 반려 견처럼 묶고 산책길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유명한 사진으로 남아있다. 이를 통해 달리는 그가 개미 트라우마를 극복했음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끊임없이 대중들의 관심을 얻고자 했다. 이를 위해 1936년 런던의 강연에서 몸 전체를 가리는 구식 잠수복을 입고 등장해 질식사의 위기를 몰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달리는 수시로 각종 기행과 예상치 못한 발언, 퍼포먼스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 한편에서 달리는 예술가로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는 화가이기도 했고 유명한 무대 연출가이기도 했다. 패션이나 각장 상품 디자인을 하기도 했고 요리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지금도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즐기는 막대 사탕의 상품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달리는 예술가이면서도 상업적인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이에 그의 활동 무대는 스페인을 넘어 전 유럽,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새로운 문화, 예술의 중심지 미국 뉴욕까지 광범위했다. 이런 달리는 언론의 중요한 관심 대상이었고 셀럽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한편으로 달리는 미술 평론가의 면모도 보였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밀레의 만종 작품에 대한 해석이었다. 이 작품은 한 농가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가족들이 석양과 함께 기도를 하는 장면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달리는 그 작품의 아기 요람이 사실은 죽은 아기가 안치된 관으로 해석했다.

 

 

초현실주의 작품 예

 



달리는 만종을 세상을 떠난 아기를 추모하는 기도라는 주장을 했다. 이를 위해 달리는 요람이 관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림의 정밀 분석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거장의 요구에 그림에 대한 엑스레이 투시 검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요람의 관 모양의 밑 그림 흔적이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밀레 만종에 대한 작품 해석에 있어 논란을 만들었고 정설은 아니지만, 달리의 주장이 지속 대중들에게 회자되게 하고 있다. 이는 달리의 독특한 세계관과 예술관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달리는 유년기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각종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달리 그 자신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달리는 과거 히틀러를 칭송하는 태도로 비판을 받기도 했고 스페인 내전 이후 36년간 독재자로 군림했던 프랑코 총통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의 철권통치를 지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현실의 모순과 문제들을 비판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초현실주의 작가인 그가 현실과 타협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파시즘 세력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그의 생애에 큰 흑역사라 할 수 있다. 

이런 비판에도 달리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그 업적을 인정받았고 1982년에는 스페인 왕으로부터 귀족의 작위를 받기도 했다. 또한, 작품 활동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후 엄청난 재산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결혼을 했지만, 자식을 두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내면에 자리한 죽은 형의 아픈 기억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외부로 보이는 부분에서는 화려하고 자신의 마음껏 모든 것을 하는 삶을 살았지만, 이는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치열함에 그의 천재적 재능이 더해지며 달리는 가장 독특하고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가 되었다. 지금도 달리의 작품은 전혀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 

이렇게 달리는 예술의 영역을 크게 확장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현대 미술의 또 다른 길을 만들기도 했다. 즉, 달리의 작품은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의 표현이었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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