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휘문고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연승 분위기를 만들었던 최강야구 몬스터즈가 올 시즌 처음으로 고교야구팀에 패하며 승률 7할이 무너졌다. 최강야구 시즌 2, 41회에서는 몬스터즈와 장충고와의 1차전을 방송했다. 이 경기에서 몬스터즈는 팀 2안타의 빈공과 내야 수비 불안이 겹치며 실점을 내주는 등 공. 수에서 불안감을 노출하며 1 : 3으로 패했다. 이 패배로 몬스터즈는 5경기 3승 2패 승률 6할이 됐다.
한 마디로 고교야구 최강의 마운드라는 평가에 맞게 장충고의 마운드는 철벽이었고 몬스터즈 타자들은 이를 넘지 못했다. 몬스터즈가 기록한 2안타 중 하나는 상대 실책성 플레이가 더해진 내야 안타였고 외야로 향한 안타는 정근우의 안타뿐이었다. 그만큼 장충고 투수들의 공은 매우 강했다.
올해 열리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고교 최고 좌완 투수인 황준서를 시작으로 조동욱, 김윤하, 원종해까지 4명의 장충고 투수들은 뛰어난 구위의 속구에 프로 레벨에서 볼 수 있는 스플리터 등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선보이며 몬스터즈 타자들을 압도했다. 장충고는 다음 2차전을 대비해 자칭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주력 투수 5인 중 한 명인 육선엽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고도 승리를 가져왔다.
고교 레벨을 넘어서는 장충고 투수들의 공에 몬스터즈 타자들은 대응하지 못했다. 상대 마운드의 제구 불안에 편승해 1득점하긴 했지만, 좀처럼 출루가 어려웠고 득점권에서 무기력했다. 김성근 감독은 순간순간 대타 작전을 하며 흐름을 바꾸려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몬스터즈의 베테랑들은 140킬로를 쉽게 넘는 장충고 투수들의 속구에 대응이 늦었다. 그 속구를 대비하는 시점에 들어오는 변화구는 베테랑들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몬스터즈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부동의 4번 타자 이대호 역시 이전 휘문고 투수들보다 강한 장충고 투수들의 공에는 무기력했다. 황영묵, 최수현 등 몬스터즈의 젊은 선수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특히 몬스터즈의 베테랑들은 이 과정에서 그들이 싸우고 있는 게 상대팀뿐만 아니라 세월임을 절감해야 했다. 그들의 상대 투수 공에 대한 반응 속도는 지난 시즌보다 분명히 늦어져 있었고 거듭된 풀 스윙이 부담스러웠다. 몬스터즈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감의 정성후 역시 장충고 투수들에 의욕적으로 맞섰지만, 스윙 후 허리에 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정성훈은 경기 중 허리 부상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전반적인 타선의 부진 속에도 마운드의 투수들은 빛났다. 선발 투수 정현수는 1회 초 수비에서 제구가 흔들리며 고전했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이후 그의 장점인 다양한 변화구를 중심으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김성근 감독의 고심 끝에 결정한 선발 투수였던 정현수는 그에 부합하는 투구를 했다.
정현수를 이어 나온 이대은의 역투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1 : 3으로 리드 당하는 5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대은은 추가 실점 위기를 수차례 극복하며 무실점 투구를 했다. 이대은은 시즌 개막전 선발 등판에 이어 매 경기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멀티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경기가 매일 이어지는 프로야구 리그는 아니지만, 이미 은퇴한 선수로서는 부담이 되는 투구 일정이다. 하지만 이대은은 개의치 않고 등판 때마다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연투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충고와의 경기에서도 이대은은 선발 투수 그 이상의 투구 이닝과 투구 수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이대은은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직구 구속은 다소 떨어뜨리는 대신 스플리터 등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하며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중간중간 내야 실책 등으로 위기가 있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시즌 2 에이스 다운 투수였다.
이렇게 마운드의 분전에도 야수진은 타선의 부진에 이어 수비 불안으로 투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4회 초 3실점은 유격수 황영묵의 실책에 이은 베이스커버 실수로 인해 공짜 진루, 다시 야수 선택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하는 어수선한 상황이 겹치며 일어났다. 안정된 수비가 있었지만, 실점을 막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대은 역시 무실점 호투를 하긴 했지만, 수비 실책으로 위기에 몰리며 투구 수가 늘어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몬스터즈와 달리 장충고의 내야진은 실책이 나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비로 대조를 보였다. 이전 경기에서 상대한 휘문고는 강력한 타선이 강점이었다면 장충고는 단단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결국, 몬스터즈는 고교팀에게 투. 타 그리고 수비에서도 밀리며 완패했다. 투수들의 호투가 없었다며 점수 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패배 이후 벤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고교생들에게 실력으로 완전히 밀렸다는 점은 몬스터즈 선수들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다. 김성근 감독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첫 패배 때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었다. 그는 이 경기를 앞두고 고교 야구 대회를 참관하며 장충고의 전력을 탐색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상대가 잘 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며 패했다는 점이 김성근 감독에게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수비가 흔들리며 패배의 빌미는 제공했다는 점이 김성근 감독의 승부욕을 다시 자극했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는 주전 유격수 황영묵을 포함해 원성준, 최수현에게 경기 후 수비 훈련을 직접 시키며 그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치려 했다. 김성근 감독은 직접 수비 훈련에 필요한 펑고를 치고 시범을 보이며 그들의 나쁜 습관을 스스로 느끼도록 했다. 김성근 감독의 특별훈련에는 경기 후 경기장에 남아있었던 이대호 등 베테랑들이 야수들의 송구를 받아주며 함께 했다.
80대 노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에 특별 연습에 참여한 내야수들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이겨내며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했다. 그들의 수비 훈련은 훈련공이 모자르게 되고 참가한 이들이 기진맥진 할때까지 이어졌다. 몬스터즈 3인의 내야수들은 이 훈련을 통해 강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잠시 동안의 나태함과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었다.
황영묵과 최수현은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독립 리그에서 꿈을 키우고 있고 원성준 역시 대학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졸업을 유예하는 결정을 한 선수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큰 이들이지만, 그들의 속해 있는 팀에서는 주력 선수들이다. 그 위치가 어쩌면 그들의 나태함을 자꾸만 끄집어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마음의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대 선배들과 함께 하는 몬스터즈 선수로서의 경기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는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 독립리그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올 시즌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지명 가능성 큰 황영묵은 거듭된 실책으로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짐을 덜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1보다 강해진 상대들과의 대결에서 몬스터즈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베테랑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적 능력 저하가 분명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역 선수로 활약하는 몬스터즈 젊은 선수들이 팀에 활력소가 돼야 팀 분위기가 다시 되살아 날 수 있다. 앞으로 경기에서 황영묵, 최수현, 원성준 등 젊은 선수들이 야수진에서 더 큰 활약이 필요한 몬스터즈다.
어느 스포츠든 패배는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원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분석을 하기도 한다. 김성근 감독은 부족한 부분을 훈련으로 대신하며 선수들이 문제를 인지하도록 했다. 이는 그가 현역 프로야구 감독 시절에서 했던 방식이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중에도 경기 후 부진한 선수들에게 특타와 펑고를 시키며 강하게 그들을 단련시켰다.
과학적인 분석과 이에 맞는 훈련법이 대세가 된 프로야구에서 구시대적 방식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김성근 감독은 많은 훈련량이 성적과 연결된다는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최강야구에서도 김성근 감독은 철저한 분석 이전에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훈련을 통해 몬스터즈의 부족함을 채우려 하고 있다.
최강야구 시즌 2, 41회는 몬스터즈의 부족함 느끼게 하기도 했지만, 이를 채워가려는 노 감독의 열정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장충고과의 2차전에서 김성근 감독은 선발 라인업 작성을 이광길 코치에게 일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성근 감독은 침체한 팀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 팀 전체에 이전에 없던 자극이 필요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몬스터즈는 1차전과 다른 변화 속에 장충과의 2차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몬스터즈가 패배의 아픔을 딛고 2차전에서 설욕을 할 수 있을지 다음 회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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