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몬스터즈'가 장충고와의 2차전 승리에 이어 용마고의 1차전 승리로 승률 7할에 복귀했다. 아울러 연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몬스터즈는 용마고와의 1차전에서 선발 투수 이대은의 완봉 역투와 박용택의 2타점 활약을 더해 2 : 0으로 승리했다.
이대은은 현역 프로야구 선수로 1군에서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완투 완봉에 성공했고 몬스터즈의 에이스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대은은 9회까지 투구를 하면서 무려 130개의 공을 던졌지만, 시종일관 그 페이스를 잃지 않았고 몬스터즈 투수로는 가장 많은 한경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용마고 타자들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용마고 타자들은 이대은의 스플리터와 포크볼이 마구와 같았고 알고서도 정타를 때려내지 못할 정도로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이대은은 경기 중 순간 제구가 흔들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현역 시절을 방불케하는 스플리터, 포크볼 조합으로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이대은은 탈삼진과 함께 타구의 대부분을 땅볼로 유도하며 위기를 넘기는 관리 능력도 보였다. 이에 맞게 몬스터즈의 내야진은 안정된 수비로 그를 도왔다.
이대은의 원 맨 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승리를 가져온 몬스터즈의 김성근 감독은 경기 시작 전 고심이 많았다. 선발 투수로 예정했던 오주원이 부상 징후로 등판이 불투명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대은은 경기 후반 긴 이닝을 책임지며 승리를 지키는 투수로 활용했었다. 은퇴한 투수들의 투구 수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팀에서 가장 뛰어난 구위와 컨디션을 유지 중인 이대은 카드는 아껴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용마고와의 경기는 다음 날 경기가 이어지는 연전이었다. 1차전에서는 투수 자원을 아끼고 승리를 가져와야 연승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대은을 선발 투수로 예고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김성근 감독은 우스갯소리로 이대은이 경기를 모두 책임지라는 말을 했지만, 이대은은 시즌 2의 개막전에서 투구 수가 많아지면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부상이 있었다. 투구 수 관리가 필요한 이대은이었다.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민을 이대은이 덜어냈다. 이대은의 신들린 투구는 최강야구의 그의 한경기 최다 투구수를 가뿐히 넘겼고 투구 리듬도 경쾌하게 이어졌다. 현역 투수들도 부담이 되는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시점에서도 이대은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구위가 떨어지면 더 날카로운 변화구와 투구 패턴 변화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경기 후반 힘이 떨어지는 모습은 피할 수 없었다.
2 : 0으로 앞선 9회 초 수비에서 이대은은 주자를 출루시킨 이후 용마고 중심 타자들을 상대했다. 용마고 중심 타자들은 이대은의 공에 비교적 잘 반응했고 힘 있는 타격을 했다. 만약 홈런을 허용한다면 다 잡은 승리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투수 교체를 고려해야 했다. 마침 김성근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고 투수 교체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대은의 의사를 묻고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현역 감독 시절 매우 냉정한 마운드 운영으로 유명했던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선발 투수의 투구 수에 상관없이 경기 흐름에 따라 불펜 투수를 빠르게 활용하는 야구를 했다. 최강 야구에서도 김성근 감독은 마운드 운영에서 승부사적 기질을 잃지 않았다. 그런 김성근 감독이 이대은의 의사를 존중하고 신뢰했다. 그러면서도 김성근 감독은 그의 몸짓으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신뢰에 이대은은 마지막 힘을 짜냈고 9회 초까지 무실점을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마치 야구 만화에서 팀의 에이스 투수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팀에 승리를 안겨준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성보다는 감성, 낭만을 택했고 이는 야구 예능의 재미와 감동을 모두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야구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은 또 다른 장면에서도 나왔다. 7회 말 몬스터즈의 공격에서 용마고 마운드에 오른 투수 경기장의 모든 이들의 눈길을 이끌었다. 그는 현재 용마고 투수 코치로 있는 조정훈이었다. 조정훈은 2009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투수로 다승왕 차지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그가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절 롯데에는 이대호가 리그를 주름잡는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초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를 중심으로 한 두려움 없는 노피어 야구, 공격 야구로 롯데는 긴 침체기를 지나 상위권 팀으로 흥행과 성적을 함께 잡았던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조정훈의 전성기를 길지 않았다. 조정훈은 마구로 불리던 강력한 포크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였고 이 포크볼은 그를 리그 최고 선발 투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됐다. 공을 손가락에 끼고 힘을 주어 던지는 포크볼은 다른 구종보다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고 부상 위험이 커진다. 조정훈은 그 포크볼의 비율이 매우 높은 투수였다. 이는 그에게 다승왕의 영광을 안겨주었지만, 부상도 함께 안겨줬다.
2010 시즌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던 조정훈은 이후 3차례 수술을 했고 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재활은 5년 넘게 이어졌다. 롯데는 그의 복귀를 기다렸지만, 조정훈은 복귀할 시점에 부상이 재발되는 모습이 반복되며 점점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포기해도 비난을 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조정훈은 재활을 거듭했고 2017 시즌 1군 투수로 다시 돌아왔다.
그 시즌에서 조정훈은 필승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이 됐다. 그렇게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어가는 듯했던 조정훈이었지만, 다시 부상이 재발했고 조정훈은 2018 시즌을 끝으로 현역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하지만 선수로서 다시 서기 위해 긴 세월을 노력한 그의 의지는 롯데 팬들에게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화려했지만, 굴곡진 선수 생활을 했던 조정훈,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에이스 투수의 투구를 실전 경기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공식적인 경기에서 코치가 경기에 나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용마고는 프로팀도 아니다. 하지만 예능이라는 특성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야구의 낭만을 택한 결정이었다.
조정훈은 현역 시절 함께 활약하고 경쟁했던 몬스터즈 레전드들과의 대결에 여러 생각이 드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지도하는 선수들 앞에서 부진한 투구를 한다면 망신이 될 수 있었지만, 그 역시 낭만을 택했다. 용마고 선수들 역시 조정훈 코치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조정훈은 전성기 시절과 같은 포크볼로 첫 타자를 삼진 처리했고 이후 위기에서도 침착한 투구로 실점 없이 무실점 투구를 했다. 용마고 내야수들은 경기에서 실점과 연결되는 실책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조정훈이 마운드에 있는 7회 말에서는 높은 집중력을 보였고 호수비를 연발하며 조정훈의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줬다.
7회 말의 하이라이트는 조정훈과 이대호의 투. 타 대결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젊은 4번 타자와 에이스 투수로 팀의 기둥이었던 두 동료가 긴 세월이 지나 경기에서 상대팀으로 대결하는 장면은 롯데 팬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일이었다. 최강야구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승부는 이대호가 내야 땅볼로 물러나며 조정훈의 승리로 끝났지만, 두 선수는 서로를 격려하며 보이지 않게 마음을 전했다.
조정훈으로서는 부상으로 끝내 투수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순간이었고 이대호는 과거의 한 장면속으로 자신을 보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야구팬들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최강야구 용마고와의 1차전은 야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 낭만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경기였다. 몬스터즈는 승리와 함께 야구의 낭만까지 모두 잡았다. 한때 크에 위협받았던 7할 승률을 다시 넘어섰고 연승 분위기도 만들었다. 어려운 경기를 승리하면서 자신감도 더해질 수 있었다. 다만, 긴 경기 공백 후 경기였던 탓에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던 점은 아쉬움이었다.
이제 두 팀의 2차전은 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대은의 신들린 투구에 완벽하게 막힌 용마고 타자들이지만, 날카로운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다수 보였다. 몬스터즈에 이대은을 능가하는 투수가 없다는 점은 2차전에서 보다 활발한 타격을 할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또한, 용마고에는 2024 시즌 입단할 신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한 투수 장현석이 있다. 장현석은 1차전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150킬로를 가볍게 넘기는 속구에 각도 큰 변화구, 안정된 제구를 겸비한 우완 파이어볼러다. 몬스터즈 타자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투수다. 김성근 감독도 용마고를 분석하면서 그의 투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장현석이 마운드에 오른다면 몬스터즈는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7할 승률 유지를 위해 연승을 이어가야 하는 몬스터즈로서는 연전으로 이어지는 용마고와의 2차전이 또 다른 고비가 될 수 있다. 두 팀의 2차전은 낭만보다는 1차전 패배의 설욕을 위해 집중력을 끌어올린 용마고와 연승이 필요한 몬스터즈 간에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사진 : 프로그램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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